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고등학교
사제간 정 엿보여

▲ 원경고등학교 14회 졸업생들이 마지막 식순에 따라 합창을 하며 학교와의 이별을 아쉬워 하고 있다.
교립 대안 중·고등학교의 졸업식이 12월에 열려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는 기숙형 대안학교의 특성상, 전국에서 모인 학생들의 사정을 감안한 학교 측의 복안이다.

지난해 12월29일 원경고등학교에서 열린 졸업식은 박영훈 교장이 손예지 학생에게 졸업장과 함께 '마음의 향기' 편지를 건네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식은 다른 여타의 학교와는 색다르게 졸업장만 받고 끝나는 졸업식이 아니었다. 교사와 학생들의 마지막 정신적 교류의 장이자 사회 첫 출발을 격려하는 자리여서 관심을 받았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전하는 편지인 '마음의 향기'가 낭독되고, 사제 간의 포옹이 이어지면서 특별한 졸업식 풍경을 연출한 것이다.

정도성 교감은 "학생들이 학교 옆 미타관에서 기숙생활을 하며 미운 정, 고운 정이 다 들었다"며 "다들 가능성으로 충만한 대학생이 되어서 뿌듯하기도 하고 떠난다니 섭섭하기도 하다"고 심경을 드러냈다.

고령고등학교를 다니다 자퇴하고 입학하게 된 이창훈(20) 학생은 "아무래도 복학해서 힘든 일이 많았다"며 "졸업하게 되어 기분 좋다"고 말했다.

또한 학부모 회고담 시간에 문일혜(49)씨는 "이성으로 느낄 수 없는 기억을 아들에게 심어준 원경의 모든 것에 고맙다"며 감사의 글을 남겼다.

원경고는 한 학년 당 40명을 정원으로 해 2학급이 운영되고 있다. 현재는 116명이 수학하고 있고 이날 졸업생은 37명이었다.

이외의 원불교 산하 대안학교의 졸업식은 지평선중 지난해 12월24일을 시작으로 헌산중 12월27일, 성지고 12월28일에 졸업식이 있었고, 앞으로 경주화랑고 2월9일, 한겨례중고 2월10일, 성지송학중 2월14일에 있을 예정이다.

기존의 밀가루 세례와 날달걀 던지기 등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풍경이 아닌 훈훈하고 눈물 가득한 졸업식 현장이 재현됐다는 것에 이 날의 졸업식의 의의를 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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