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형태 한약을 제조·공급할 필요 있어요"
'한방Talk! 건강상담소!' 프로그램 고정 출연
공도주의는 원불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취재 길, 차창 밖 겨울바람이 가슴 안에 불어온다. 자신의 것 다 내어준 나무에도, 들판에도 하얀 눈이 걸려있다. '비워서 아름다운' 겨울 서정은 그렇게 한참동안 마음 안에 들어왔다.

서울 흑석동 원음방송에서 제생한의원 김현주(45·분당교당)원장을 만났다. 오늘은 그가 원음방송과 한방건강TV에서 공동 제작하는 '한방Talk! 건강상담소'에서 한방건강상담 전문의로 출연하는 날이다. 생방송 내내 차분한 목소리로 상담하는 그에게서 사려 깊은 배려와 그만의 남다름을 읽어낸다. 사실 그를 만나러 오기 전, 우연히 보게 된 그의 블로그는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야기는 여기서부터 출발했다.

"저는 어린 시절 '생각이 어디서 왔는가'라는 의심이 생겨, 이후로 마음이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습니다" 그의 인생은 이 의심이 이끌어온대로 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세상 무엇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세상이 있다는 것도, 물질이 존재한다는 것도 다 나의 생각이 만든 환상 같아서 도무지 실재를 알 수 없었습니다. 모든 철학이나 사상도 사람들의 생각이 만든 환상 같아서 믿음이 가지 않았지요" 그것은 이 세상 자체에 대한 부정이었고 그의 방황은 이때부터 더욱 깊어졌다.

"16살 때 이 세상 자체에 대한 모든 것을 부정했습니다. 그것이 첫 번째 '의심'이었고 얼마 후에는 이 의심하는 생각은 어디서 오는가라고 다시 의심하면서 사고의 지평선, 그 막막함 앞에서 어찌 할 바를 몰랐습니다. 그냥 끝도 없는 사고의 지평선 앞에 서 있었을 뿐이었지요." 그의 젊음은 이렇듯 '생각'과 '의심'이 함께 한 세월이었다. 그때 원불교를 만났고, 이후 그는 지속적인 수행을 해오면서 자신을 바꾸었다고 말했다.

지독히 외로웠고 치열했던 시간 때문일까. 한방전문의로서, 유하지만 강한 그만의 깊이와 소신이 있다.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 제일 시급한 것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치료체계를 갖추는 것입니다. 한의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는 약은 대부분 탕약인데 이것은 맞춤의학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복용이나 보관이 어렵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따라서 환약이나 알약, 엑기스제 같은 여러 형태의 한약을 제조· 공급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이를 위해서는 중성약의 개발이 필요합니다"

그는 한방에서 음양오행과 사상이 치료의 근간을 이루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기에 머물러서는 대중화의 길을 걸을 수 없다고 말했다. 같은 질병이라도 치료하는 방법이 체질마다 다르다. 이것은 체질의학의 장점이기도 하지만 체질진단의 어려움 때문에 대중화의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최근 연구결과에 의하면 체질마다 혈액이나 에너지의 분포가 다른 것을 심도있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또 각 질환을 치료하는데 꼭 필요한 혈관계와 에너지흐름을 발견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을 잘 이용하고 나머지 혈액분포와 에너지흐름을 건드리지 않는 방향으로 간다면 양방처럼 중성약을 개발해 한약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국가의 의료보험도 한방 의료를 지원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현재 그는 매주 금요일 '한방Talk! 건강상담소!' 프로그램에 고정 출연 중이다. 그는 자신의 몸에 맞게 체계적으로 건강을 관리할 수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

"현대인들은 운동부족이나 마음의 안식이 부족해서 오는 병이 훨씬 많겠지요. 사람이란 몸으로만 사는 것이 아닙니다. 정신으로도 살아가는 것이고 이 정신은 휴식이 필요합니다. 끊임없이 TV나 컴퓨터, 핸드폰 등으로 정보를 받아들이고 내보내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정신도 멈추고 끌 필요가 있습니다"

그는 우리의 몸 또한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 위주가 아니라 운동을 통해 단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양을 건강하게 소비하지 못하는 한 건강관리는 성공할 수 없다는 지론이다. 이런 그의 소신과 지론이 묻어나는 명사특강 프로그램 강의는 교도들의 많은 호응을 받고 있다.

"교도들의 건강은 공도주의의 건강이어야 하리라 봅니다. 작은 나를 벗어나 세상을 일신(一身)으로 삼는 공도주의가 확립될 때 내가 참으로 건강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저는 대종사님의 공도주의가 과거 불교와 다른 원불교의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봅니다. 이왕 건강해질 것 같으면 영원히 건강한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의 말에는 강한 울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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