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희주 한겨레고등학교
1년에 단 한 번 학생들의 삶의 흔적을 확인하고 격려해 주는 시간! 바로 축제다.

우리 학교는 한마음축제라는 이름으로 행사를 진행한다. 아이들의 끼를 발산하는 가요제와 전시 마당, 동아리 발표회, 그리고 먹거리 장터 등 다양하고 유익한 활동이 전개된다.

나는 국어교사로서 논술동아리를 꾸려가고 있다. 작년 이맘때에도 문학 작품을 각색해서 무대에 올렸고, 그 당시 아이들의 연기도 뛰어났다. 관중의 호응도 높았기에 내심 시상권 내 진입을 욕심냈지만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순위권에 들지 못한 것이다.

아이들의 입에서 터져 나오는 불만의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았다.

"선생님! 우리가 쟤들보다 훨씬 잘했잖아요?"

"정말 웃겨! 박수치는 아이들이 얼마나 많았는데."

지도교사로서 나는 정말 상황이 난감하게 됐다. '어떻게 달래줘야 하나?'

실은 나도 우리 동아리가 훨씬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고 아이들과 손바닥을 마주칠 수도 없는 일이고….

'참자! 그리고 내년을 기약하자!' 아이들을 모아 놓은 후 고생했다는 말과 함께 치킨과 닭발을 먹였다. 금새 웃는다. 역시 아이들이다. 내년에는 더 열심히 하겠단다. 기특하다.

그리고 어느덧 1년이 지나 바로 결전의 날이 다가왔다.
1920년대 사실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품,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을 선택했다.

에라 모르겠다. 나도 무대에 올라가자! 내가 주인공이다.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는데 선생, 학생이 어디 있겠나?
이 녀석들도 이번엔 제법이다. 독(?)이 오를 대로 올랐나보다.

10여분의 공연을 마치고 대망의 수상 시간! 두구 두구 두구…, 그리고 이어지는 사회자의 멘트.

"이번 한마음축제 발표마당의 1등은, 논술동아리!"
난리가 났다. 동아리 대표는 시상을 위해 무대로 올라가고, 나머지는 껴안고 소리를 지른다.

나도 좋다. 그러나 표정관리를 해야 한다. 다른 동아리 지도 선생님들의 표정을 봐야 한다. 그래도 속으론 좋아 죽겠다.

체육대회도, 통합수업도, 야간자율학습도, 우리 반에서 하는 모든 것들에서 최고가 되라고 아이들에게 강조한다.

북한에서 힘들게 살았던 기억을 이곳 대한민국에서 너무도 쉽게 잊게 된다면, 우리 아이들은 이 사회에서 발붙이며 당당하게 살 수 있을까. 그래서 일반학교 아이들보다 더 열심히 살도록 채찍질을 해 온 터였다.

너무 승부에 연연한다고 말하는 동료들도 있다. 충고는 감사하다, 하지만 그래도 나는 계속 가던 길을 가야함을 느낀다. 그리고 아이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승부욕은 갖게 해줘야한다.

선생이 되기 위해 마음먹은 지 20년이 지나 이 학교에 오게 되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일인데 내가 무엇인들 못하랴. 선생은 아이들이 있어야 그 존재감이 드러난다. 역시 선생은 좋은 직업이다.

슬슬 내년 축제 준비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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