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초월, 은유적으로 내세관과 생사관 깨우쳐

▲ 너섬 어르신 효도잔치에 함께한 여의도 일대 어르신들이 노래에 맞춰 흥겹게 호응했다.
▲ 너섬원광데이케어센터 이용 어르신들이 미술작업치료를 하고 있다.
정치 1번가 여의도에 위치한 너섬원광데이케어센터. 편백나무와 황토, 친환경자재를 사용한 시설답게 도심 속에서도 쾌적한 공간 그대로를 느낄 수 있다.
왕성한 활동을 하다 서서히 어린이가 되어가는 어르신들. 우리 모두가 공경해야할 어버이이기도 하다.

4일 오전11시, 여의도교당에서 운영하는 너섬원광데이케어센터(이하 너섬케어센터)에서는 제40회 어버이날을 기념하여 '너섬 어르신 효도잔치'가 열렸다. 가수 박정식·금사랑 씨가 출연했다. 또 국악인 김숨의 공연도 이어졌다.

효도잔치를 위해 여의도교당 교도들과 너섬케어센터 직원들은 여의도 관내 4개 경로당(삼부·광장·시범·미성)에서 어르신들을 모셔와서 한 분 한 분 가슴에 빨간 카네이션도 달아드리고 제주에서 공수한 청견오렌지로 쥬스를 만들어 공양을 했다. 150여 명의 어르신들은 진행에 대한 호기심을 안고 프로그램에 따라 박수도 치고 춤을 추며 기뻐했다. 행사를 마치고 도시락, 호박떡, 물티슈가 들어 있는 종이가방을 들고 가는 어르신들은 마냥 행복한 표정이었다.

구정활동을 뒤로하고 한 걸음에 달려온 조길형 영등포구청장은 "어르신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이곳에 모였다. 어르신들이 늘 건강하시길 기도한다"고 첫 인사를 한 후 "어르신 케어센터는 서울시에서 영등포가 가장 앞서있다. 향후 이곳은 각종 상담사들이 견학 올 장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 그만큼 장점이 많고 서울시에서 인정한 케어센터이기도 하다.

조 구청장은 "너섬케어센터는 시설이 참 좋다. 주위 친구분들에게도 소문을 내서 자주 찾아 이곳에서 건강을 회복하는 기회를 갖길 염원한다"고 말했다.

평소 습성 그대로 나타나

너섬케어센터 어르신들은 효도잔치에 앞서 미술작업치료를 진행했다. 프로그램 강사가 나비와 구름이 그려진 종이를 나눠주고 색칠을 하게 했다. 그리고 나비를 오려 5월 달력 그림판에 붙여 완성하게 했다.

한 어르신은 "이제 손가락이 굳어 가위로 나비를 오릴 수가 없어!"하며 당황해 했다.
이때 한 요양보호사가 다가와 "그러면 나비 주위를 둥그렇게 가위질을 하면 더 쉬워요"하고 도왔다.

프로그램을 마치고 쉬는 시간. 한 어르신이 신발장 주변을 왔다 갔다 안절부절이다. "아침에 신고 온 내 신발이 어디 있지. 누가 신고 가버렸어. 빨리 찾아줘!"

이때 또 요양보호사가 다가와 "어르신 이 신발 신어 보세요. 오늘은 다른 색깔 신발 신고 오셨어요"하고 달랬다. 하지만 막무가내로 떼를 쓴다. 요양보호사는 "여기 보세요. 신발에 어르신 이름도 써 있어요"하고 확인을 시켜드리고서야 조금 조용해졌다.

시시각각 돌변하는 어르신들. 이런 갑작스런 상황에도 너섬케어센터 요양보호사들은 태연하게 응대한다.

정명섭 사회복지사는 "경계로 다가오는 어르신이 많다. 이때 대처법은 '마음을 보게 하고 알게 해 주시는 부처이다. 아! 이런 부처님도 계시는 구나'하고 마음을 돌린다"고 고백했다.

어르신들이 일생동안 살아온 것을 회향 할 수 있는 프로그램 진행에 대해 정 사회복지사는 "인지능력을 테스트 한 다음 프로그램을 통해 적용시켜 가고 있다. 각자의 습성 따라 작품이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초기 치매를 갖고 있던 어르신도 더 이상 진전이 안되고 멈춰 있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식단 노인병 관리

너섬케어센터는 간장, 된장, 고추장을 모두 시골 교도님께 부탁을 해 음식을 만들고 미역, 다시마, 멸치, 김은 완도에서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다. 모두 무공해, 유기농이어서 센터의 좋은 이미지에 큰 작용을 하고 있다. 어르신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이런 데가 어디 있어, 너무 좋아, 고마워요!"

