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난민 신분 유학생
난민 문제 해결 위해 일 하고파

▲ 나스루 양과 파라 양은 삼소회 회원들과의 만남에서 공부를 한 뒤 난민 문제 해결을 위해 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22일 서울 중구 성공회 성가수녀원에서는 삼소회 성직자들과 소말리아 소녀들 간의 특별한 만남이 이뤄졌다.

그 주인공인 앨리버키드 나스루(Aliberked Nasru) 양과 셀리먼 파라(Selieman Farah) 양은 소말리아 난민출신의 유학생이다. 한국이 난민에게 학생비자를 발급해 입국한 것은 이들이 처음이다. 두 소녀와 삼소회의 인연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천주교·성공회 수녀, 불교 비구니 스님, 원불교 교무 등 여성 성직자들로 구성된 삼소회는 에티오피아 여성들을 위해 올해 말까지 100만 달러(한화 약 11억 원) 모금을 목표로 '에티오피아 염소 보내기'운동을 진행 중이다. 그리고 삼소회 회원들은 지난해 현지 실사를 위해 에티오피아를 방문했다가 소말리아 난민촌에서 이들을 만났다.

한국으로의 유학행을 주선한 최은종 교무는 "당시 난민촌 사람들은 에티오피아의 여성들보다도 더 열악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며 "특히 난민촌에서 오랜 기간 생활을 한 사람들은 환경이 너무나 열악해 자녀들의 교육에 대한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고 전한다.

그럼에도 교재도, 교보재도, 심지어 교사도 없는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먼저 배운 학생이 나중에 오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배움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때문에 두 학생의 한국유학은 난민촌에 대단히 큰 충격을 줬다고 한다. 현지 난민촌 관리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아이들이 '나도 공부를 열심히 하면 외국에 나가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아이들에게 희망의 빛을 던져준 것과도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드라마틱한 일이 결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입국허가를 받는 데도 6개월이 넘는 시간이 소요됐다. 또 중간에 처음 오기로 했던 소녀가 개인적 사정으로 입국을 못해 다른 두 명을 선발하는 데도 시간이 소요됐다.

최 교무는 "국내에서 난민을 유학생으로 받는 것은 처음이고, 난민촌에서도 기존에 없던 일이라 서류를 주고받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며 "우선은 1년 비자로 들어와 계속 갱신을 해나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 소녀는 삼동인터내셔널의 후원을 받아 원광대에서 학업을 이어나가게 된다. 이들은 삼소회 성직자들과의 만남에서 "공부를 해서 나만을 위해 쓰는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은 난민이 생기지 않는 일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