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신심으로 불지에 오르자
큰 원이 있어야 큰 믿음이 나고
큰 분발심이 난 뒤에 큰 의심과 정성
큰 정성이 난 뒤 깨달음

▲ 유세명 교무 / 영광교구 군남교당
캄보디아 앙코르와트 유적지를 다녀왔습니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는데, 참으로 신비한 문화유적지였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처음으로 안내되었던 사원, 타프롬 사원에서 큰 느낌을 받았습니다. 일명 나무사원이라고도 불린다는데요.

'신심은 나무 뿌리와 같다'고 합니다. 뿌리가 살아 있어야 산 나무이듯이 종교인에게 신심은 나무의 뿌리처럼 생명의 원천이 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그곳 성에서 나무뿌리의 위력을 보았습니다. 큰 성마저 무너뜨리고 자신을 키워가는 나무의 생명력 앞에서 모든 생명은 동물뿐 아니라 식물마저도 소중한 것이라는 느낌이었고, 그러한 성마저도 무너뜨리고 살아가는 생명의 신비를 보았습니다.

겨울이면 시크라멘 화분을 잘 키우게 됩니다. 겨울에 빨간 꽃을 피워 꽃이 없는 겨울을 아름답게 해주니까요. 그런데 저는 몇 년전 오래되어 죽어버렸다고 생각되는 시크라멘 화분을 밖의 정원 귀퉁이에 버렸습니다. 몇 개월째 꽃은 커녕 잎도 싹을 틔우지 않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새봄이 오자, 방치되었던 그 화분의 흙에서 새로이 잎이 돋아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아 생명의 힘이여! 생명의 위력을 느끼고 어떤 생명도 함부로 할 수 없음을 느끼고, 뿌리가 살아있으면 다시 싹을 틔울 수 있다는 것을 확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법위등급의 두 번째 특신급입니다. 금년 법위사정의 해여서 더욱 의미 있는 법위등급 공부가 되겠는데요. 특신직입여래위(特信直入如來位)라고 대산종사님은 법문 내려 주셨습니다. 특별한 신심이 나면 바로 여래위에 오른다는 말씀이지요. 특신이 서고 쉬지 않고 정진 적공한다면 여래위에 오르는 것이라는 말씀이겠지요.

원기96년 총단회 시 경산종법사께서는 '특신급은 세속적 가치에서 진리적 가치로 전환하는 귀중한 시기'라고 해 주셨습니다. 무엇에 뿌리를 두고 신심을 냈는가? 교법에 뿌리를 두었는가? 인연에 뿌리하여 신심을 냈는가? 무엇보다도 우리는 법신신앙을 하여야 한다 하셨는데요. 진리에 대한 굳은 믿음은 바로 우리를 세속적 가치에서 벗어나 진리적 가치로 전환하게 해주는 믿음이리라 생각됩니다.

원불교를 만난 것은 우리 일생의 가장 큰 복입니다. 참으로 다행스럽고 복된 일입니다. 그래서 맹구우목(盲龜遇木)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눈먼 거북이가 깊은 바다에서 숨을 쉬러 바다 위로 올라와 나무를 만나 기대어 숨을 쉬는 것에 비유하여 쉽지 않음을 표현하는 것이지요. 우리가 원불교를 만나 진리를 믿고, 깨달아가는 것은 참으로 큰 복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신심을 내지 못하고, 눈먼 봉사가 어렵게 문고리를 잡았다가 다시 놓쳐 버리듯이 신심을 뿌리 내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교법에 대한 이해가 적어서일까? 인연이 얇은 소치일까?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마음을 확실히 내고 뜻을 확고히 세우는 일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면서 어떤 일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럴까, 저럴까. 이 일이 더 나을까, 아니면 다른 일이 더 나을까 선택의 기로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오랜 숙고 끝에 바른 결정을 내린 후에는 두 맘 없이 밀고 갈 때 성공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신이란 만사를 이루려 할 때에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이라고 하셨습니다. 마음을 정하고 그 일에 정성으로 정진하면 성공은 오는 것입니다.

믿음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대종경〉 신성품 7장에서 대종사님은 "신은 법을 담는 그릇이 되고, 모든 의두를 해결하는 원동력이 되며, 모든 계율을 지키는 근본이 된다"고 하셨습니다.

또한 〈대종경〉 수행품 43장에서는 대종사님 말씀하시기를 깨달아 아는 단계를 "큰 원이 있어야 큰 신이 나고, 큰 신이 난 뒤에 큰 분(忿)이 나고, 큰 분이 난 뒤에 큰 의심이 나고, 큰 의심이 있은 뒤에 큰 정성이 나고, 큰 정성이 난 뒤에 크게 깨달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신이 없고 어찌 바른 공부를 할 수 있으며, 우리가 가고자 하는 불지에 다다를 수 있겠습니까? 한 번 입문해 두 맘 없이 신심의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은 큰 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한 전생부터의 서원과 법연의 지중함을 알 수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대산종사께서 사대불이신심(四大不二信心)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진리에 대한 믿음, 스승에 대한 믿음, 교법에 대한 믿음, 회상에 대한 믿음을 말합니다. 이 네 가지와 둘이 아닌 믿음을 가져라. 그래서 정산종사님은 '스승의 허물이 보이면 자신의 박복함을 생각해 보라' 하셨는지도 모릅니다. 둘 아닌 신심으로 정진하고 적공하여 불지에 다다르도록 까지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법위등급에서 특신급은 참으로 중요한 것입니다.

〈정전〉 본문에서 특신급은 '보통급 십계를 일일이 실행하고, 예비 특신급에 승급하여 특신급 십계를 받아 지키며, 우리의 교리와 법규를 대강 이해하며, 모든 사업이나 생각이나 신앙이나 정성이 다른 세상에 흐르지 않는 사람의 급이요'라고 말씀하십니다.

특신급은 입지(立志= 正法·正信)의 급입니다. 진리에 대한 믿음이 확고히 자리잡는 급입니다. 법에 대한 신심이 확실히 자리잡는 급입니다.

대산종사는 〈정전대의〉에서 법위등급 특신급을 풀어주시길, 첫째 모든 재미가 이 공부 이 사업 하는데 옮겨지고 무엇으로든지 바꾸지 못할 바른 신이 서져서 이십계를 지켜나가는데 재미를 붙이는 급으로서 도가의 성공은 이에서 결정된다.

둘째, 대각여래위가 높은 자리이나 정신(正信)이 서질 때에 이미 허공법계에서는 성성식(成聖式)이 이루어지는 것이며 신성과 서원만 구천(九天)에 사무치도록 철저하면 고전(苦戰)이 적고 빨리 승급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재미가 이 공부 이 사업으로 옮겨진다면 더 이상 말할 것이 무엇 있겠습니까? 특별한 신심으로 쉬지 않고 오래오래 정진하고 적공하여 여래위까지 쭉 올라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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