可笑尋牛者 우습도다, 소를 찾는 자여
騎牛更覓牛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네
斜陽芳草路 해질 녘 향기로운 풀밭 길
那事實悠悠 이 일이 참으로 기나길구나.

'심우(尋牛)1' -경허 성우(鏡虛 惺牛- 1849-1912 조선말 선승)


전주 자동리 출신 경허 스님은 동학사에서 3개월 간 두문불출하고 정진, 크게 깨달은 뒤에 바람 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방랑하면서 숱한 일화와 선시 3백여 편을 남겼다.

서산대사 휴정은 깨달음을 얻으려고 밖으로만 내달리는 제자 법장(法藏)에게 '소를 타고 다시 소를 찾느냐(騎牛更覓牛)'란 전법게를 던져 그를 대오 각성시켰다. 경허도 심우(尋牛) 시 두 편을 남겼는데, 서산대사의 게송을 인용하여 본래 '스스로 잃지 않았거늘 어찌 다시 찾느냐(本自不失何用更尋)'고 제자 소요 태능(逍遙 太能)을 깨우쳤다. 자연이 곧 그대로 진리를 설법하고 있다면서.

거울이 비어 있다는 법호 경허(鏡虛)처럼, 깨어 있는 소라는 법명 성우(惺牛)처럼 금년엔 밖에서만 찾지 말고 내면의 거울을 통찰하여 마음의 노예가 아니라 마음의 주인이 되는 화두를 던져본다. 용의 해니까, 물질과 정신을 조화시키는 여의주를 갈고 닦으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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