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문성 교무의 '소태산대종사 생애 60가지 이야기'

▲ 소태산대종사가 최후법문을 설하러 대각전에 갈 당시 인사하던 유년회원들.
원기28년 4월 총회가 끝났지만 지방 교무들은 총부를 떠나지 않고 "사흘간만 더 머물다 가고 싶다"며 조실에 청했다.
소태산대종사의 엄중한 꾸지람이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쉽게 허락을 하셨다.

지방의 여자 교무들은 이 꿈같은 사흘간을 총부에서 보내고 각기 지방 교화지로 돌아갈 때 소태산대종사가 처연한 표정으로 그들을 배웅했다.
그것이 생시(生時)의 마지막 인사일 줄은 아무도 몰랐다.

원기28년 5월16일 일요일 오전, 소태산대종사는 여느 때처럼 조금 늦은 시각에 예회를 보기 위하여 조실을 나섰다. 예회의 황국신민서사(皇國臣民誓詞) 식순이 지난 뒤 임석하기 위해서였다.

총부 정문을 나와 대각전으로 올라가는 언덕배기를 오르다가 소나무 아래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만났다. 한 아이가 소태산대종사를 보더니 아이들을 향하여 '게이레이!'하고 외쳤다.

아이들은 일제히 오른 손바닥을 이마 옆에 붙이고 거수경례를 했다. 평소에 '조실 할아버지'라 부르며 따르는 아이들이다. 소태산대종사는 "오냐, 오냐!"하며 사랑스런 마음으로 인사를 받고 아이들 하나하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 최후의 법문을 설한 대각전.
소태산대종사는 대각전으로 들어와 법상에 좌정하고 설법 시간에 법문을 시작했다.

"아, 내가 대각전으로 예회 보러 오는데 소학교 아이들이 모여 놀다가 한 아이가 꽥 하니 아이들이 일제히 일어나자 또 한 번 꽥하자 똑같이 절하더라. 거품 같던 것들이 저렇게 커서 질서 있게 행동하는 것이 참 보기 좋더라.

우리가 도를 알아가는 것이 마치 철없는 아이가 차차 어른이 되어가는 것과 같다.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고 범부가 깨쳐 부처가 되며, 제자가 배워 스승이 되는 것이니, 그대들도 어서어서 참다운 실력을 얻어 그대들 후진의 스승이 되며, 세상을 건지는 큰 사업의 선도자들이 되라.

성품이라 하는 것은 우주만유의 근본으로서 생사고락이 돈공(頓空)하고 언어명상이 끊어진 자리다. 다만 사람들이 강연히 이름 지어 성품이라 부르는 것이다.

우리의 견성법은 만고의 대도요 인생의 대 철학이지만 견성의 필요성을 느끼는 자 적으니 실로 답답한 일이다. 비유하자면, 견성은 집을 짓는 목수의 먹줄과 잣대 같은 것으로써 인도를 밟아 가는 데 없지 못할 최상승법이니, 어서 부지런히 닦아서 견성도인 되기에 노력하라.

생은 사의 근본이요 사는 생의 근본이라 하였나니, 생사라 하는 것은 마치 사시가 순환하는 것과도 같고, 밤낮이 반복되는 것과 같아서, 이것이 우주 만물을 운행하는 법칙이요 천지를 순환하게 하는 진리다.

불보살은 생사의 오고가는 데 어둡지 아니하고 자유하며, 범부중생은 생사의 오고감에 어두워 자유롭지 못함이 다를 뿐이다. 육신의 생사는 범부중생이 다 같은 것이니, 그대들은 각자 생사의 오고감에 어둡지 아니하고 그에 자유할 실력을 얻기에 노력하라.

생사란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과도 같고, 또는 주야가 반복되는 것과도 같아서, 생과 사는 언제나 쉬지 않고 돌고 있다. 이것이 곧 우주만물을 운전하는 법칙이요 천지 순환의 대 진리다.

그대들은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어라. 그대들이 이와 같이 법회에 참석하는 것은 마치 장꾼이 장보러 오는 것과 같다. 이왕에 장을 보러 왔으면 내 물건을 팔기도 하고 남의 물건을 소용대로 사기도 하여야 장에 온 효력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법회 날 건성으로 다니는 사람을 건달꾼이라 하노니, 여러분은 지금 내가 한 말을 범연히 듣지 말고 각골명심했다가, 법회날 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는 동시에 큰 효과가 나타나기를 새삼 부탁하노라."

소태산대종사의 이날의 법문이 공식석상의 최후법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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