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임을 앞둔 교무가 대산종사께 여쭈었다. "교당에 나가 살 일이 막막하기만 합니다." "정기훈련 11과목과 상시응용주의사항 6조는 아느냐?" "예, 그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 됐다."(〈대산 3집〉 4 훈련 10장) 원불교법에서 훈련법의 비중을 잘 보여주는 예이다.

군대나 축구, 야구 등의 스포츠 계에서 주로 사용되는 '훈련'이란 말은 '무술이나 기술 따위를 가르치고 연습시켜 익히게 함'이란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다른 종교에서는 그다지 강조되지 않는, 원불교법의 특징이 잘 배어 있는 용어이다.

태권도를 처음 배우게 되면 발차기 동작에 대해서 설명을 해준다. 발의 각도와 방향은 물론이고, 팔의 자세와 시선에 대해서까지 자세히 설명을 해준다. 몇 번 들으면 대부분 이해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대로 발차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것으로 만들어 실전에서 자유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아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꾸준한 '반복 연습'이 필요하다.

군대에 다녀온 사람들은, 제대 후 한 동안 '운동장'을 '연병장'으로 '슈퍼마켓'을 'PX(군대 매점)'로 바꿔 부른 기억이 있을 것이다. 골프나 농구, 자전거 배우기 등 몸으로 익히는 것들은 물론이고, 영어공부나 습관을 바꾸는 것들도 훈련이 필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대종사께서 '이해'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 경전을 '연습'하기에 주의하라고 하신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태권도 선수는 평소 꾸준한 연습으로 쌓은 실력을 실전에서 활용해 본다. 어떤 기술은 실전에서 효과가 있지만, 어떤 기술은 별 쓸모가 없는 것으로 드러난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도 발견된다. 이를 바탕으로 다시 훈련을 계속한다. 이런 식으로 '평소 훈련'과 '실전 훈련'이 서로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어 실력이 늘어가는 것이다.

원불교 훈련도 마찬가지이다. 정기훈련을 통해 상시훈련에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고, 상시훈련을 통해 정기훈련에서 보완해야 할 것들을 점검한다. 서로 도움이 되고 바탕이 되기 때문에 한 쪽을 소홀히 하면 다른 쪽도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현장에 나와 보니, 정할 때 공부(경전, 의두, 좌선, 정기훈련)가 동할 때 공부(일상수행의 요법, 무시선)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홀히 다루어지고 있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대종사님 법은 결코 동할 때 공부가 강조되는 공부법이 아니다. 동정일여(動靜一如)이다. 저축 삼대력과 활용 삼대력, 정시선과 무시선, 정기훈련과 상시훈련을 균형있게 다루어야 한다.

대종사께서는 "앞으로는 훈련을 통해 종교의 신자들이 훌륭한 인격을 갖추게 될 것이므로 관공서나 사회에서도 훈련된 종교 신자를 찾게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전망품 26장) 훈련의 가치는 미래 세상에 드러날 것이다.

<미주서부훈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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