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종교 재가들의 활동과 역할

원불교100년을 앞두고 교단인력활용의 다양성이 모색되고 있다.
재가와 출가가 어떤 역할을 하며 교화 활성화를 가져올 수 있는지 고민해 봤다.
1주 이웃종교 재가들의 활동과 역할에 대해, 2주 교단의 재가 인력활용 어디까지 왔나, 3주 교도들이 말하는 재가교역자 역할론, 4주 출가인력활용 즉 기간제나 전문직 등 다양성이 얼마나 인증되고 진행되는지 기획했다.

깨달음과 구원의 길로 들어서기 위한 인욕의 장벽이 너무 높은 탓일까. 최근 많은 종교가에서는 출가 성직자를 지원하는 수가 급감하면서 때 아닌 '구인난'에 홍역을 앓고 있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조계종의 경우 2000년 500명 이상에 달했던 신규출가자수가 2009년 266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2044년에는 21명으로 곤두박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천주교 역시 서울대교구 사제 서품자를 보면 1990년대 초반 매년 40~50에서 2008년 19명, 2009년 27명으로 감소세가 이어져 '성소자 모집'광고가 끊이질 않고 있다.

교단의 전망 역시 어둡기는 매한가지다. 2004년에는 50명의 전무출신을 배출했으나 원불교학과 재학생 추이로 봤을 때 2018년 전무출신 수는 28명 정도로 반토막 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퇴임자 수는 2004년 9명에서 2017년 54명으로 급증해 전무출신의 인력난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

이에 따라 이웃 종단에서는 부족한 출가 성직자를 대체하기 위해 재가교도들의 역할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가인재 양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재가는 행정, 출가는 관리감독 역할분담

재가교도들의 약진이 가장 눈부신 곳은 각 종단의 행정분야다. 국내 천주교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의 경우 현재 100여 명의 일반신자가 행정을 담당하고 있다.

조직구성은 일반 기업과 유사한데 홍보국, 관리국, 사무국 아래 부를 설치하고 행정 최고책임자와 각 국장까지는 성직자인 신부가 맡고 있다. 그리고 그 아래 부장, 차장, 과장, 대리의 직급은 일반신자들을 기용했다. 실무를 담당하는 직원(일반신자)들이 주교회의의 정책 등을 기획·기안하면 총장 신부와 국장 신부 등의 성직자들이 이를 결재하는 체계를 갖추고 있는 셈이다.

주교회의 김영선 팀장은 "관리직에 있는 신부님들이 논이나 밭을 사주는 입장이라면, 실무를 담당하는 우리 일반신자들은 콩을 심을지, 팥을 심을지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의 경우도 이와 비슷하다. 조계종 총무원의 경우 총무원 근무자만 180여 명에 달하고 소속 기관 및 단체 직원들까지 합하면 근무자만 400여 명에 달한다. 이 400여 명의 근무자 중 대부분은 재가불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반면 관리책임자인 부장과 국장까지는 출가 승려들이 맡아 인사권과 최종결재 권한을 가지고 행정업무를 관리·감독한다. 재가불자들의 업무는 기본적인 정책을 설계, 결정하고 실행하는 등 실무전반에 걸쳐있다.
이는 교단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교단의 경우 교화인력의 부족을 호소하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중앙총부에만 현 집무교무의 8%에 달하는 129명을 배치하고 있다(표1 참조). 즉 다른 종단처럼 행정업무에 있어 재가인력을 활용하기 보다는 출가인 전무출신 교역자가 실질적으로 모든 행정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 표. 교단의 인력 배치 구조
교화 일선에도 재가 역할 확대 중

이웃종교에서 재가교도들의 활약상은 행정분야에만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성직자인 출가들의 고유영역으로 인식되던 직접 교화부분까지 그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한 예로 불교 태고종의 경우 교임이라는 재가교역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태고종은 불교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출가수행을 근본으로 하되 대승불교 이념에 입각해 득도수행을 하고 전법과 중생(대중)제도를 하고 있으며 승려와 교임(전법사)의 독신을 고집하지 않고 가정을 돌보며 수행과 교화를 하는 제도를 인정하고 있다.

