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 석들이 큰 종(鐘)을 보게나,

크게 치지 않으면 소리가 나지 않는다네.

어떻게 하면 두류산(頭流山)처럼

하늘이 울어도 끄덕도 않을 수 있을까.

- 조식 -

남명 조식(1501∼1572)은 임금의 부름을 사양하고 지리산 아래 산청에 살면서 후학을 기른 처사입니다.
그는 나이 60이 넘어서 날마다 천왕봉을 우러러보면서 삶의 깊이를 키워갔습니다.

태산교악과 같은 삶의 본보기가 늘 앞에 버티고 서 있었던 것입니다.
두류산은 지리산의 다른 이름으로, 백두산으로부터 흘러 내려온 산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 지리산 고리봉에 올라 떠오르는 햇살을 받은 안개 낀 연봉들을 바라보았습니다.
가슴이 툭 터집니다.

"사람 하나 사는 게 태산준령 넘어가기"라던 어른들의 말씀이 가끔 생각나기도 하지만, 막상 태산준령을 앞에 놓고 바라보니 세상사 모든 게 작게만 느껴집니다.

공자께서 태산에 올라 천하가 작다고 말씀하셨다는 데, 우리는 굳이 태산이 아니어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한 줄기 바람처럼 살다가고픈'마음으로 산을 내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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