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나는 마음을 하트♡ 마음으로 돌렸어요"

▲ 하늘 마음을 담기라도 하려는 듯 원아들이 목탁을 치며 영주를 외우고 있다.

강원도 영월을 가기위해 새벽부터 시동을 걸었다. 칠흑 같은 어둠에 마음의 빛을 밝히기 위해 차내에 염불 독경을 틀었다.'나무아미타불'한 소리를 부르다 보면 번뇌망상이 깨끗해짐을 느낀다. '농사중에는 사람농사가 제일이다'고 했던가. 사람농사 중에서도 특히 천진불인 동글둥글한 원광 원아들을 만난다는 것은 설렘으로 작용했다.

인성교육 11집 발간

영월 원광어린이집(교무 김성희)에 도착할 무렵 피곤함이 찾아왔다. 바로 6세 원아들이 마음공부를 하는 향기반으로 안내를 받았다. 교실 문을 열자 원아들이 해맑은 미소로 합장 인사를 한다. 그들의 천진한 웃음에 피곤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원아들은 손에 목탁을 하나씩 쥐고서 영주를 외웠다. '천지영기 아심정 만사여의 아심통'의 뜻을 아는지 모르는지 독경소리는 힘차고 청아했다. 천진한 하늘마음이 이런 것일까. 금세 하늘마음으로 물들이는 마력이 있다.

원광어린이집의 원아들은 '지금 이 순간 마음대조 공부하자'라는 슬로건으로 마음공부에 몰두했다. 우리의 마음은 원래 요란하지도, 어리석지도, 그르지도 않음을 인식시키고 경계를 따라 일어난 마음을 바라보게 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의 마음을 보게 하기 위해 경계를 알고 일단 멈추며 경계 따라 일어난 마음을 지켜본다. 그리고 원래 마음에 대조하여 본래 마음으로 훌륭하게 행동하는게 귀결점이다.

이러한 마음공부의 결과물을 원광어린이집은 매년 '동글둥글 우리가 원광이래요'라는 제목으로 책을 발간해 오고 있다. 특히 올해로 11집을 발간해 인성교육의 묘미를 살렸다. 원아들에게 마음일기 경계는 형이나 동생과의 싸움, 장난감, 아빠와 엄마, 본인이 하고 싶은 것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꼬마 부처님들의 마음일기

향기반의 고세희 원아는 '장난감'이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기재했다. "눈이 많이 와서 동강 둔치에 눈놀이를 하러 가려고 아빠 차를 탔다. 차안에서 오빠가 장난감 가지고 놀이를 했다. 나도 갖고 싶어서 오빠한테 '빌려 달라'고 예쁘게 말했다. 오빠가 '알았어'하며 장난감을 주니 기분좋은 경계다. 오빠 '고마워'하고 말했다"라고 표현했다. 단어를 선택하는 언어속에 예쁜 마음들이 그대로 묻어났다.

'안마'라는 제목으로 일기를 쓴 이우영 원아의 일기는 제법 어른스럽다. "저녁을 맛있게 먹고 TV를 보고 있는데 아빠가 '우영아 등 좀 밟아 줄래'라고 말씀하셨다. 나는 재미있는 TV를 계속 보고 싶은 마음에 아빠 등을 밟아주기 싫은 경계가 왔다. 그런데 경계 마음을 멈추고 생각하니 아빠 허리가 많이 아파서 일을 못할까봐 걱정이 되어 마음을 돌려 등을 밟아 주었다. 아빠가 '우영아 고마워'라고 말하니 나도 기분이 좋았다"고 밝혔다. 우영이의 마음을 살피듯 선생님은 "텔레비전을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아빠가 부탁을 하니 싫은 경계가 컸을텐데 아빠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으로 경계를 멈추고 마음을 돌린 우영이는 정말 훌륭합니다"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처럼 원아들은 자연스럽게 마음에서 일어나는 '경계'를 인식하고 예쁘게 말하고 기분 좋은 경계로 승화시키고 있었다. 특히 하기 싫은 경계를 우영이가 마음을 멈추고 생각하며 돌리는 힘은 놀라웠다.

영월에 20년째 근무하며 16회 졸업생을 배출한 김성희 교무는 "우리 아이들은 마음세계를 안다. 마음을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에 마음의 눈이 떠졌다"라고 말했다. 그는 "유아 교육을 장기적으로 하다 보니 인성교육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며 "자모들을 마음공부로 만나다 보니 자녀들이 변하고 가정이 변화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오히려 자녀들이 부모에게 마음공부를 시킨다고 한다. 가령 엄마가 화를 내면 "엄마 화가 안 멈춰져요? 화나는 마음을 하트마음으로 돌리세요"라고 말할 정도다. 마음공부를 모르는 원아들 가정에 경계를 인식하는 공부 바람이 불고 아이들은 마음공부의 지자(智者)가 된다고 귀뜸했다. 순수한 원아들을 통해서 가정의 변화가 일어난 것이다.

마음을 바라보고 자제하는 힘을 기르는 인성교육은 원광어린이집이라는 교육환경속에서 특성화된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원아들은 서로 싸우다가도 경계라는 말만 들으면 마음을 멈추는 게 어른들보다 훨씬 빠르다. 그리고 마음공부로 늘어난 것은 집중력과 배려심이다. 특히 배려하는 마음은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보기 드문 현상이다.

여순희 주임교사는 "새학기가 시작되면 엄마품에만 있던 아이들이 신입생으로 들어오게 된다. 단체 생활을 처음 접하는 아이들은 처음에는 서로 감정조절이 안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지나면 자연스럽게 마음과 관련된 단어를 사용하게 된다. 친구들끼리 자연스러운 대화 '멈춰야지!'할 때는 대견스럽고 오히려 아이들을 통해 배운다"고 말했다.

원아들은 거울처럼 순간순간 놓친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눈과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환해지는 것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교실을 내려오는 계단에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덕분입니다' '미안합니다'라는 글귀가 언어가 아닌 진심으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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