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의 틀 넘어 세상의 고민과 함께하는 마음공부도량

▲ 원100 특별좌담을 진행하고 있는 김일덕 교무(왼쪽).
원100성업회는 세계적인 마음훈련도량이 될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을 앞두고 각계각층의 의견수렴을 해나가고 있다. '국제마음훈련원의 프로그램과 지향'을 주제로 열린 이번 좌담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행복'을 캐치프레이즈로 다양한 수행치유프로그램을 운영해온 한겨레 휴센터 오원식 기획실장과 여러 수행 현장을 취재해 온 중앙일보 백성호 기자, 원100성업회 김경일 사무총장이 참석했고, 김일덕 교무가 사회를 맡았다.

- 원불교가 국제마음훈련원 건립을 앞두고 있다. 이 시대 대중들의 마음공부도량이 될 국제마음훈련원의 방향성에 대해 큰 틀에서 말씀해주신다면.

백성호:지난 해 미국 원다르마센터 취재 때도 미국사람들이 왜 명상이나 호흡에 관심을 가질까 생각해 보았다.

사람들이 명상이나 호흡, 마음공부에 관심을 갖는 것은 자기 삶에서 문제를 느끼기 때문이다. 원불교 마음훈련원이 열어야 할 첫 단추는 이 시대 사람들의 고민을 직시하는 것이다. 종교의 틀로만 접근하지 말고 종교적 틀을 넘어선 문제 해결 방식과 어법으로 세상의 고민에 다가서야 하는데 다행히 원불교는 강점이 있다.

이웃종교에도 열려있고 생활종교를 표방하고 있으니 종교의 틀을 벗어나 대중의 문제로 깊이 다가서는 접근이 선행돼야 한다.

오원식:맞다. 종교적인 입장이 아니라 아픔을 가진 사람들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사람들이 굳이 자기 문제를 거기로 가지고 가서 풀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이 시대 대중들을 중심에 두고 마음훈련원 운영을 해나간다면 일단 출발은 성공이다. 교화의 방편이 아니라 세상 속으로 다가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김경일:대종사님도 종교운동이 아니라 새로운 문명운동을 하신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는 불교의 선, 가톨릭의 미사를 취하는 방식으로 사람들이 종교의 장점을 쇼핑하는 시대가 될 지도 모른다.

종교의 틀을 벗어나 세상의 문제에 깊이 다가서자는 말씀에 동의한다.
▲ 김경일 사무총장.
- 미국 불교가 안고 있는 문제가 선 명상은 법당에서, 상담은 정신과에서 하는 것이다. 마음훈련이 일상의 문제를 풀어내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

오원식:마음훈련원에 와서 내 문제가 내 문제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기문제를 직시하는 그 힘을 일상으로 돌아와 써먹어야 한다. 훈련할 때는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가 집에 오면 설거지해야지, 애는 울지 하는데 나는 마음 공부한다고 모른 체 한다든지 하는 식이 아니라, 와서 깨닫고 일상에서 그 마음이 지속되도록 근원적인 자각을 이루게 해야 한다.

백성호:그것이 핵심이다. 수행 따로, 일상 따로는 안 된다. 교당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일주일 내내 일상의 문제와 번뇌에 시달리다가 주말에 평온을 찾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일주일 동안의 온갖 지지고 볶았던 문제를 교당으로 갖고 와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해결책을 찾아서 일상으로 가는 방식이어야 한다.

교당은 일상의 문제를 함께 푸는 공간, 그런 일들이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공간이 돼야 한다. 마음훈련원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김경일:깊이 공감한다. 거기 가면 안심이 되고, 생활로 돌아오면 지옥이고. 그렇게 세상으로부터 점점 고립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
마음훈련원이 세상의 도피처가 아니라 삶의 힘을 얻어가는 곳이 되려면 깊은 수행과 지속적 관리가 필요할 것이다.
▲ 백성호 기자.
- 마음훈련원이 삶의 문제들을 치열하게 논의하는 장이 되려면 어떤 준비가 필요할지.

백성호:대중들이 찾아와서 자기 내면을 드러낼 수 있으려면 교무님들이 그런 역할을 먼저 해야 한다. 아, 나 오늘 참 힘들다. 나를 내려놓는 모습을 먼저 보이면 좋겠다. 큰 것이 아니더라도 작은 이야기들을 소소하게 털어놓는 일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하다가 큰 내면의 문제를 이야기하면 된다. 마음의 근육을 만들어가는 과정은 소소한 소통에서부터 시작된다.

김경일:교당 근무시절 6,70대 할머니 소모임이 있었다. 어느 날 할머니 교도 한분이 일평생을 여성으로서 살아오면서 마음에 켜켜이 쌓였던 이야기들을 쏟아내셨다. 순간 전체가 눈물바다가 됐다. 내면의 깊숙한 이야기를 털어놓으니 집단정화 혹은 집단치유가 되는 듯한 느낌이 있었다. 그런 과정이 있고 그 모임은 혈연처럼 깊은 신뢰로 움직였다. 노후를 같이 보내자는 이야기도 나올 정도로, 내면을 나누는 일은 참 중요하다.

오원식:학교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도 말씀하신 것과 같은 체험을 했다. 개인의 치유를 넘어 사회적 치유도 중요하다. 더불어 나 혼자만 평화롭고 행복해지겠다는 식의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세상의 평화, 이웃의 평화가 내 평화임을 아는 수행이 참 수행이다.

김경일:교당들이 생활 가까이에 있는 마음쉼터, 상담센터가 된다면 국제마음훈련원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마음훈련을 한 사람들이 좀더 깊은 수행을 원할 때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곳이 되면 어떨까 생각된다. 말씀대로 나의 평화와 세상의 평화를 함께 공부하는 것이다.
▲ 오원식 실장.
- 마지막으로 원불교 국제마음훈련원에 바라는 점을 말씀해 주신다면.

오원식:일반적으로 수행센터들이 수익에 집착하기 시작하면 문제가 생긴다. 종교기관의 수행시설 장점이 이 대목이라고 본다.

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곳이 아니기에 더 깊은 프로그램 운영이 가능하다고 보고 기대가 크다. 너무 디테일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음식이나 명상음악 등 보조적 수단들에도 신경 쓰셨으면 좋겠다.

백성호:원불교의 마음훈련원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려면 외부에 대해 활짝 열려 있어야 한다. 괜히 가면 눈치 보이는 곳이 아니라 드나듦과 이용이 부담 없었으면 좋겠다. 시대의 변화에 맞게 개방적인 운영방식을 고민했으면 좋겠다.

김경일:한겨레 휴센터를 비롯한 국내외 수행프로그램 운영주체들과 폭넓은 교류와 소통을 해나가겠다. MOU를 체결하는 등의 적극적 방식도 고려하겠다.

두 분 전문가들의 진정어린 조언이 마음훈련원의 기초를 다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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