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력 증가 위해 약초요법 필요합니다"
자연농법으로 재배, 철저한 관리
20여종 항암 관련 약초 호응

▲ 허은선 대표.
경남·전남·전북의 3개도에 걸쳐 있는 품 넓은 지리산. 모든 생명들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안개 낀 남원 동마골을 찾아들어 가는 길이 그랬다. 고즈넉한 구불 길의 정취는 속내를 시원하게 한다. 느린 거북이 마냥 찬찬히 달려 도착한 '지리산 약초'의 주변 풍광 역시 차분한 마음을 갖게 했다.

진돗개의 반가움을 뒤로 하고 약초학교에 들어서자 허은선 교장이 차 한 잔을 내 놓는다. 유근피, 싸리나무, 겨우살이 등 20여 가지가 조화된 약초차다. 담담하면서도 향긋한 향이 입안에 가득했다. 그의 이야기를 계속 듣다보니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향의 비밀은 자연농법에 있는 것을 알게 됐다.

"2005년 남원이 허브 특구가 되면서 토종 약초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어요. 허브 육성위원으로 있으면서 농약과 제초제가 차단된 땅을 찾아 다녔어요. 1년 뒤 자연농법으로 약초를 재배하기 위해 이곳에 정착하게 됐습니다. 약초밭 주변에는 적송 숲으로 둘러 싸여 있고 기온 역시 여름과 겨울이면 시내보다 3∼4℃ 낮습니다. 자연 환경도 약초의 효능에 영향을 끼친다고 봅니다."
▲ 단삼밭.
그가 자리한 동마골의 613,800㎡ 안에 재배되고 있는 것은 심혈관 치료에 사용되는 단삼, 항암효과가 뛰어난 백화사설초(백운풀), 자궁근종 등에 효과가 있는 반지련, 사스(SARS) 예방약의 원료가 된 판람근, 토종 박하, 신장결석에 쓰이는 연전초 등 20여 가지다. 1년 안에 소비되는 양만 생산한다.

"거의 항암 관련 약초들을 재배하고 있습니다. 백화사설초는 원산지인 중국과 제주도 한라산과 저희들이 백운산 습지에서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이미 국내외 연구에서 그 효능이 증명된 바 있습니다. 백화사설초는 육종을 거쳐 농가에 보급되고 있습니다. 탄시논(tanshinone) 성분이 많은 것으로 판명된 단삼은 생리불순을 겪고 있는 여성들에게 효과적입니다. 단삼에 강황이 함께 첨가된 경우에는 폐경기 여성들이나 남성들의 전립선 비대증에 효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는 이곳에서 재배된 약초로 암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폐암에 걸린 지인의 친정 어머니를 항암치료에 들어갈 수 있는 몸 상태로 만든 사례를 비롯, 아는 공무원의 부친이 암세포가 뇌까지 전이 된 상태를 완화시킨 내용들이다. 믿기지 않을 내용들이지만 이런 사례들은 각 지역에 분포되어 있다. 여기에는 2006년 설립된 농업회사법인 (유) 헤스(Herb Energy System)이사들의 협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지리산 약초차.
"약초 요법을 민간요법으로 치부하기보다 항암치료를 하기 전 면역력 증가를 위해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암이 전이가 되면 완화시키기가 무척 힘이 듭니다. 환자 가족들이 약초에 대한 믿음이 있을 때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김기승 전무이사는 수긍한 듯 고개를 끄떡였다. 김 이사는 10년 전 통풍을 계기로 약초에서 해결 방법을 찾았다. 봄부터 11월까지 계속되는 약초작업에 정성을 기울이는 까닭이다.

"약초를 통해 질병이 개선되거나 낫거나 했을 때 보람됩니다. 항암 치료로 인해 탈모, 구토, 오심이 왔을 때 약초요법은 그 고통에서 해방시켜 줍니다."

김 이사의 찬찬한 모습을 지켜보던 그는 이내 생산된 약초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유)헤스 이사들과 함께 좋은 약초 생산을 위해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이로인해 '지리산 약초' 제품은 꽤 알려져 있다.

"지리산의 풍부한 햇살과 맑은 바람으로 키운 약초는 맑은 물로 깨끗하게 씻습니다. 그런 후 제품화 시켰어요. 이 약재들을 유명한의원에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약국에서도 제품들을 소비하고 있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이 제품들은 저희들이 직접 자연의농법(自然醫農法)으로 재배했고 철저히 관리했기에 믿을 수 있습니다."
▲ 단삼.
그렇다고 그가 약초 재배와 제품 생산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다. 외부 강의는 1주일에 4∼5일 할 정도로 유명 약초전문 강사다. 농촌경제연구원 리포트와 국립종자원의 민간육종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산림인력 개발원, 공무원 교육원, 각 도청, 농업기술센터, 전라북도 도교육청 산하 시설, 전국 농협관계자, 남원시청의 평생학습 등, 많은 시민들에게 약초를 이용한 민간요법과 다양한 건강법을 교육시키고 있다.

"최근 임실군 농업기술센터 주관으로 열린 제1차 여성아카데미 교육을 실시하면서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약용식물을 소개했어요. 주부들이 많았던 관계로 청미래 덩굴 뿌리인 토복령과 쇠비름을 먹는 방법 등에 대해 알려줬어요. 토복령은 수은과 중금속을 배출시키는 효과가 탁월하며 쇠비름은 몸속 노폐물을 제거하면서 피부를 맑게 하는 디톡스 효과가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주부들에게 몸을 살리는 약초를 알리기 위해서죠."

국내 첫 약초 육종가인 그는 외부 강의가 없는 날에는 약초 육종에 정성을 기울인다. 국립종자원 민간 육종가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지리산과 만난 약초를 육종하는데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약초에 관심을 가진 것은 20여년이 넘습니다. 약초 여행과 약초 육종을 하면서 다양한 약초를 접하게 됐어요. 제 관심 분야인 육종에 오롯이 매진 할 수 있었던 것은 (유)헤스 이사분들과 지리산 약초학교 및 건강 약초교실 수료생들의 도움이 한 몫했습니다. 앞으로 육종한 약초들이 토착화 되기 까지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약성을 올린 육종 종자들의 범위를 확대해 더욱 더 종자수를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그는 연구를 마치면 매끼 반찬도 이곳에서 자라는 식물들로 거의 해결한다. 자급자족 하고 있다는 표현이 옳을 듯 싶다. 한마디로 힐링 푸드다. 그만큼 자연스러움이 그의 몸에 배어 있다.

그가 점심시간에 내놓은 쑥과 약초물로 반죽해 만든 쑥떡이 향기로운 이유를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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