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성 교무의 '소태산대종사 생애 60가지 이야기'

▲ 소태산대종사 전법게송을 설할 당시의 경진동선 기념 사진.
▲ 소태산대종사가 전법게송을 설할 당시에 칠판에 받아 쓴 송도성.
경진동선이 한창 진행 중이던 원기26년 1월28일 오후8시, 공회당 선방에서 소태산대종사가 송도성에게 "칠판 한 가운데 줄을 치고 오른쪽에 게송을 쓰라"며 불러 주었다.

"게송(偈頌)
유(有)는 무(無)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至極)하면
유와 무가 구공(俱空)이나
구공 역시 구족(具足)이라."
송도성이 게송을 다 쓰자 소태산대종사는 이어 "칠판 왼쪽에는 동정간 불리선을 쓰라"며 불러주었다.

"동정간 불리선(動靜間不離禪)
육근(六根)이 무사(無事)하면 잡념(雜念)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六根)이 유사(有事)하면 불의(不義)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라."

송도성이 동정간 불리선에 대하여 다 쓰자 소태산대종사는 제자들에게 "유는 무로 무는 유로 돌고 돌아 지극하면 유와 무가 구공이나 구공 역시 구족이라"고 게송을 내리신 후 설명했다.

"옛 도인들은 대개 임종 당시에 바쁘게 전법게송을 전하였으나, 나는 미리 그대들에게 이를 전하여 주며, 또는 몇 사람에게만 비밀히 전하였으나, 나는 이와 같이 여러 사람에게 고루 전하여 주노라. 그러나, 법을 오롯이 받고 못 받는 것은 그대들 각자의 공부에 있나니, 각기 정진하여 후일에 유감이 없게 하라.

유는 변하는 자리요 무는 불변하는 자리이나, 유라고도 할 수 없고 무라고도 할 수 없는 자리가 이 자리며, 돌고 돈다 지극하다 하였으나 이도 또한 가르치기 위하여 강연히 표현한 말에 불과하나니, 구공이다 구족하다를 논할 여지가 어디 있으리오.

이 자리가 곧 성품의 진체(眞體)이니 사량(思量)으로 이 자리를 알아내려 하지 말고 관조(觀照)로써 이 자리를 깨쳐 얻으라. 유와 무가 돌고 돌아 구공이 되고 구족이 되는 이치를 깨치게 되면 우주의 주인이 되고 걸리고 막힐 것이 하나도 없는 것이다.

임운등등(任運騰騰)하고 등등임운(騰騰任運)하게 세상을 자유자재로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성현이 전법게송을 내릴 때에는 중음신(中陰神)들이 문고리만 잡아도 제도를 받게 되는 것이다."

제자들은 소태산대종사의 게송법문을 엄숙하고 경건하게 받들면서도 한편으로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옛 도인들은 게송을 설하면 곧 열반 길을 떠난다던데, 그러나 종사주께서는 아직 몸도 건강하시고 나이도 많지 않으시며 할 일도 많으시니 열반하시지는 않으실 것이다. 그래도 혹시 이렇게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두고 떠나시면 이 일을 어떻게 해야 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 자신을 꾸짖었다.

'내가 괜히 요망스러운 생각을 다 하는구나, 종사주께서 벌써 열반하실이야 없지.'
소태산대종사는 게송에 대하여 말씀하신 후 다시 제자들에게 말했다.

"한 가지 더 말해 줄 것이 있다. 그대들이 어려운 세상을 살아갈 때에 동정간에 항상 선(禪)공부를 계속하는 법 곧 동정간 불리선법을 가르쳐 주겠다.

우리의 육근에 일이 없을 때에는 모든 잡념을 제거하고 일심을 양성하며, 육근에 일이 있을 때에는 불의를 제거하고 정의를 양성하라는 것이다.

누구든지 이대로만 살아간다면 언제 어디서든지 항상 선(禪)공부를 떠나지 않고 날로 달로 선업을 쌓아가게 될 것이다."

소태산대종사가 게송을 설할 때 정성숙은 이리 시내 남중동에 있는 사가 집에 다녀오느라 게송을 받들지 못했다. 정성숙이 총부로 돌아오자 소태산대종사가 어린 성숙에게 자세히 게송을 설해 준 후 말했다.

"큰 불보살이 게송을 내릴 때에는 아수라들이 제도 받으러 모여든다. 그때에는 문고리만 잡아도 제도 받는다. 성숙이가 혼자서 내 게송을 들었으니 복이 참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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