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죽음 어떻게 준비하나'

▲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김분한 교수.

'좋은 죽음'이 있을까.

'사람들이 꿈꾸는 좋은 죽음(Well Dying)을 위해서는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고 남아있는 갈등을 줄여야 한다. 삶이 고독하지 않음을 알며, 중요한 사람들과의 관계를 유지 회복해야 한다. 죽는 순간까지 소망과 기쁨을 가지며, 자신의 이상적인 죽는 모습이 아름답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이는 한양대학교 간호학과 김분한 교수가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전하는 메시지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대종경〉 천도품 3장에서도 좋은 죽음을 위해서는 '정신 통일'을 강조하고 있다. 즉 유언도 미리 해 두며, 원망이나 미움도 상대자를 만나 풀고 혹 상대가 없을 때는 혼자서라도 그 마음을 내려 놓으라고 했다. 만일 마음 가운데 원진을 풀지 못하면 내생의 악한 인과의 종자가 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죽음 준비 전도사를 자청한 김분한 교수는 한국호스피스완화의료학회 회장을 거쳐 고문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환갑을 지낸 그는 여전히 '호스피스'에 대한 강연 및 세미나를 통해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호스피스와의 인연

그가 처음 호스피스활동을 하게 된 것은 시아버지의 열반을 지켜보면서 부터다.

그는 "시아버지도 의사였다. 암 진단을 받고 3개월 만에 돌아가셨다. 남편도 의사라 간병을 잘 해드렸다. 하지만 치료적인 것 이외의 것은 하기 어려웠다. 분명히 의료적인 것 외에 무슨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간호학을 한 그에게 1980년 대 초 미국에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러 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그는 "시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임종에 관한 자료를 많이 찾았다. 그것이 바로 호스피스였다"며 "미국에서 호스피스 활동을 본 후 박사논문 주제를 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말기 암 환자를 많이 만났다. 주말 마다 음식점의 방 한 칸을 빌려 환자와 상담했다. 그렇게 3년을 한 것이다.

그는 "본격적으로 호스피스 활동은 제가 다니던 교회 3층에 20여 명이 입원할 수 있는 호스피스센터를 만들면서 부터다"며 "1991년부터 전격적으로 재미있게 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원불교와의 인연도 빼 놓지 않았다. 그는 "당시 공익부장 김보현 교무와 이정선 교무가 찾아와 호스피스에 관해 물었다"며 "일본 호스피스활동 연수 내용 전반을 동영상 촬영한 자료를 온통 다 넘겨줘 원불교호스피스가 활동할 수 있도록 초기에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인연으로 김 교수는 끊임없이 원불교호스피스와도 연계를 놓지 않고 여러 가지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터놓고 이야기하는 '죽음'

'내가 죽는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죽음을 학습하는 사람은 흔치 않다. 특히 노인인 경우 죽음을 말하면 싫어할까봐 꺼내기를 어려워한다. 하지만 그는 "그렇지 않는 사례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어르신들을 만나 이야기 드린 결과는 오히려 어른들에게 죽음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주면 반가워 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는 "어르신들은 나름대로 삶을 정리하면서 살아온 인생이다. 좋은 죽음을 위해 준비할 것을 미리 학습하게 해 준다고 '너무 고맙다'고 진솔하게 말한다"며 "젊은 사람들이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이고 우리의 오해이다"고 뜻을 전달했다.

사실 어르신들은 죽음이 한 발 한 발 내게 가까워 온다는 사실을 인식하면서도 막상 일생을 잘 정리하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다. 이때 호스피스 활동을 접한다면 죽음에 대한 고민도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죽는 순간까지 소망과 기쁨을 가지며

자신의 이상적인 죽는 모습이

아름답게 마무리 되어야 한다. "


죽음의 종류와 자기 정리

그는 죽음의 4가지 종류를 설명했다. 즉 장기가 상해서 죽는 신체적 죽음, 의붓 아버지(어머니)를 만나 방과 후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사회적 죽음, 정신질환이나 분열증을 앓고 있는 정신적 죽음, 진리와 영혼의 세계관을 모르는 영적인 죽음이다. 암으로 인해 죽은 신체적 죽음만이 죽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신체는 죽었을지 모르나 '정신·사회·영적'인 면은 살아 있을 수 있다"며 "이러한 기본 바탕 안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환자와 가족에게 해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죽은 후에도 망자가 일생을 통해 남긴 철학이나 사상, 정신, 예술품 등을 통해 영혼이 살아있다는 의미이다.

그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려면 먼저 호스피스 하는 사람이 삶과 죽음의 철학과 사상을 알아야 하고, 무엇보다도 자기 정리가 필수적으로 되어 있어야 환자에게 호스피스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기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기 죽음의 문제에 대해 스스로 준비를 한 후에 다가서야 한다고 보았다.

그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많은 어르신들의 임종사례를 보며 "가족들이 마지막 인사를 통해 편안하게 임종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설령 산소호흡기를 하고 있어도 청각은 마지막까지도 살아있으므로 하고 싶은 말과 인사를 통해 행복감을 갖고 갈 수 있도록 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전문적인 호스피스 인력 양성해야

그는 호스피스를 원만하게 하기 위해서는 교육, 실무, 이론이 공존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는 "종교인이 호스피스를 하면 이론이나 교육은 의사보다 약해도 실무는 강하다. 반면 의사가 호스피스를 할 경우는 교육과 이론은 강하나 실무가 약할 수도 있다"며 "이론, 교육, 실무를 아우른 간호학을 한 전문인 양성이 우선돼야 한다"고 의견을 주기도 했다. 즉 의사, 간호사, 사회복지사, 종교인이 함께한 팀플레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태어나는 일보다 죽는 문제가 더 중요하다. 한 평생을 살고 마칠 때 마무리를 해주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 가치가 굉장히 높다"며 "죽음을 안내하는 일은 전문성이 따라야 한다. 그러므로 호스피스 활동이 전문적일 때 나날이 발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기 정리가 끊임없이 되어야 스스로를 잃지 않으면서도 마지막 가는 길을 안내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종교인이건 비 종교인이건 호스피스 수요는 많아지고 있다. 그는 "종교인의 경우 인생 말년이 다가오면 더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다"며 "'내가 종교 생활을 어떻게 했기에 말년에 이런 고통을 받게 되는가'하는 인간의 죄성이 부가된다. 그 상태로 일생을 마치면 영성이 없어지므로 영원한 자기 생명을 누리지 못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호스피스를 통해 자책하는 것을 완화시켜 죄성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순간도 우리 주위에는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선 사람들이 많다. 김 교수는 "어르신 100명에게 '죽음에 임박했을 때 하고 싶은 일'에 대해 물었을 때 담담히 기다린다(30%), 자식들에게 유언한다(17%), 기도한다(15%) 순이었다"고 소개했다.

'준비하는 죽음'으로 소중한 인연이 아름답고 품위있는 일생을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용기를 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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