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의 꿈 위해 법연으로 전해지는 수묵향

5월 따뜻해진 날씨로 각종 여가활동이 기대되고 있다.
이에 교도들 중심의 동호회 활동을 조명해보고자 본사에서는 '교도들의 여가생활' 기획을 마련했다. 1주 등산, 2주 한지공예, 3주 문인화, 4주 음악 동호회 활동에 대해 살펴본다.
봄을 즐기는 교도들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삶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을 함께 나눠보고자 했다.
울산으로 향하는 길,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터라 세 번의 환승 끝에 고속버스에 올랐다. 신록으로 가득 찬 창 밖 풍경, 일순 마음에도 연한 풀빛이 배어든다. 맑은 날, 경부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하늘이 어둑해지더니 비가 내렸다. 제법 굵은 빗방울이 나뭇잎들을 두드리고, 한참을 달려서야 날씨가 개었다. 맑고 흐리고 비가 오고 개이고, 창 밖 세상의 날씨는 그렇게 요란했다. 반나절이 지나 도착한 울산교당에서 반갑게 맞이해 주는 문인화 동호회원들. 기다려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크나 큰 기쁨이다. 힘든 여정에 이내 생기가 돋았다.

동호회 활동 통해 법연 다져

올해로 9회째 '원문화축제'를 기획 중인 울산교당은 교도들 간 문화 교류가 활발하다. 3년째 꾸준한 활동을 해오고 있는 문인화반은 울산교당에선 활동 연수가 짧은 편이다. 하지만 동호회원들의 실력과 활약이 단연 돋보인다.

문인화반을 이끌고 있는 김용정(58) 교도는 "문인화는 수묵을 중심으로 발달한 그림이다. 화가들이 그린 그림과는 달리 문인(사대부)들이 글 쓰다가 시간 날 때 주위 소재를 가지고 그린 것이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미술협회 울산지회 초대작가로 각종 대전에서 수상하는 등 작품 실력이 이미 반열에 올라있다. 그는 '화선지에 글과 그림을 그리면서 기운 생동을 배우는 문인화를 통해 회원들의 마음 또한 그렇게 가다듬어 지고 비워지기'를 바라고 있다.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 작업실에 모여 실력을 쌓아가며 작품 연마에 몰두하고 있다. 대전 공모와 손수건 등 소품 주문 제작으로 4월 한 달을 교당에서 살다시피 했다는 허정오(62) 교도는 "문인화를 처음 시작할 때는 붓 잡는 것도 몰라 많이 힘들었다. 그런데 연습을 하다 보니 그림이 달라지는 게 확연히 보였다. 연습이 실력이 된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초창기 힘들었던 시기를 회상했다.

'문인화의 붓 놀리는 모습이 너무 멋있어 보여서' 회원활동을 시작했다는 조덕윤(64) 교도는 "선생님(김용정 교도)의 필체를 따라 해보려고 해도 아직 멀었다"며 답답함을 전하기도 했다. 그때마다 "저보다 더 잘하세요"라며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김용정 교도의 지도력이 회원들의 실력향상에 큰 도움이 됐다고 했다.
▲ 울산교당 문인화반 조덕윤, 허정오, 김용정, 박여진, 오정인 회원 (왼쪽부터).
회원들은 대전에 공모를 하거나 대회에 나갈 때는 밤낮으로 작품 연마를 해야 했다. 오정인(59) 교도는 "시전에 나간다는 것이 큰 부담이기도 했다. 대회 나갈 때는 라면을 끓여먹으면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작품 연습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3년 만에 대회에 나간다는 것은 일반 수강생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일이다. 그만큼 동회회원들 서로 간 열정어린 연습이 뒷받침 된 결과인 것이다.

실력향상에 따른 긴장감은 서로 보이지 않는 경쟁과 상대적 좌절로 이어질 법한데 그렇지 않다. 이 부문에서 회원들은 한 목소리를 냈다. 오정인 교도는 "서로 도반들이다 보니 실력이 모자라도 서로를 부축이고, 잠깐씩 쉬면서 차 마시고 마음 나누는 시간이 재미있다"며 "도반들과 정을 나누는 시간들 때문에 문인화반 활동을 오래할 수 있었다"고 회원들과의 친목 시간을 고마워했다.

문인화반 총무를 맡고 있는 박여진(43) 교도는 "우리 교당은 서로 각자의 재능과 역량을 공유하고 나누면서 문화를 공유하고 있다"며 "교도들 서로가 '가르치면서 배우는' 선생이자 제자가 돼서 상호 문화를 확산하고, 자연스레 법연을 나누면서 친화력을 도모하게 된다"고 문화교당으로의 특성을 소개했다. 그는 동호회활동을 하면서 교도들이 자주 만나다보니 교당 일에도 솔선수범하게 된다는 점 또한 잊지 않고 전했다.
▲ 문인화반 회원들은 일주일에 두 번 작업실에 모여 작품연마에 몰두하고 있다.
▲ 문인화작품이 그려진 천연염색손수건.
문인화반은 취미활동에서 그치지 않고 천연염색 손수건에 문인화를 그려 넣은 작품을 판매하는 수익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울산교당이 재개발지역에 포함돼 있어 작품 판매수익금을 교당 건축기금과 청소년 교화에 사용하기 위해서이다.

김용정 교도는 "천연염색 손수건을 만들면서 어떤 때에는 하루에 백장 넘게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며 "하루에 세 시간씩 자고 작품을 만들 때는 몸이 많이 힘들지만, 기금이 모아지는 즐거움 또한 크다"며 교화 기금이 모아지는 기쁨을 전했다.

허정오 교도는 "손수건 주문이 들어오면 '기금을 모아야지'하는 생각에 기쁘기도 하지만 때로 경계도 오기도 한다"며 "이틀 동안 천연염색을 천장 정도 해야 하는데 교도들 일손이 적을 때는 마음에서 경계가 일어난다"고 말해 자리에 모인 회원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는 "마음 속 경계로 요란해진 마음을 바라보며 힘들게 몸을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요란했던 마음이 사라진다"며 "일이 마무리 될 때는 흐뭇하고, 도반들이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마음공부를 통한 감상담을 전했다.

문인화반에서 지난해 11월부터 만들고 있는 천연염색 손수건은 까다로운 제작과정 전반을 회원들이 직접 수작업으로 제작한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아, 입소문을 타고 전국 교당에서 선물용으로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박여진 교도는 "손수건 주문이 밀려오면 힘들어질 회원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며 "교당기금을 모으기 위해 정성을 다하는 회원들을 보면 법연의 소중함이 느껴진다"는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문인화반 회원들은 공동으로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교도들뿐만 아니라 지역민들과 함께 문화를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문화센터를 교당에서 운영하고 싶은 바람이다. 교도들 각자의 문화역량과 재능을 지역민들과 함께 나누면서 재능 나눔의 실천을 통해 교화력을 성장시키고 싶은 의지인 것이다.

동호회 활동을 통해 법연을 나누고, 다져진 교화력으로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울산교당 문인화반의 희망이 은은한 수묵향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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