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생명공학과 원불교 사은

▲ 조법중 교수.
전북교구 전주교당이 대각개교절 법잔치의 일환으로 전문인 특강을 마련해 교도들의 시야를 넓혔다. 4월22일 전주교당에서 진행된 전문인 특강에서 조법중 교수는 생명공학과 사은의 관계를 언급하며 "식물은 그 자체로서 우리의 생명과 떠날 수 없는 관계를 갖고 있다. 인간은 생명체의 한 종으로서 다른 사물과 같이 어울려 살아가는 존재다"며 "인간의 생존을 위해 생물을 남획하고 산림을 훼손하는 등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면 반드시 과보를 받게 된다"고 강조했다.

지구의 모습

원불교의 3대 종법사를 지낸 대산종사는 인류 평화를 위해서는 인류의 빈곤, 무지, 질병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이 빈곤, 무지, 질병의 문제를 식물생명공학 분야에서는 어떻게 해결하고자 노력하고 있을까?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원불교 사은(四恩)과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이 문제에 대해 식물생명공학과 원불교의 사은, 특히 식물생명공학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천지은(天地恩)과 연계해서 말씀하고자 한다.

1969년 지구를 떠나서 달나라에 인류 최초로 발을 내딛었던 미국 우주인 암스트롱은 지구를 보고 "참 아름답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오늘날 지구의 현황을 보면 기후온난화현상으로 생태계 파괴, 사막화, 가뭄, 홍수, 한파, 폭설 등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그 원인을 살펴보면 과학기술의 발달과 산업화로 인한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대량생산(大量生産)되고 대량소비(大量消費), 대량폐기(大量廢棄)를 하는데서 기인된다. 인구가 증가와 더불어 한정된 자원을 과잉 소비하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다. 또한 도학과 과학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과학발전과 물질개벽이 너무 앞서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것이 지구환경을 위협하고 있다. 지구에서 살고 있는 우리의 생존에도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이는 우리 인류의 빈곤, 무지(탐욕), 질병과 무관하지 않다.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의 은혜로 우리가 호흡하고 섭식하여 이 몸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천지 속에서 활동하고 살아가고 있다. 한 순간도 떠나서 살 수 없는 사은의 은혜를 받고 있으면서도 그 은혜가 너무 크기 때문에 잘 느끼지 못하고 있다. 또 당연시 하고 함부로 사용하면서도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어느 한 쪽에서는 턱없이 부족해서 생명이 위협을 받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넘쳐나고 있는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인류 탄생이후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생산되고 있다. 따라서 세계의 여러 곳에서 식량부족 때문에 빈곤 국가 어린이들이 굶어 죽어가고 있어 오늘날 우리의 현실은 참혹하기만 하다. 지구 한 모퉁이에서 앙상한 모습으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세계적으로 식량위기가 닥쳐왔다. 그래서 미래에는 식량생산을 위한 종자전쟁이 일어날 것이고, 농업은 우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다. 이 지구상에서는 5세미만의 어린이가 매년 200만 명씩 영양실조로 사망하고 있다. 또한 비타민A가 부족한 어린이는 200만 명에 달하고 있으며 실명한 어린이가 매년 50만 명씩 나오는 현실이다.

현재 생명체는 지구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그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서로 떠날 수 없는 인연 관계임을 자각해야 한다. 소태산대종사께서는 과학의 발달로 생겨나는 부작용을 미리 예견하고 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유정물과 무정물을 부처로 보고 불공하는 자세를 가져야 함께 사는 길임을 제시해 주었다. 지구와 함께 살아가야 하는 우리는 소태산대종사의 이 메시지에 귀를 기우려야 한다.

식물생명공학에서도 지구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그 가능성을 여러 가지 생명공학 기술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우리 인류가 빈곤, 무지, 질병의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식물생명공학의 주요기술

유용 식물체 대량생산. 식물은 광합성 작용에 사용되는 원료로 이산화탄소와 물을 이용하여 생육해 가면서 그 결과 산소를 많이 생산함으로써 청정한 공기를 공급하게 되는 것이다. 논에 심어진 벼도 산소를 생산하는 유익한 식물이다. 이세상의 모든 식물들은 산소 생산 공장인 것이다.

살아있는 식물조직의 일부를 떼어내 무균영양배지에 두면 탈분화하여 솜 덩어리처럼 자라서 어린 식물체로 증식한다. 이러한 현상은 식물만이 가지고 있는 전형성능(全形性能) 때문이다. 이러한 전형성능을 이용하여 수많은 식물체를 만들어내는 식물생명공학 기법이 이미 산업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유용한 식물들을 일시에 많이 만들게 되는 것이 식물생명공학 기법이다. 그 동안 생명공학 기법에 바탕해 약용식물들을 단시간내에 수천만 개체를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해왔다. 식물생명공학 기법으로 희귀 멸종식물들을 복원시키는 일을 할 수 있다.

