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면목 찾으라

차불법력(借佛法力)하야
도생사고해(度生死苦海)하고
광도중생(廣度衆生)하소서

8월10일(八月十日)
김해 대거 합장(金海大擧合掌)
대의선사(大醫禪師)

부처님의 법력을 의지하여
생사고해를 제도하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소서.

대산종사, 어느 해인지는 모르나 삼복더위가 한참인 8월10일 경상남도 김해에서 대의선사에게 위와 같은 내용으로 편지를 보냈다. 직접 법명을 적은 것으로 보아 종법사위에 오르시기 전이라 추측된다.

대의선사는 중국 선종(禪宗)의 제4대 조사로서 '동산법문(東山法門)'을 열어 중국 선종의 교단을 형성한 도신대사(道信大師)의 시호(諡號)이다. 도신이 열반하자 당대종(代宗)이 그의 공덕을 칭송하여 붙인 이름이다.

대종사께서 양도신(梁道信)이 출가하자 "옛날의 사조 도신대사처럼 큰 도인이 되어, 동정 간에 삼학공부를 놓지 않아 대중에게 항상 유익 주는 사람이 되어라. 삼학공부는 유무식 남녀노소 빈부귀천에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 서원이 지극하고 신심이 철저하면 날을 기약하고 성불할 것이다"고 했다.

대산종사도 훈타원 양도신의 전생 인연이 대의선사 즉 도신대사임을 상기하여 그의 수행 공부심을 진작시키고자 심우(心友)로서 보낸 서신이라 할 수 있다.

과거 현재 미래의 3겁을 통하여 차례대로 출세하게 되는 부처님들을 삼천불(三千佛)이라고 부른다. 대산종사는 평소 삼천불 명호를 걸어 놓고 "자기의 호나 법명에 같은 자(字) 하나라도 있으면 자기의 부처로 삼고 큰 적공하라"고 당부했다.

훈타원의 법명이 도신이므로 우연한 것이 아니라 과거 전생의 4조 도신대사의 후신이지 않는가? 참으로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생 도반이 나를 인정하고 수행심만을 일깨우기 위한 방편으로 보낸 글이 아니라, 나의 진면목을 찾으라는 깊은 뜻이 담긴 채근의 말씀임을 훈타원은 모를 리 없었다.

원기41년 봄, 훈타원 종사는 입정삼매에 들었다. 정신과 육신이 분리되기도 하고 우주와 하나가 되는 경지를 체험하기도 했다. 이상한 일이었다.

이듬해 가을, 이상한 꿈을 꾸었다. 정산종사와 여러 어른들이 법의(法衣)를 입었고 많은 대중이 모여 있었다. 3일을 계속해서 같은 꿈을 꾸고 나니 너무도 이상한 생각이 들어 아침 일찍 총부로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심히 거울 앞에 섰다. 왼쪽 아래 어금니가 이상하여 손으로 빼어보니 수정같이 맑고 투명한 조그마한 구슬이 나왔다. 생사리(生舍利)가 나왔던 것이다. 총부로 가서 정산종사에게 말씀드렸더니 영주(靈珠)라 하면서 더욱 수행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이 무렵, 훈타원 종사의 마음은 맑은 가을하늘 그대로였다. 무어라 표현하기는 어려우나 혼자서 느낄 수 있는 깨달음의 경지였다.

훈타원은 교도들의 축하 속에 치아 생사리 축하 법회를 열었다. 아직 모든 게 부족하고 스승님들에게 송구한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부처님의 법력에 의지하여 생사고해를 넘어서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는 일에 매진해야 하리라"는 굳은 결심만은 더욱 깊어만 갔다.

<원불교100기념성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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