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창단을 통해 마음 공부합니다"
단원들 합창지도, 마음 살펴
국악실내악단 단원으로 활동

광주 운암동에 위치한 문화예술회관에서 만난 광주교당 강은형(47)교도. 그의 옷매무새는 단아하면서도 세련미가 있었다. 한쪽 팔에는 다소곳이 악보 파일이 안겨 있었다. 이것만 보더라도 그가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그와 공연장 한 켠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누구보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음을 알게 됐다.

"전남대에서 작곡을 전공했습니다. 결혼 후부터 합창단 피아노 반주를 통해 광주전남교구 원음합창단과 인연이 됐고요. 그러다 15년 전부터 지휘를 맡았어요."

그러면서 그는 일을 하면서 느꼈던 경계에 대한 속내를 내 비쳤다. 한동안 바람처럼 그의 가슴을 아프게도 한 일이었다. 합창단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되지 않는 것에 아쉬움과 조바심이 컸다. 조건이나 역량에 대한 한계점도 그 한 요인이 됐다. 그는 이 일로 인해 오히려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어 감사해 했다.

"처음에는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지 않아 힘들었습니다. 두세 번 정도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어요. 시간을 쪼개서 하는 것이니 만큼 합창에 정성을 기울여 주기를 바랐던 마음이 앞섰던 같아요. 최근 5년 동안 융통성은 물론 생각이 많이 유연해 졌습니다."

그는 이런 일이 있을 때 마다 자신의 마음상태를 공부거리로 삼았다. 그러다 숲을 보기 보다 나무 하나 하나에 너무 신경을 쓰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원활한 합창 지도를 위해 이 부분을 고쳐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기도 했다. 이 이후 합창단이 숲으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지금은 단원들의 세정이 이해가 됩니다. 단원 한 분 한 분이 최선을 다하고 계신다는 것을 염두에 두게 됐거든요. 마음 살피기를 계속하다 보니 스스로 합창단을 대하는 태도가 훨씬 여유로워졌습니다."

그가 연습시간에 남녀혼성으로 이뤄진 합창단원들을 보면서 행복해 하는 이유다. 평균 나이 50대로 이뤄진 합창단원들을 대할 때 마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기도 한다. 그는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재가 출가교도들의 문화의식 확산을 염원하고 있다.

"교구 합창단의 경우 각 교당 교무님들의 관심으로 인원이 채워지는 실정입니다. 어느 교구나 비슷한 상황입니다만 무엇보다도 문화에 대한 재인식이 필요합니다. 재가 출가의 관심과 성원 속에 교화의 동력인 보다 젊고 능동적인 합창단원 영입이 절실합니다. 그래도 합창단 지휘를 하는 동안은 즐겁습니다."

그는 교구 원음합창단 지휘뿐만 아니라 국악실내악단 '황토제'에 8년째 참여했던 시절도 있었다. 현재는 여성들로만 구성된 국악실내악단 '쉬는 호흡, 숨'정기연주회에 건반으로 참여하면서 음악의 폭을 넓히고 있다.

"국악은 제가 좋아하는 장르입니다. 퓨전, 창작 국악에 대한 흥미를 가지다 보니 황토제 활동에 이어 '쉬는 호흡, 쉼'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젊은이들 성향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도 했습니다. 담당분야는 건반입니다."

그를 닮아 자녀들 역시 음악적 감각이 뛰어나다. 장녀는 서울예대에서 뮤지컬 연출가로서의 꿈을 위해 공부하고 있고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장남은 아직까지 음악에 대한 꿈을 표현하지 않지만 어렸을 때부터 드럼에 취미를 가지며 동아리 활동인 학교밴드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자녀들에 대한 애정 만큼이나 자신의 꿈 실현을 위해서도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예술치료(음악)를 통해 오랜 삶의 여정을 가진 굴곡진 어르신들의 마음을 다둑여 주는 치유 역할을 해 보고 싶은 것이다.

이처럼 그는 어디를 가도 음악적 삶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국악실내악단 연습 관계로 바쁜 움직임을 보인 그를 뒤로 하고 광주문화예술회관을 빠져 나왔다. 하늘은 화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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