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심경화 교도 / 원불교인권위원회 활동가
3월9일 원불교환경연대가 발족하기 전날 나는 탈핵을 위한 1인 시위를 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1주년을 며칠 앞둔 날이기도 했다. 내 모습을 본 교무님께서는 "역시 길거리에 나와 있을 때 생기가 나는 사람"이라며 농담 한마디를 던지신다.

나는 '평화의 친구들'과 사무실을 같이 쓰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내가 평화의친구들 직원인줄 알고 있다. 나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원불교인권위원회 활동가입니다'라고 내 소개를 하는데도 말이다. 한편으론 '평화의친구들 보다 드러나게 활동하는 것이 없으니 그런가 보다'라고 자책할 때도 있었다.

그럴 즈음 언론에서 또 인권단체에서 강정마을에 대한 방송과 이메일이 날아들었다. '평화비행기를 타고 가자'는 말에도 나는 선뜻 용기가 나질 않았다. 주위 사람들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원불교인권위원회도 제주도 지키러 가야 하지 않느냐"며 한마디씩 던질 때도….

그러다 마음을 내어 제주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원불교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인 정상덕 교무님께 "보고도 없이 가느냐"며 질책을 받기도 했지만 "가 봐야 겠다"는 마음이 우선했다.

제주도에 내려가는 날은 마침 5대 종단 성직자들이 모여 '제주도 강정의 평화! 세계의 평화! '라는 주제로 기자회견 및 기도회 일정이 잡혀 있는 날이었다. 원불교에서는 원불교환경연대와 원불교인권위원회가 함께했다.

강정마을은 공항에서 차로 1시간 거리 공항에서 도청까지 또 1시간 거리 우리는 공항에 내려 강정마을로 먼저 향했다.

도청 앞에서 있을 기자회견과 기도회를 하기 전에 구럼비 바위를 먼저 보아야 할 것 같았다.

서울에서 그저 강정마을의 소식을 들을 때는 몰랐다. 사람들의 욕심이 얼마나 오만 한 것 인지를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나는 아직 제주도의 절대보존지역인 구럼비 바위를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훗날 꼭 보여주고 싶을 뿐이다.

구럼비 바위 길이는 1.2Km 30여 개의 용천수가 솟아오르며 멸종위기의 동식물이 살아 가고 있는 절대보전지역으로 정해졌지만 해군과 언론에서는 흔한 바위라 치부하며 훼손을 일삼고 있다.

나는 그곳에서 구럼비 바위의 외침을 들었다. '나를 아프게 하지 말라'고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자연'이라고 누군가는 말한다. 구럼비도 이 땅의 주인이라고 우리가 그렇게 할 권리는 없다고….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머리가 백발이 되신 어르신들은 차디찬 바닥에 앉아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모두 한목소리로 외친다.

"우리 삶의 터전을 파괴하지 말라"고.

그러나 안타까운 현실이 일어났다. 서울에서 내려온 차관들과 우근민 제주도지사, 강정마을대표들의 면담은 결렬됐다.

차관들의 입장은 '어떠한 경우라도 공사는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 뿐이었다'고 한다. 3시간여를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렸던 마을주민들의 마음은 허탈감 뿐이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제주해군기지 건설공사측은 19일 구럼비 해안 너럭바위에 대한 발파가 기습적으로 실시했다. 구럼비 해안 너럭바위에 대한 발파는 20일 실시될 것으로 알려졌지만 하루 앞당겨 시작한 것이다. 그야말로 일대는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감돌 뿐이다.

원불교인권위원회에서는 '사람에게 인권이 있듯이 모든 생물에도 생명권'이 있음을 말하고 싶다. 어느 누구도 강정마을 주민들과 생물들의 삶의 공간을 함부로 훼손시킬 권리는 없음을….

"울지마요 강정마을!! 힘내요 구럼비!!"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