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잘 대처하고 있는가

▲ 안강교당 일원가족 사진전시회 중 활불가족.
얼마전 공영방송인 EBS에서 "OO이 달라졌어요" 시리즈를 연속 방영한 적이 있다. 그 중 '남편이 달라졌어요'에서는 남편들의 유형을 7가지로 나눠 놓았다. 문제회피형, 사회생활 우선형, 아내 무시형, 눈치형, 인정받고 싶어하는 형, 말로 상처주는 형, 자기중심형의 사례들이었다.

이러한 내용들은 우리 사회의 급격한 성장을 통해 정치, 사회, 경제, 문화에 많은 변화를 겪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양한 변화는 성숙되지 못한 채로 사회의 기본 집단인 가족에게로 파급됐고 이는 인성에까지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 시키고 있다. 가족들은 이혼, 가정폭력, 청소년 비행, 맞벌이 가족, 노부모 부양 등 기존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회병리현상으로 인해 몸살을 앓고 있다. 가장 가까운 타인인 부부관계 역시 갈등구조가 만연되고 있다. 이로인해 가족구성원들간에 상처를 남기게 됐다.

이와 관련, 가족문제를 국가적인 복지로 해결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가족이라는 밀실까지 국가가 손을 뻗기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사회 자체 자정능력을 위해 1차적으로 종교에서 치유의 손길을 펼쳐야 한다. 신도나 교도들을 위한 사회복지적 시스템 구축은 국가 이전에 종교가에서 먼저 실험되어져 그 구조가 탄탄해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방안으로 종교가에서 실질적으로 가족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역사적으로 볼때 종교제도의 근본 단위는 가족이었다. 종교는 결혼한 부부에게 도덕적인 지침을, 갈등이 있는 곳은 그 갈등의 감소를, 그리고 인내와 조절의 기능을 지침해 주었다. 종교 자체가 가족제도의 정당화와 가족을 보호하려는 경향을 가진 것이다.

종교활동의 참여 역시 심리적, 정서적 안정을 찾게 해 준다. 이것은 종교의 큰 특성 중 하나다. 또한 개인이 아닌 가족단위의 종교활동은 가족구성원들간의 긴장과 갈등을 해소해 가족 응집력, 적응력을 강화시켜 준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현대사회에 와서 종교는 다양한 양태의 가족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부족인 것 같다.

EBS의 '남편이 달라졌어요' 프로그램은 여러 방면의 전문가들이 사례자들의 치유를 관찰하는 장면들을 매우 체계적이고 질서정연하게 정리했다. 이것을 종교계에서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이와함께 종교 교리에 바탕한 다양한 가족의 상처치유는 어렵다 하더라도 또 다른 해결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문제 현상을 처리하는 급급한 제도적 대응이 아니라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 놓아야 한다고 본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