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참 먹거리
감사심과 정직으로 일하는 가족기업, 전통 장아찌와 전통 장류 인기

▲ 이진화 요리연구가(왼쪽)와 남편 김청허 씨.
▲ 알천농원 전경.
경남 산청의 깊은 산골. 주변은 온통 산이다. 유월의 기운을 머금고 있는 만큼 잎사귀 마다 푸른 빛이 완연하다. 쉬엄 쉬엄 쉬면서 도착한 알천농원의 풍경도 예외가 아니었다. 지리산 자락의 청량한 햇살과 바람으로 인해 푸른 싱싱함이 깃들어 있었다. 마침 장아찌 작업을 마무리 하던 이진화(54) 전통음식 요리연구가가 알천농원이 설립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12년 전에 감나무 농사를 짓던 이모님의 땅을 형제들이 공동 구입을 했습니다. 그러다 8년 전에 남동생이 장류 사업을 위해 먼저 들어왔고 저와 남편은 4년 전에 완전히 귀촌하게 됐죠. 이후 여동생이 택배작업을 전담하게 됐고 작은 올케는 인터넷 판매와 관리를 하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가족기업인 셈입니다."

5형제 중 스포츠댄스 강사를 하고 있는 막내를 제외한 4형제가 구입한 49,500㎡은 이들의 꿈터, 일터, 쉼터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 서로 서로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주고 있다. 장아찌 및 장류 제품 역시 이들의 정성이 듬뿍 담겨 있다. 식탁위에 오른 음식중에 가장 맛있는 음식을 일컫는 알천이란 단어가 그냥 나온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알천은 색소나 방부제, 화학조미료를 첨가하지 않는 슬로우 푸드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경남 지정 추천 상품이 된 것이 우연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이로 인해 맛자랑 투어의 대표적인 관광 코스가 됐다.

장아찌 호평

알천농원에서 생산되는 감은 천혜의 자연 조건으로 인해 당도가 높다. 전국 최고의 과일들에만 붙이는 닉네임인 탑 푸르드에 선정됐다. 이를 감 장아찌와 접목시켰다.

"친환경 유기농으로 감 농사를 짓다보니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산청이 감 고장인데 감으로 요리를 할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풋감은 먼저 소금에 저린 후 자르고 말려 고추장에 버무려 감 장아찌를 만들었습니다. 곶감 장아찌는 곶감을 잘라 고추장에 버무려 만드는데 호응이 좋습니다.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킨 100% 원액 감식초도 만듭니다."

여기에 사용되는 감은 그의 남편 김청허(58)씨와 오빠 이종석(57)씨 부부가 주로 관리한다. 1200주에 달하는 감나무는 20년생 400주, 30년생 200주, 3∼4년생 250주, 대봉 200주, 고종씨 150주 등이다.

그는 감 장아찌를 시작으로 산마늘, 곰취, 당귀, 마늘쫑, 더덕, 고추, 깻잎, 죽순, 무, 산초장아찌로 그 범위를 넓혔다. 약용 식물 관리사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는 그가 1년 내 바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 만큼 보람도 크다.

"물론 시기별로 생산되는 식재료들로 장아찌를 담다보면 힘이 듭니다. 여기서 생산되는 간장, 된장, 고추장, 식초 이외에도 저희 산에서 직접 채취한 약초물을 첨가하니 품질이 우수합니다. 그래도 보시하는 마음으로 하다 보면 힘든 것을 잊기도 합니다."

잠시 후 그를 따라 들어간 저온 창고 79.2㎡에는 제품들이 가지런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몽실 몽실 피어오르는 장아찌의 아련한 향기는 식감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 알천농원 장아찌들.
전통 장류

저온 창고가 얼마 떨어지지 않는 곳에 많은 항아리들이 햇살을 온몸으로 쬐고 있었다. 전통 식품인 장류의 발효를 위해서다. 그는 마침 장류 작업을 하고 있던 남동생을 소개했다. 그의 남동생은 산청군 장류협회 회장인 이종헌(52)씨다. 알천농원 대표이기도 하다. 장류 사업에 대한 동생의 열성은 마치 사명과도 같은 것이었다.

