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학병진, 일과 경계 속 탁월한 수행법"
동정 떠나지 않는 삼학, 현대에 맞는 공부
쓸모있고 활력 있는 육근 양성해야

대각개교절 봉축행사가 진행됐던 지난달, 법잔치가 열려 무명에 가려있던 마음들을 점검토록 했다. 4월24일 반백년기념관에서 진행된 교리강습에 '삼학'을 주제로 원불교대학원대학교 허광영 총장이 나섰다. 그는 "대종사의 삼학은 경계 속에서 단련하는 산 공부로, 물질문명의 거대한 힘 앞에서 능히 스스로 정신을 차려 지혜롭고 원만하게 심신작용을 할 수 있도록 경륜을 펼쳐줬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의 삼학은 자성의 정, 혜, 계를 세우는, 오염수에 흐르지 않는 수행이며 생활을 떠나지 않고 남녀노소 선악귀천을 막론하고 쉽게 닦아가는 대법이다"며 "정신수양, 사리연구, 작업취사를 병행해 가장 원만한 인격을 양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세상에는 마음수련 단체와 수행 관련 서적이 많고 마음공부를 가르치는 선생들이 많은데 '원불교의 삼학을 공부 합시다'라고 외칠 때는 우리만의 탁월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세상의 요령적인 삼학과 다른, 자성의 정혜계 수행을 통해 일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간단 없는 삼학공부로 해야 한다. 일과 경계에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여유, 지혜, 원만한 취사력을 스스로 확신하고 확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삼학병진이 산만한 수행이 아니라 수양, 연구, 취사가 서로 바탕이 된 상보적 관계로 오히려 쉽고 빠르게 원만한 인격을 이루는 법임을 실증으로 세상에 증명할 때라고 했다.

정신력을 쓰며 저축하는 삼학

그는 "현대는 과거처럼 가마나 말을 타고 다니는 시대가 아니라 자동차, 비행기가 넘나드는 속도의 시대다"며 "이런 속도의 시대에 과거의 걷고 뛰고 가마 타던 방식으로 산다면 우리의 생명을 보존할 방법이 없다. 차가 시속 120km를 달리려면 호롱불의 불빛이 아니라 적어도 100~200m 앞을 비쳐줘야 편안하게 갈 수 있듯이 대종사님의 마음공부는 이 시대에 맞게 내놓으셨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세상은 안 보고 안 들으면 괜찮은 데, 좋은 것을 보고 좋은 것을 들으면 욕심을 안 낼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욕망이 들끓는 시대"라고 정의한 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신력을 써야 할 곳은 많은 데 비축할 시간이 없어서 정신수양을 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토로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대종사의 묘법인 '삼학'이라는 것이다.

그는 "대종사는 동정간불리선(動靜間不離禪)을 통해 정신을 쓰면서도 저축하는 공부를 가르쳐 줬다"며 "이것은 원불교 삼학의 특징으로 '무시선법'이다"고 말했다.

일이 없을 때 수행에 대해 그는 "온통 내 마음이 일원상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일원상을 묵상해서 내 안의 분노, 불안, 사심, 잡념, 두려움, 사상(四相) 등을 제거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밭에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잡초가 어느새 무성하다. 누가 내 마음 속에 잡념을 키웠는가"하고 되물으며 "우리의 마음 밭에도 너무나 많은 정신적 쓰레기가 쌓여 악취를 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신의 쓰레기를 일소하기 위해서는 그는 "참자, 그냥 살자, 수긍하자는 방식으로 살면 업장의 뿌리가 깊어진다"며 "나의 자성 근본 자리인 일원상으로 들어가 진공 속에서 흔적을 녹여내야 한다. 염불과 좌선은 진공묘유의 마음을 양성하는 시간"이라고 언급했다. 이는 탁구의 기본인 스매싱, 붓글씨의 기본인 체본을 받아쓰는 것과 같아서 염불과 좌선은 정신수양의 기본이라는 이야기다. 기본 기술을 확실히 익힌 후 응용공부를 하라는 것이다.

그는 "수양은 만물을 향해 경외심을 갖고, 부처님을 대하는 마음이 출발점이다. 순간 순간 챙기지 않고 어찌 온전한 신앙과 수행을 할 수 있느냐"며 "온전한 마음공부는 좌선을 통해 오래오래 계속 적공하면 자연스럽게 정력을 얻어 편안하고 행복해 진다"고 진단했다.

