"전통음식 만드는 일이 즐겁습니다"
식재료 연구 계속, 국내외에 한국의 맛 알려
신지식인 선정, 신지식농업인장 받아

전통음식연구가인 최윤자(63·법명 광효)교도는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사라져가는 전통음식(혼례음식) 발굴과 개발에 정성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전통 음식을 접하게 된 이야기를 듣다보면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알게 된다. 저절로 고개가 끄떡여 진다.

"어렸을 때부터 큰 살림을 했던 어머니께서 만든 음식을 먹어보면서 자연스럽게 익혔습니다. 영광으로 시집와 생활하다 시어머니에게서 배운 남도 음식 조리법에 흥미를 가졌으나 서울을 비롯 여러 곳을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혼례음식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혼례음식은 나중 상품화 한 것이지요."

그가 말한 혼례음식에는 과일, 생선, 고기, 장아찌, 떡, 한과 등 안 들어가는 것이 없을 정도다. 음식을 총 망라한 것이라 보면 된다. 그가 직접 만든 것을 찍은 음식 사진은 한마디로 예술이었다. 꽃 송편의 아기자기함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재료는 산지에서 특산품으로 구입합니다. 될 수 있으면 우리 산야에서 수확한 것을 사용하지요. 요즘에는 냉장보관과 저온창고에 저장할 수 있어 일이 수월해 졌습니다. 혼례음식 만드는 일이 즐겁습니다."

이로인해 그의 손에는 옅은 생채기가 있다. 가위와 불에 덴 자국들 이었다. 여기에 연연해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에게 있어 영광의 상처라 할 수 있다. 음식 연구를 한다는 자체가 기쁨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음식 만드는 일을 많이 하다보면 뭔가 느끼는 것이 다릅니다. 식혜의 예를 들어보자면 엿 기름을 길러 식혜를 만든 조상이 누구냐는 것에 의문점이 생깁니다. 어떻게 제일 처음 개발할 수 있었을까 하는 것이지요. 선조들의 지혜에 놀라기도 합니다. 이런 개발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모양, 맛이 발전을 하게 되는 것이지요"

이야기 도중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깨 강정을 꺼내 왔다. 모양은 길쭉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사각형이나 마름모꼴은 아니었다. 폐백할 때 먹기 좋게 개발한 것임을 이내 알았다.

"그때 그때 먹는 상황에 따라 모양에 변화를 줄수 있습니다. 능이 나니 내 마음가는대로 해보게 됩니다.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는 것이지요. 깨 강정도 기본 방식과는 달리 땅콩, 잣, 아몬드 등 견과류를 섞어서 만들기도 합니다. 어린아이들은 깨만 들어간 것은 잘 먹지 않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곧 이어 그는 수삼을 조청에 조린 인삼정과를 선보였다. 정과를 만드는 것은 보관을 쉽게하기 위한 방안이라는 설명을 곁들였다. 금산 인삼에서 풍겨져 나오는 아련한 맛이 일품이었다.

"인삼은 세계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외국사람들은 진생이라고 먼저 좋아합니다. 그러나 인삼정과를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씻어서 다듬는 작업에서 부터 조리는 과정 등 며칠이 걸립니다. 만들어진 인삼정과는 혼례음식에 사용되는 관계로 저온 보관을 하죠. 실온에 놓아두면 수분이 말라 뻣뻣해집니다. 섬유질이 많은 것은 성질 자체가 예민합니다."

그의 자연스런 혼례음식 이야기는 오래동안 지속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았다.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만큼 말투에도 정감이 있었다. 그동안 그는 2001년 여성부 신지식인 선정을 비롯 남도음식대축제 대상, 세계 관광음식 박람회 황토음식 전시경연 대회 대상, 전통식품 복원발굴 공모전 최우수상 수상 등을 살펴보더라도 그의 솜씨는 짐작이 된다. 2008년 (사)대한명인문화예술교류회에서 '대한명인'으로 추대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의 열정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여기에 더 나아가 마른굴비 장아찌, 굴비찜, 모싯잎 꽃 송편에 이어 찰보리를 이용한 음식 개발에 혼신을 쏟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 신지식농업인장을 받은 것도 지역과 관련된 식재료를 이용해 마음껏 솜씨를 펼친 결과다. 그는 국내에서 벗어나 외국에서 까지 한국 음식맛의 우수성을 알렸다.

"2003년 뉴욕본부에서 열린 한국음식축제를 비롯 베네수엘라, 싱가폴, 홍콩, 아르헨티나에서 동양음식의 섬세함을 선보였습니다. 후식과 김치쪽을 담당했죠, 아무래도 후식은 화려하고 예쁩니다. 외국인들은 볼거리가 많으니 원더풀을 연발했습니다."

그 만큼 혼례음식에 관한한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강의, 행사, 축제, 전시회 등에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이 점차 늘어가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 볼 수 있다. 이것은 그가 누리는 복 중의 하나다. 영광교당 교도인 그가 새해에 밝힌 소망 역시 음식과 관련이 있다. 짤막하지만 깊이가 있다.

"앞으로 건강을 유지해 이 일을 계속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김치와 관련된 일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많이 관심을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 한옥 응접실에 다소곳이 앉아 말하는 그는 음식 내공에 있어서 고단자라는 짐작이 됐다.

한동안 뜸했던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행사를 도와달라는 전화였다. 바쁜 일정에 시간을 내 준것이 고마울 따름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