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건강은 주부가 챙겨야 합니다"
수작업으로 만들어진 전통식품
된장, 찹쌀조청고추장 등 인기

▲ 참살이 안골식품 전경.
▲ 노현명 대표.
시골길을 달리다 보면 유난히 편안한 곳이 있다. 판치저수지를 지나 도착한 진안군 마령면 덕천리 안골이 그랬다. 바람결에 날려 온 꽃향기를 맡을 수 있다는 자체만 해도 행복했다. 이런 행복의 원천은 주변 풍광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서 좋은 먹거리를 생산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8년 전 전통음식을 연구하기 위해 이곳에 정착한 노현명(57) 참살이 안골식품 대표 역시 이런 마음이었을지 모른다.

"결혼 후 가족의 건강을 생각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자녀들이 자립해 직장을 다니는 관계로 마침내 시골에서 살 수 있는 기회가 왔어요."

그가 포도농사를 짓던 시이모부의 땅과 집을 매입하게 된 것은 아파트에서 메주를 띄워도 전통 맛을 살릴 수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담는 된장과 고추장을 눈여겨 보았던 그는 그 맛의 원인이 흙집 기운에 있음을 알게 됐다.

"이사를 와서 3년 까지 콩을 심는 등 집 주변을 정비해 나갔습니다. 2005년 11월에는 맛있는 된장과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 진안군 보조와 자부담으로 황토방 건축을 시작하게 됐죠. 그 이듬해 5월에 사업자 등록을 하면서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이로인해 그의 정성이 어린 된장, 찹쌀고추장, 찹쌀조청고추장, 생청국장, 분말청국장, 조청이 차례로 탄생하게 됐다. 김부각도 예외는 아니다. 모든 제품이 수작업으로 이뤄지는 관계로 고객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그만큼 고객들의 건강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먹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공기도 중요하지만 먹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재배된 곡식으로 만들어진 발효음식이 좋은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꾸준히 먹다보면 건강에 유익합니다. 저 자신도 면역계 과도반응으로 나타나는 알러지가 깨끗이 없어지는 경험을 했어요. 주변에서 얼굴이 참 맑아졌다고 합니다."

그는 '건강을 지키는 현장을 보여 주겠다'며 항아리가 진열되어 있는 바깥으로 안내 했다. 항아리는 햇빛이 잘 들고 통풍이 잘 되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항아리 속에 있는 된장과 간장은 제대로 숙성된듯 했다. 그는 장을 담는 과정을 소개했다.

"콩은 직접 재배하기도 했으나 이제는 판치마을과 계약 재배 한 엄선된 국산 콩을 사용합니다. 그 다음 품격있는 된장과 간장을 만들기 위해 몇 단계 과정이 필요합니다. 먼저 가마솥에서 5시간 동안 삶은 콩으로 메주를 만듭니다. 메주는 황토방에서 발효와 건조를 거친 다음 청정수와 비금도 천일염으로 장을 담아 관리합니다. 그런 후 된장과 간장으로 분리하여 숨 쉬는 항아리에 숙성시키고 있습니다."

5년째 접어든 된장은 황금색으로 빛났다. 간장 또한 어떤가. 짙으면서도 맑았다. 그러나 간장은 바로 김부각에 사용되는 관계로 오래된 간장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김부각은 국내산 김과 찹쌀 등이 주원료다.

"담백하고 맛있는 김부각을 만들기 위해서는 조선간장만으로 조미합니다. 찹쌀죽을 끓일 때 조선간장으로 간을 맞추죠. 그런 후 김에 찹쌀죽을 바르고 참깨 고명을 찍어서 말립니다. 고객들은 옛날 어머니가 해주신 맛이라고 좋아합니다. 부각도 먹어본 사람들이 잘 먹습니다."

그는 전화로 튀긴 김 부각을 찾는 손님들을 위해 튀기는 방법을 자세히 안내하고 있다. 그만이 가질수 있는 자상함이다. 이어 그의 안내에 따라 저온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찹쌀조청고추장을 보게 됐다. 조청으로 인해 햇빛을 피하는 이유다. 이것은 그의 연구 결과물이다. 국자에 퍼 올린 찹쌀 조청고추장은 붉으면서도 윤기가 드러났다.

"찹쌀조청고추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 기른 엿기름과 찹쌀로 식혜를 만들어 건더기를 건져냅니다. 그 국물을 조려서 조청 정도가 되었을 때 고추가루, 메주가루, 소금을 넣습니다. 60일 숙성되면 먹을 수 있습니다. 소스 등에 사용하면 좋습니다. 이와달리 찹쌀을 빻은 재료를 사용할 경우 고추가루가 덜 들어가고 단맛이 덜합니다."

그는 고객들의 가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찹쌀 고추장도 출시하고 있다. 요리에 적합한 찹쌀 고추장은 단연 인기다. 그의 수고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건강한 간식거리로 좋은 조청 만들기는 그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제품 중 하나다.
▲ 안골식품에서 만든 제품들.
▲ 생청국장이 조청과 어울리면 맛이 배가된다.
▲ 잘 숙성된 간장.
그와 대화가 마무리가 되기도 전에 한켠에서 음식상이 차려졌다. 점심시간이 된 것이다. 상 위에는 주변 산에서 채취한 땅두릅과 두릅전을 비롯 취나물무침, 더덕무침이 등장됐다. 물론 판매되고 있는 제품인 청국장찌개와 튀겨낸 김부각이 선보였다. 이내 청국장에 관심을 보이자 그는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청국장찌개와 된장찌개의 거품에 대해서도 비교하여 설명했다.

"청국장찌개 거품은 그대로 두는 것이 좋습니다. 실같이 늘어나는 것이 거품화 된 것입니다. 걷어 내려고만 하니 아쉽습니다. 이와달리 된장찌개는 거품을 걷어내야 합니다. 메주를 띄울 때의 곰팡이류로 볼 수 있으니까요."

그의 설명을 듣고 청국장찌개를 먹으니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믿을 수 있는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 일주일에 2번 정도 황토방에서 청국장을 띄우는 열정을 보인다. 약 3일 걸리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분명 사명감이 뒷받침 되어 있다.

"청국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콩을 충분히 불린 후 4시간 삶습니다. 삶은 콩은 40℃이하에서 발효시킵니다. 너무 온도가 올라가도 안됩니다. 이때 만들어진 효모균은 발암물질을 감소시키고 유해물질을 흡착해서 몸 밖으로 배설 시키므로 건강에 유익합니다. 청국장을 맛있게 요리하기 위해서는 돌 절구통에 청국장을 넣고 나무 절구공이로 찧습니다. 좋은 효모균의 보존과 정성을 더하기 위해서죠. 그렇더라도 발효식품 보급을 위해 주부들이 먼저 먹거리에 신경을 써야합니다."

그는 아무리 좋은 발효 식품이 있더라도 주부들이 나서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바쁜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제대로 된 발효식품에 관심을 가진다면 자녀들의 건강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가족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마음이 앞섰으나 이제는 제품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제대로 된 발효 음식을 잘 먹게 하는데 있습니다. 여기서 움직인 만큼 댓가가 주어진다면 열심히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후식으로 생 청국장을 내 놓았다. 조청에 섞어 먹으니 이 또한 별미였다. 창밖을 보니 정면으로 명승 제12호인 마이산이 보였다. 마치 소풍을 온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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