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시행은 됐는데 교화는 어떻게

학교폭력의 이슈화와 주5일제 전면시행은 교화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본사에서는 학교폭력과 주5일제 시행에 따른 '청소년과 어떻게 함께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1주는 청소년 교화박람회, 2주 주5일제 시행과 교당의 대응, 3주 원창학원 인성교육 좌담, 4주 위기청소년과 소통에 대해 알아본다.

2004년 월1회 놀토(학교를 쉬는 토요일) 시범 실시로 시작한 초·중·고등학교의 주5일 수업제가 올해부터 전면 확대 실시됐다. 종교계에서는 주5일 수업제 도입에 따라 청소년들의 종교활동 역시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이에 따른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변화에 맞게 교화 방법 전환 필요,

절수행·명상프로그램 관심 많아


주5일제 시행에 종교계는 기대 반, 우려 반

거의 모든 종교에서는 현재 청소년 교화를 미래 교화성장의 동력으로 보고 청소년 교화에 관심과 노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더욱이 근래 청소년인구가 감소 추세에 있고, 이들의 종교활동 역시 감소하고 있는 추세여서 주5일 수업제 시행에 따라 청소년 교화에서 종교들 간 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제도의 확대 시행에 따라 종교계에서 가장 기대하는 부분은 청소년들의 여가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여가시간이 많아진 만큼 종교활동에 할애하는 시간 역시 늘어날 수 있다는 게 종교계의 계산이다.

학교에서도 학생들을 위해 방과후 학교와 같은 프로그램들을 준비하고는 있지만 그 참석율이 낮아 학교가 아닌 외부활동을 선택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교육과학기술부는 주5일 수업제 전면시행 이후 두 번째 토요일인 10일 전체 학생의 13.4%인 93만 5천여 명이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이는 첫 토요일인 3일의 61만 8천여 명보다 늘어난 수치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낮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오히려 제도 시행으로 청소년들의 종교활동이 위축될 수 있다는 조심스런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업일수는 줄었지만 학생들이 이수해야 할 수업시간은 변화가 없어 주중 교과 시간이 늘 수밖에 없고 그 여파가 주말에도 미칠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또 주5일 수업제 전면 시행 후 주말에 학원을 찾는 학생들의 수가 크게 늘면서 오히려 학생들의 여가시간은 더욱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시행 후 이제 겨우 2주가 지났지만 대치동 학원가에는 주말 단과 특강이 크게 증가함은 물론 정식 허가도 받지 않은 채 학원에 침대를 들여놓는 불법기숙학원까지 등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쯤 되면 종교가에서는 "청소년 교화에 있어 가장 강력한 경쟁상대는 다른 종교가 아닌 학원이다", "'주5일제 특수'는 고사하고 있는 청소년들마저 학원에 빼앗길 판"이라는 푸념이 나올만도 하다.

여기에 주말을 이용한 가족여행 역시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청소년 교화 여건은 더욱 팍팍해질 수도 있다.

변화 서두르는 이웃 종교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일시적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이다. 고등학교에 재직 중인 A교사는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는 근본적인 틀이 변하지 않는 한 청소년들이 여가시간을 이용해 각자의 재능을 발견하고 능력을 개발할 수 있는 주5일 수업제의 본래 취지는 달성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고에 재직 중인 B교사 역시 "1, 2학년의 경우 주말 방과후 학교라든지 독서프로그램을 운영해 참여를 유지하고 있지만, 3학년의 경우 기존과 같이 '자율학습'을 진행하고 있다"며 "다른 학교들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현장의 분위기를 전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상황탓만 하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이미 이웃 종교들에서는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교화전략을 짜기 위한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개신교의 경우 각 교회를 중심으로 학생들의 여가생활을 알차게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있다. 유·초등부 아이들부터 중·고등부까지 박물관이나 과학관 등 각종 체험프로그램을 찾아다니는 '에듀 투어'에서부터 청소년들이 부모와 함께 성경을 공부하고 인생에서 지켜야 할 예법을 배우는 학당, 수면·공부·태도 등을 교육하고 학생들의 학습을 자기 주도형으로 이끌며 대학생으로 구성된 선배 멘토들이 이를 돕는 프로그램도 진행 중이다.

불교에서는 주5일 수업제에 대응해 국제선센터에서 지역사회와 함께하기 위해 불교와 수행, 문화, 청소년, 치유와 관계회복, 나눔 등을 주제로 다양한 강좌로 구성된 '불교와 문화 아카데미'를 개강한다. 또 매월 첫 주말에는 참선과 심리상담을 중점적으로 진행하는 청소년 템플스테이 '친구야 저 절로 가자'를 운영할 계획이다.

이밖에도 지난 해부터는 '불교 어린이 지도자 연수회'를 통해 각 사찰의 특성에 맞는 어린이법회 운영 방안을 모색해 오고 있다.

교당별 특색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해야

그렇다면 교단의 대응은 어떨까? 현재 교단에서는 청소년국을 중심으로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각 개별 교당별로도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곳도 등장하고 있다.

청소년국에서는 '토요일은 원불교 가는 날'을 명사화하고 자기성장을 돕는 원불교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함으로써 청소년교화의 기회를 확대하고 전기를 만든다는 입장인데 프로그램의 형태는 다른 종교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마음공부(시리우스, 일기감정)와 원학습코칭, 예절 및 다도, 원불교 성지순례와 같은 원불교 교단의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프로그램과 더불어 문화활동으로는 공연관람과 박물관 투어, 자기계발활동에는 독서 후 독후감 쓰기와 발표는 진행하는 독서캠프, 악기 교습, 봉사활동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일부 교당은 토요학교를 개설해 청소년 교화에 힘쓰기도 한다. 부산교당의 경우는 청소년희망숲과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중국어·한자 교육 및 요가·명상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리교당은 마음공부를, 동영교당은 진로교육, 전주교당은 또래상담과 원학습코칭, 똑똑해지는 요가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유럽에도 처음 주5일제가 도입될 당시 종교활동이 크게 약화된 만큼 새로운 변화에 맞는 교화 방법의 전환이 필요하다"면서도 "너무 많은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보다 각 교당의 지역적 특색과 재정여건, 교도 구성 등을 고려해 선택해 이를 집중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충고한다.

또 주말 프로그램에 대해 자녀를 믿고 맡길 수 있는 동시에 교육을 병행할 수 있기를 바라는 학부모들의 욕구와 지친 학업으로부터 탈피하고자 하는 학생들의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키는 것 역시 풀어야할 과제 중 하나다. '주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 사교육비만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 역시 현재로서는 학부모와 학생의 욕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프로그램개발 및 학부모와의 신뢰 형성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휘경여고 양숙진 교사는 "휘경여중의 경우 절수행과 명상과 같은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의 관심이 의외로 높다"며 "이를 잘 개발한다면 교당에서도 청소년들을 충분히 흡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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