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고 밉고 참마음 아닙니다"

▲ 마음일기를 발표하는 모습이 천진하다.

세찬 비바람에 자목련이 뚝뚝 떨어지는 날 영광을 찾았다. 4월의 그 아름답던 꽃잎들이 떨어졌다. 그리고 다시 길위에 꽃길을 만들었다. 봄비 덕분에 어느새 나뭇가지에는 연푸른 새순이 한껏 피어올랐다. 그대로가 푸르름의 잔치였다. '신록예찬'이 저절로 탄성을 지르게 했다.

대종사의 탄생과 구도, 대각의 기운이 머문 영광땅. 대종사는 7세에 하늘을 보고 의심을 걸었다. 어린 대종사는 산신령을 만나기 위해 삼밭재 마당바위에서 기도 정성을 올렸다. 비가 오고 눈이 와도 하루도 빠짐없이 5년간을 일관했다. '이렇게 비바람 치는 날에도 오르셨겠지'하는 생각이 일자 가슴이 먹먹해져 왔다.

줄을 서야 들어가는 어린이집

그리움을 뒤로 한채 대종사의 어린시절 또래의 원아들이 있는 영광 원광어린이집에 도착했다. 동심이 가득한 어린이집에서 14년째 근무하는 이애영(법명 원철)원장으로부터 안내를 받았다. 이 원장을 본 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어머니의 품처럼 친절함과 세심한 배려가 그대로 묻어났다.

그는 "오래 근무하다 보니까 어떤 교무님이 새로 부임하셔도 어린이집을 일관성있게 이끈다"고 말했다. 매주 월요일 마음공부와 월·수·금요일에 이루어지는 아침조회와 목요일 저녁모임도 꾸준하게 진행되고 있다. 어린이집 교사들과의 유대는 원아 교육과 자모들에게 그대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는 "영광 원광어린이집에 들어오려면 12월에 학부모들은 이틀전부터 줄을 선다고 한다. 현재도 대기하는 원아생이 15명에 이른다. 하지만 1명도 변동이 없어 대기자 부모들은 애를 태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교사, 총무, 원감을 거쳐 작년부터 원장이 됐다. 이런 이력 덕분에 원아들과 교사들의 마음을 세심하게 배려할 수 있다. 유아교육을 전공해 교사들 심리와 아이들의 상황을 구석구석 살필 수 있는 게 강점으로 작용했다. 군단위에서는 교사를 구하기가 어렵기에 우수교사 확보 차원에서 주공아파트를 마련해 숙소를 제공한다. 1학기 단위로 교사들이 교구 만들어 평가 시상할 정도로 교사들이 능력발휘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있었다.

영광교당 김성수 교무도 "올해 부임해서 보니까 이 원장이 재가 교도로서 자격요건은 물론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었다. 직접 자녀를 키워본 입장에서 원아들을 자식처럼 대하며, 직원들과 소통하고 관리하는 능력도 탁월하다"고 거들었다.

외부에서 손님이 오면 원아들이 조용하고 차분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한달 전에 전라남도 감사를 받을때도 교육 환경이 쾌적하고 운영면에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가 잘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끊임없이 재투자를 한 결과다.

▲ 마음공부 시간에 뿌리반 원아들이 귀를 쫑긋하며 듣고 있다.

 


부모와 부처님 마음으로 대하기

식단은 인스턴트 음식을 사용하지 않는다. 친환경만 고집한다. 이 원장은 "개인이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아니고 교당과 함께 하기에 자모들 사이에 신뢰가 쌓이고 입소문이 났다"고 강조했다. 원불교 교법에 바탕해서 원아들을 '부모님 마음으로 대하고 부처님으로 대하자'는 주문을 당당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아들이 마음일기와 그림으로 변화된 내용들을 자모들에게 스크랩해서 보내주면 반응들이 좋다. 이렇게 이룬 결실이 자모단을 형성했다.

만 5세반인 뿌리반에 들어갔다. 윤공주 담당 교사가 자연스럽게 마음일기 시간을 진행했다. 설명기도도 직접 써서 올리는 모습이 능숙해 보였다. 입정의 노래를 부르는 아이들의 모습은 밝았다. "예쁘고 밉고 참 마음 아닙니다. 좋고 나쁘고 참마음 아닙니다. 허공처럼 텅빈 마음 그것이 참마음. 이 마음 속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텅빈 마음으로 부르는 원아들의 '입정의 노래'는 맑은 울림이 있다. 마음을 맑히는 위력이 있었다. 순수한 에너지를 발산했다. 일원상서원문으로 독경 시간을 가졌다. 일원상서원문을 외우지 못한 원아들은 보고 할 수 있도록 안내를 했다. 일원상서원문을 외운 원아들은 눈을 꼭 감고 독경을 하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이제 마음일기를 발표하는 시간이다. 김주원 원아가 '강아지'라는 제목의 일기를 발표했다. "나는 할머니 집에 갔다. 강아지랑 놀았다. 기분이 좋았다. 그런데 조금 힘들었다. 강아지에게 운동을 시키고 싶었는데 말을 잘 안들으니 경계가 생겼다. 나는 경계가 생각나서 마음을 돌리고 강아지랑 놀았다. 기분이 좋았다."

윤 교사의 문답감정이 이어졌다. 원아들에게 "어떤 것이 경계였죠?"라고 질문을 던졌다. 원아들은 "강아지요!"라고 큰소리로 대답했다.

원아들은 경계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경계를 알아차리고 마음을 멈추고 돌렸다. 아이들의 마음공부는 복잡하지가 않았다. 단순하고 명료했다. 마음을 바라보는 속도 역시 빨랐다.

원아들을 지도하던 윤 교사도 마음공부에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처음 온 친구들은 짜증을 내고 싸우는 일도 생기는데 마음일기를 쓰면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경계가 생각나서 참았다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전반적으로 많이 차분해졌다"는 교육의 효과를 자랑했다.

잠시 쉬는 시간, 마음공부를 마친 원아들이 내 주변을 둘러쌌다. 낯선 이방인에 대한 호기심 어린 눈망울로 쳐다봤다. 원아들의 눈높이에 맞는 질문이 쇄도했다. "교무님이세요?, 머리를 왜 그렇게 꽉 묶으셨어요, 볼이 통통하네요, 왜 웃으시나요?" 등 그냥 보여지는 모든 것들이 물음표(?)로 작용했다.

그런데 원아들의 질문을 받는 내내 마음이 착해짐을 느꼈다. 어린 대종사가 하늘 보고 의심한 것처럼 원아들은 허공처럼 텅빈 마음을 선물로 가득 안겨주었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