지난해 2월, 센터가 문을 열고 난 이후 초기부터 이용을 하고 있는 박정선(가명) 어르신은 초기치매와 고혈압, 당뇨를 갖고 있었다. 그러나 1년 이상 꾸준히 센터를 이용한 결과 혈압과 당뇨가 잡혀 정상으로 돌아 왔다. 치매 역시 더 이상 진전 되지 않고 있다. 이 모두가 친환경 식단으로 노인병을 관리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자부 정청자 씨는 "샛강 전철역에서 홍보지를 보고 너섬케어센터를 알게 됐다"며 "상담 후 이곳을 이용하게 됐다. 어머니가 집에 계실 때는 말씀이 없으셨다. 그러나 이곳에 다니시면서 부터는 말 문이 터지고 '재미가 있다'고 말씀하신다. 어머니는 '거기 없었으면 내가 어쩔뻔했을까?'하고 진정 감사하고 계신다"고 고마움을 표시했다.

너섬케어센터에서 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간 대화를 하며 상호 위로를 한다. 정 씨는 "공동체 생활과 또래 집단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아들 신정식 씨도 "어머니 얼굴이 밝아졌다. 집에 혼자 계시면 우울증도 발병되는데 요양보호사들이 섬겨주고 보살펴 주니 안심이다. 특히 어르신들은 서로 불편한 모습을 보며 '당신은 거기가 아프네, 나는 여기가 아퍼'하면서 서로 위로를 하는 것 같다"며 "아픔도 소통을 하니 치료가 되고 위안이 된다. 금싸라기 땅 여의도에 이런 센터를 마련해 준 것이 너무 감사하다"고 인사를 몇 번이고 전했다.

너섬케어센터를 이용하는 어르신들은 80%가 기독교, 10%는 가톨릭이다. 그 외 불교와 무종교이다. 원불교 교도는 아직 없다. 이곳에서는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신 씨는 "노인 섬기겠다는 차원에서 너섬케어센터를 운영하는 만큼 기독교인 우리도 종교를 초월해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눔활동으로 지역사회 한몫

너셈케어센터에서는 생사관(生死觀) 프로그램도 상시로 적용시킨다.

센터장 김홍선 교무는 "어르신들이 돌아가실 날은 반드시 오게 된다. 프로그램 강사에게 천도품을 읽고 공부한 후 어르신 행동을 보며 적용시켜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행동 하나하나를 지켜보면서 거기에 맞는 합당한 답을 찾아 마음에 안정을 드리고 있다. '우리가 좋은 인연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하고 물으면 어느 정도 지식이 바탕이 된 어르신들이라 바로 말을 알아듣고 행동을 고치는 사례가 많다.

또 욕심을 부리는 어르신을 볼 때면 사석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꺼낸다.

그는 "손가락에 낀 반지와 손목시계를 가리키며 '이거 죽을 때 가져 갈 수 있나요. 못 가져가죠. 다 놓고 가요. 또 통장에 돈도 가져갈 수 있나요, 가져갈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하며 은유적 대화를 통해 삶과 죽음의 이치를 일깨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어르신들에게 '마음을 비워라, 욕심을 버려라'는 직접적인 표현보다는 행동을 보며 '어! 그렇게 하시면 될까요?'하면서 자세한 설명을 하면 바로 깨닫는다"며 "은유적으로 설명하는 내세관, 인과관은 어르신들 70%이상이 대학을 나오셨기에 빨리 알아듣는 편이다. 또 말을 해 주면 환희심을 내고 보감적인 이야기 하면 너무 좋아한다"고 프로그램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여의도교당은 전임교무님들의 지극한 노력과 정성으로 오늘의 발전을 이뤘다. 앞으로 더욱 노력하여 지역과 함께하는 활동을 도모하면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가져 올 수 있다"며 "교당에서 기관하나 설립하는 것은 대외적으로 원불교 홍보를 10년이나 20년 앞당기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다. 지역사회와의 원활한 소통으로 더욱 교화 활성화를 기대 할 수 있고 원불교가 지역사회에서 위상을 정립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고 그동안의 활동상을 설명했다.

상하좌우 호법보살들이 함께하는 너섬케어센터는 앞으로 더욱 웃음이 넘치고, 완전한 케어를 하며, 행복한 복지시설을 추구하여 서울에서 자랑스러운 노인데이케어센터가 되도록 더욱 노력할 예정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