그래서 이 '일원상', 선악업보와 모든 고락이 끊어진 내 마음의 고향으로 들어가는데 거금을 주고라도 그 자리에 입선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반면 일이 있을 때는 일 속에 파묻히거나 사로잡히지 않는 공부로 균형을 잡으라고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일을 하다보면 어느새 본래 마음은 없어지고 경계에 노예가 된 마음을 발견하게 된다"며 "일이 있을 때 수양은 생각을 끊는 공부, 찰나 찰나를 착착 끊어내는 공부를 연습해야 한다. 대산종사의 '멈추는 공부'는 앞 생각과 뒷 생각이 윤회하는 심신작용이 아니라 늘 새롭게 빛나는 마음을 갖기 위한 내 마음 주인 찾는 공부임을 명심하자"고 말했다. 이런 공부연습으로 내 육근이 주도권을 가질 때, 주체적, 창의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계에 휘둘리지 않고 물들거나 섞이지 않는다.

그는 "항상 일의 결과에 반성하는 공부가 아니라 그 이전에 내 마음을 컨트롤할 수 있는 자재력, 부동심을 키우고 지키는 공부를 우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정신수양은 일이 없을 때에 정신적 쓰레기를 남김없이 일원상 속에서 해결하고, 일이 있을 때는 빠른 생활(경계)의 속도에 구애됨 없이 내 마음을 자재하는 힘을 기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팎의 공부로 산 경전 보물 캐야

사리연구에 대해 그는 "대종사님이 두 개의 낚시를 주었다"는 말로 안팎 공부를 비유했다. 그는 "내 마음 속 낚시는 의두, 성리로 늘 새겨놓고 마음을 꽉 꿰어야 하며, 한때도 관심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 낚시 하나가 내 마음에 제대로 꽂혀서 몸부림쳐야 한다. 대산종사의 '대적공실'법문이 이 공부시키기 위해 나온 법문이다"고 언급했다. 이를 통해 두터운 묵은 업장이 녹아지고, 흙탕물을 맑은 물로 바꿔 자성광명이 드러날 때까지 적공하자고 했다.

그는 "경계 공부 낚시는 모든 일에 의심을 궁구하고, 탐구력과 창의력으로 연마해야 한다"며 "일사일리(一事一理)가 모이고 모여서 천리, 만리가 돼 어느날 관통(貫通)하게 된다"고 말했다. 즉 이 두 가지 낚시는 안으로 자성을 닦고, 밖으로는 우주에 편만한 산 경전을 일일이 대하며 진리의 소식을 캘 때 보물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의관 확고히 세우는 공부

마지막으로 그는 작업취사가 잘 안되는 이유는 확고한 정의관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고 조언했다. 그는 "정의는 죽기로써 실행하고 불의는 죽기로써 버려야 한다는 것을 몰라서 취사가 안되는 것이 아니다"며 "어떤 경계를 당할 때 이것이 정의냐, 불의냐를 분별하는 내 마음 속의 정의에 대한 바른 견해와 정의를 생명처럼 실천해 가겠다는 확고한 신념을 우선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작업취사는 경계 앞에서 이것이 정의인데 한 번만 불의를 할까 하는 이런 갈등을 일으키거나 망설일 때는 취사의 반절 이상은 실패한다"며 "취사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의 불의의 경계 앞에 갈등하기 이전, 정의는 죽기로써 실천하겠다는 정의관을 확고히 심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말로 정의라고 판단을 내린 후에는 뒤도 돌아보지 말고 추호도 망설임 없이 밀고 나갈 때 성공적인 취사력을 얻을 수 있다"며 "대종사님은 우리들에게 취사력을 기를 수 있도록 '일원상 법어'로 7개의 원상을 주셨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육근의 취사력을 얻기 위해서는 육근의 일원상을 모셔야 한다"며 "심신작용을 할 때마다 각 육근의 일원상 선생을 모시고 가르침대로 실행할 때 육근은 쓸모 있는 육근이 되고 활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건강한 육근을 가지기 위해서는 정신 의 건강관리도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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