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엿은 위장에 좋습니다"
120년 전통 맥맥이 내려와
치아에 달라붙지 않는 것이 특징

▲ 노루목 엿치는 마을 건물.
전북 남원시와 임실군 사이에 인접한 곳에 위치한 순창군 동계면 장항마을. 예로부터 겨울철이면 집집마다 고두밥 찌는 아른한 연기가 피어 오르는 곳이다. 엿으로 유명한 마을임을 알 수 있다.

마을회관에 차를 세우고 공동가공체험장에 들어서자 싹을 틔운 엿기름과 단내 나는 조청(造淸)냄새가 가득했다. 곧 이어 방문을 여니 마을 할머니들이 반가움을 표했다.

황봉남(72)씨가 우선 한마디 건넸다. 20세에 시집와 이제껏 엿을 만들고 있어 힘겨울 만도 하건만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6남매 낳아서 교육 시키는데 많은 도움이 됐지요. 대목이 돌아오면 주문이 그만 들어왔으면 좋겠다는 시절도 있었죠. 지금은 법인이 설립되어 노후 대책도 되고 손자들에게 용돈을 줄 수 있어서 좋아요."

자리에 함께한 영농조합법인 노루목 엿치는 마을 김정기(55) 대표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작업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저희 마을은 120년 전부터 엿을 만들기 시작해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간식거리였던 엿이 이제는 마을의 특산물로 자리잡게 됐습니다. 2010년 겨울에 문을 연 공동가공체험장을 통해 체계적으로 상품화 한 것이지요. 현재 23농가 중 18농가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 생산된 조청이 소담스레 자리잡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얇은 천에 덮혀 아랫목에 자리한 갱엿을 가리키며 엿이 만들어 지기까지의 과정을 밝혔다. 여러 단계를 거치는 만큼 정성의 산물임을 알 수 있었다. 선조들의 지혜로움이 느껴진다.

"보리의 싹을 틔워 건조시켜 가루로 만든 다음 뜨거운 고두밥에 첨가합니다. 60도 되는 더운물을 붓고 12시간 정도 삭이면 맑은 물이 나옵니다. 그 물을 계속 졸이면 조청이 되고 더 시간을 두고 졸이면 갱엿이 됩니다. 여기다 건강에 유익한 흰깨와 생강을 넣지요. 이 갱엿은 가을부터 봄까지 작업을 한 후 저온 저장고에 숙성시켰다가 필요할 때 꺼내 엿을 만들지요."

이 작업은 겨울부터 2월까지 3개월간 계속된다. 마침 따뜻한 방에 앉아 적당한 크기로 잘라진 갱엿을 화롯불 위에서 잡고 늘리는 할머니들의 얼굴 모습에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다. 이와달리 맞은편 방은 너무 추웠다. 한기가 들 정도다. 옷이 두터웠다. 작은 구멍으로 들어온 엿을 길게 늘리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런 후 일정하게 잘라 한 켠에 차곡차곡 쌓고 있었다. 남편 김 대표를 도와 제조작업을 담당하고 있는 이영숙(51)씨의 발에는 비닐이 감겨 있다. 그만큼 청결을 우선으로 한다는 것이다.

"조청과 갱엿을 비롯 엿 자르는 작업을 하고 있어요. 작업을 하면서 할머니들과 가까워져요. 오전 7시부터 오전 12시까지 하기도 합니다. 하루에 보통 6시간은 기본입니다. 포장하는 작업도 포함되어 있으니 한나절 걸립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서로를 격려하며 웃습니다. 그 기운이 그대로 전달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일까? 달라붙지 않게 콩가루를 묻혀 쌓아놓은 엿을 살펴보니 유난히 맑은 색을 띠고 있었다. 마을에서 직접 생산한 좋은 농산물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방부제는 일체 금물. 엿 앞쪽을 보니 바람구멍이 많았다. 먹을 때 바삭바삭하여 치아에 달라 붙지 않는 특징을 가지고 있음을 이내 알게 됐다.
▲ 갱엿을 늘리고 있다.
이 씨와 함께 갱엿을 늘리고 있는 방을 건너오자 임봉선(85)씨가 엿이 건강에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강조했다. 엿에 대한 식견이 넓은 만큼 할머니들이 고개를 연신 끄덕인다.

"엿은 위장에 좋습니다. 속이 폭 가라앉고 든든해요. 산속에서 공부하는 분들이 엿을 가지고 들어가는 이유가 다 있어요. 저도 엿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이제껏 속은 편안해요."

이처럼 엿은 위장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음을 알수 있다. 한자인 이(飴)를 파자로 풀이해도 먹으면 기쁨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체적으로 위장에 좋다는 뜻일게다. 〈중익대사전〉에 '비위의 기를 완화하고 원기를 회복하며 진액을 생성하고 속을 촉촉히 한다'고 기록되어 있는 것에서 그 뜻을 유추할 수 있다. 김 대표 역시 엿에 대한 자신을 견해를 피력했다.

"엿은 수험생들의 스트레스를 완화시켜 준다고 들었어요. 스트레스 증후군에도 좋아요. 스트레스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이 위장이거든요. 스트레스로 복통이 생기고 밥맛을 잃기 쉬울 때 엿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생강을 첨가한 것도 소화액의 분비를 자극하고 위장의 운동을 촉진하는 성분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설명을 듣다보니 간식거리 정도로 보았던 엿이 건강에도 매우 유익함을 알 수 있었다. 엿이 함유한 성분을 제대로 안다면 국민 간식거리로 자리매김할 날도 멀지 않을 것이다.

"어떤 분들이 어떻게 이런 단맛이 나오느냐고 의아해하는 분들이 있어요. 설탕을 넣은 것이 아니냐고 반문을 합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전분을 당화시키는 엿기름을 넣으면 더 달게 되어 있어요. 잘 삭아야 엿을 만들어도 맛이 있습니다. 그런데 건강을 염려하는 분들이 덜 달게 만들어 달라고 주문하면 엿기름을 최소화 시킬 수밖에 없어요. 현재로는 어려움이 있으나 앞으로 최소한의 엿기름을 넣고도 고두밥을 삭일 수 있는 연구를 계속할 계획입니다."

그는 현재 생산되고 있는 조청의 효능에 대해서도 말했다. 장의 독소와 노폐물을 제거하고 소화기 계통에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조청은 식물의 성분을 그대로 간직한 천연 영양분입니다. 엿과 마찬가지로 소화기 계통이 좋아집니다. 정신 집중을 필요로 하는 학습기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음식입니다."

그로 부터 엿과 조청의 효능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뒤 주변을 둘러 보았다. 전형적인 시골마을이니 만큼 산수가 수려했다. 공기 또한 맑았다. 여기서 생산되는 엿이 건강에 좋은 이유를 알것 같다. 도로변 입구에서 '노루목 엿치는 마을' 입간판을 다시 한번 쳐다 보았다. 정겨웠다.
▲ 찾아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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