유용 이차대사산물의 생산. 현재 살아있는 식물조직을 약 2mm로 무균배양하여 증식된 배양조직으로부터 이차대사산물을 공장시스템 수준으로 생산하는 산업이 등장했다. 약용식물의 잎조직 절편으로 캘러스를 만들고 뿌리를 만드는 가장 적합한 조건을 찾아서 계속 연구하여 만들어진 뿌리를 대량생산해 그 약용식물들이 가지고 있는 성분을 계절에 관계없이 얻어낼 수 있다.

그 체계가 구축이 되면 노지(밭)가 아닌 곳에서 그와 동일한 조건으로 수 톤 용량의 탱크 배양으로 인삼의 농축액, 산삼의 농축액을 식물생명공학 기술로 단시간에 만들 수 있다. 새로운 신약개발의 원료, 화장품의 원료, 기능성이 높은 고부가 식품원료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인공종자 생산. 미래는 종자전쟁의 시대이다. 식물생명공학 기법으로 무수한 체세포배에 각각 피막을 씌워서 인공종자를 만들면 짧은 시간 안에 유전적으로 동일한 우수 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를 파종하여 발아시킨 후 난(蘭) 등의 식물체로 만들어지고 있다. 인공종자는 보관, 운송과 발아의 문제를 간편하게 해결 할 수 있으며 획기적으로 종자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첨단기술이 될 것이다.

형질전환 식물체 생산. A식물에 B라는 식물로 부터 얻은 특정 유전자를 넣어서 유전형질이 새롭게 조합된 C라는 식물체를 만드는 기술이다. 파란 장미와 파란 카네이션과 같은 식물형질전환을 통해 꽃의 색깔을 바꿀 수 있다. 내병성식물, 제초제 저항성식물, 내한성식물, 내서성식물, 내염성식물들을 만들어 낼 수 있다. 항산화작용과 항암작용하는 과일과 식물도 만들어낼 수 있다. 비타민A가 함유된 쌀, 황금쌀의 출현이 이를 말해준다. 미래 세계에서는 질병에 효험이 있는 그리고 일반 식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병을 고치는 식물들이 나올 것이다. 감기를 고치는 바나나, 천식을 고치는 바나나, 위염을 고치는 당근, 호박을 먹음으로써 약을 먹지 않고 일상의 식생활로 질병을 고치는 세상이 올 것이다.

인류도 생명체의 한 종(種)

우리 가까이에서 존재하는 식물은 존재 그 자체만으로서 나의 생명, 심폐작용(心肺作用), 섭식작용(攝食作用)과 떠날 수 없는 관계이고 그 은혜로서 의식주 생활을 하면서 살고 있다. 모든 식물은 땅에 뿌리를 내려서 살아가고 있으니 식물을 통해 우리는 지은(地恩)의 피은자(被恩者)로 살고 있는 것이다. 우리 인간은 생명체의 한 종(種)이며 다른 사물과 함께 어울려서 지구상에서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이 첨단과학의 발전으로 물질개벽 시대에서 살고 있지만 자연을 훼손하여 간다면 지구의 미래는 인간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될 것이다. 우리 인간만을 위해서 생물을 남획하고 산림을 훼손하는 등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면 그 결과의 업보를 우리가 다시 받게 된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춘추전국시대에 관자는 "일년을 위한 대비책으로 곡식을 심는 일보다 좋은 일이 없고, 한 세대를 위한 대비책으로 나무를 심는 일보다 좋은 일이 없고 평생을 위한 대비책으로 인간을 심는 일보다 좋은 일이 없다"고 했다.

대산종사께서는 '세 가지 심을 일'이란 법문에서 "세상에 살고 간 기념으로 사람사람이 나무 한 주씩 심되 같은 나무면 장수하는 나무와 열매있는 나무를 심고 가꾸자"고 했다. 또 덕을 심자고 했다. 또한 〈정전대의〉에서 보은의 필요에 대해 "지은보은하면 사은이 곧 복전(福田)이 되고, 배은망덕(背恩忘德)하면 사은이 곧 죄전(罪田)이 되는 것이므로 부처님께서는 처처불상(處處佛像)의 도를 믿고 깨달아서 사사물물(事事物物)에 불공(佛供)하신다"고 했다.

사은의 은혜 속에 살고 있음을 남보다 먼저 알게 된 우리는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육근을 작용할 때에 나는 우주속의 나임을 늘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일상생활 속에서 우주 안에 존재하는 유정물, 무정물이 모두 부처임을 깨닫는 작은 일에서부터 감사한 마음으로 불공해 갈 때 사은의 은혜에 보은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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