교임제도란 한국불교에서 태고종만이 유일하게 실시하고 있는 재가교역자 제도로, 전법사 제도인 교임(敎任)제도는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하여 출가할 수 없는 사람이 자신의 수행도량을 마련하여 수행과 대중교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말한다. 또 교임은 남녀 또는 연령, 결혼여부에 관계없이 누구나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따라 교단의 구성 역시 다른 불교 종단의 경우 비구, 비구니, 우바새, 우바이 등 4부중으로 구성돼 있는데 반해 (남·여)전법사가 더해져 6부중으로 교단구성이 돼 있다.

전법사는 수계산림을 마친 뒤 1년 과정의 전법사 교육과정을 거쳐 종단의 전법사로 활동하게 되는데 수행과 대중교화활동을 펼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진다.

때문에 전법사의 경우 우리 교단의 원무와 유사한 준승려의 신분에 해당한다.
현재 태고종에서는 승려 8,395명, 교임(전법사) 1,100여 명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또 올해부터는 교임(관리인) 전법사 전환 특별 수계 산림 및 연수교육을 시행해 전국 교임 및 관리인을 전법사화 하여 수행과 포교의 능력을 배양하고 전법사회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이는 교화현장에서 재가교역자의 비중을 점차 늘려가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태고종과 마찬가지로 조계종 역시 포교사 제도를 둬 교화현장에서 재가의 영역을 점차 넓혀나가고 있다.

조계종의 경우 20여전까지 법사라는 제도를 운영하다 포교사로 전환했다. 과거 법사의 경우 사찰에 소속돼 일반 승려와 같이 생활을 보장 받는데 비해 포교사는 재가들의 대가 없는 자율적 활동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다만 포교사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포교사고시에 응시를 해 합격을 해야 하는데 응시자격은 종단 신도등록을 마친 자로 ▷종단인가 신도전문교육기관 졸업 ▷동국대 불교대학 또는 불교대학원 학위 취득 ▷포교원에서 인정하는 단체의 단체장 및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교구본사 주지스님 추천 중 한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올해는 전국에서 총 892명이 포교사 고시에 응시해, 부족한 교화인력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많은 수의 포교사가 매년 배출되고 있음에도 그 활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 또한 일고 있다.

그러나 이는 포교사 제도와 자질의 문제라기보다는 출가 승려들 사이에서 재가 교역자를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팽배하고 활동에 대한 지원이 미비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막상 포교사를 양성은 했지만 사찰 내의 제도적 참여의 장이 부족하고 출가 승려들이 인정하지 않는 한 사찰에서의 활동이 극히 제한될 수 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이와 함께 포교사가 활동을 하는 데 있어 지원이 없어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포교사의 수는 많지 않다는 분석이다.

재가 역할에 걸맞는 신분 보장 필요

현대불교신문이 조계종 소속 포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포교사들은 지원동기에 대해 불교공부를 하다보니(36.7%) 또는 개인적 신념에 의해서 였다(33.3%)는 응답이 높았다. 그들 스스로 적극적 동기를 갖고 지원했음을 가늠할 수 있다.

포교활동 중 겪는 어려움에 관한 질문에 통일교재의 부족(22.1%)과 포교사의 위상에 대한 인식부족(18.1%) 등의 답이 주를 이뤘다. 결국 재가들의 열의가 있다 하더라도 활동에 대한 적절한 지원이나 신분이 보장되지 않으면 실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교화나 행정 분야 모두에 해당한다.

주교회의의 경우 성직자는 3년에 한 번씩 인사이동을 하지만 일반신자인 실무자들의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자신의 직책을 그대로 유지한다.

또 호봉에 따른 연봉제와 함께 4대 보험 의무가입 등 최소한의 안전망을 구축하고 있다. 또 주5일제는 이미 1988년부터 도입했으며, 공채를 통해 입사의 기회를 균등하게 제공한다.

김영선 팀장은 "연봉 자체가 일반 기업에 비해 높은 것은 아니지만 근무환경이 좋아 매년 시행하는 근무만족도 조사에서도 언제나 만족도가 매우 높게 나온다"며 "특별한 잘못이 없는 이상 신분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이직률이 10%도 채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계종 역시 행정을 담당하는 재가들에 대해서는 신분보장을 하고 있다.

조계종 사회부 공승관 팀장은 "사찰과 중앙(총무원) 사이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교역직은 임면이 가능한 반면 일반직의 경우 정년 보장이 되고 종무원 조합이 법외 노조형태로 존재하고 있다"면서 "직원들의 이직률이 낮고 근무만족도도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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