"제대로 된 우리 음식 맛을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주고 싶어서 장류사업에 손을 댔습니다. 할머니, 어머니들께서 하는 방식으로 할 때 비로소 전통의 맛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으니까요. 전통 방식으로 하다 보니 처음에는 실패가 많았으나 이제는 옛날 맛을 유지시키고 있습니다."

그의 남동생은 제대로 된 장류 맛을 위해 콩 선별에도 신경 쓴다고 덧붙였다.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드는 참 먹거리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이웃 어르신들과 계약 재배한 100% 국산 콩만 엄선하여 사용하는 것을 철칙으로 삼고 있다. 된장은 물론 고추장, 청국장 역시 콩은 빼 놓을 수 없는 재료다. 남동생은 된장 제품이 정성이 담긴 결과물임을 밝혔다.

"구슬처럼 물이 맑다는 구슬골의 지하 200m 천연 암반수로 콩을 정성껏 씻습니다. 장작불 피워 가마솥에서 푹 삶아 황토방에서 발효시키고 지리산의 햇살과 바람에 말립니다.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숯을 피워 항아리를 소독하고 전통 방식 그대로 된장을 담습니다."

고추장은 국내산 고춧가루와 직접 띄운 메주가루, 찹쌀을 식혀 만든 고운 엿으로 숙성시켜 만들고 있다. 찌개 청국장은 파우치로 포장하여 청결과 편리함을 추구하고 있다.
▲ 왼쪽부터 이종헌, 구진경, 이은화, 이진화, 문현숙 씨.
옛날 즉석 시래기국

요즘 들어 알천농원에서 생산되고 있는 즉석 시래기국은 단연 인기 품목이다. 알천농원이 야심차게 준비한 주력상품 중 하나다. 경남과학기술대학교 산학협력중심대학육성사업단의 클리닉데이로 부터 제품디자인 개선 등에 대한 조언을 통해 고객들의 친밀도를 가져왔다. 그가 내 보인 바우치에 쓰인 내용을 살펴 보더라도 간편성과 영양성을 고루 갖춘 즉석 조리식품임을 알 수 있다. 뒷면을 보니 물 600ml에 시래기를 넣고 끓인 후 불을 낮추어 약 7분간 더 끓이면 된다는 것이다.

"동결건조 방식을 취한 옛날 즉석 시래기국의 주 원료는 품질이 우수한 무청, 된장, 간장, 쌀가루, 멸치, 청양초, 대파, 다시마 등입니다. 파우치를 개봉하면 된장 냄새가 구수하게 납니다. 이번 산청약초축제에서도 고객들의 반응이 좋았습니다. 하루에 2백봉이 판매됐거든요."

그가 말한 시래기는 칼슘과 성장기 어린이와 갱년기 여성들의 골다공증에 좋다. 또 체내 콜레스테롤을 저하시켜 동맥경화 예방은 물론 식이 섬유가 많아 암 환자들의 대용식으로 사용되고 있다.

올케인 구진경(51)씨는 "옛날 즉석 시래기국에 사용된 시래기는 무청시래기의 깨끗한 부분만 골라낸 것입니다. 양념류는 순수 국산재료만을 사용했습니다. 끓여 드시면 담백한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주의 할 점은 본 포장 상태로 전자렌지에 사용을 하면 안됩니다."

올케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무실을 한 벽면에 걸린 사훈을 쳐다 보았다. '항상 청결하고 항상 정직하고 항상 감사하라'는 내용은 가족 기업의 신념처럼 보였다. 알천농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 역시, 산청군 민박 시설 중에서 1등을 차지한 것도 정직이 바탕돼 있음을 알 수 있다.

식사 시간에 맞춰 다시 응접실로 향했다. 차려진 밥상에는 각종 장아찌와 산에서 채취한 나물들이 얼굴을 내밀었다. 옛날 즉석 시래기국의 향긋함은 입맛을 깔끔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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