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대표단 WFB대회
일방적 철수에 비난 여론

티베트문제와 관련한 중국의 일방통행식 대응이 평화와 상생을 추구하는 종교적 영역으로까지 이어져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11~16일 전남 여수에서는 제26차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대회가 개최됐다. WFB는 국제 불교 단체로 전 세계 불교인들의 우의와 화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이번 한국대회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에 입각해 인류 보편적 가치 실현과 세계평화에 공동으로 노력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기대와 다르게 대회는 처음부터 삐그덕 거렸다. 문제의 발단은 12일 오전 WFB대표자회의에서 중국대표단이 티베트대표단의 회의참석에 반발하며 퇴장을 요구하면서다. 결국 중국대표단의 강력한 요구로 티베트대표단이 회의장에서 발걸음을 돌리는 씁쓸한 광경이 연출됐다.

급기야 13일에는 중국이 일방적으로 대표단을 철수시키면서 부처님의 자비와 평화의 메시지를 세계에 전한다는 대회의 취지를 무색케 했다.

사실 중국이 티베트 독립 문제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과 마찰을 빚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달라이라마의 방문국에는 이를 저지하기 위한 압력을 행사하는가 하면 외교적 위협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영국의 캐머런 총리가 '템플턴'상을 받기 위해 방문한 달라이라마를 접견한 것에 항의해 예정돼 있던 양국 장관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시켰다.

그러나 평화와 상생 등의 가치를 추구하는 종교인들의 만남에서까지 자국의 정치적 입장을 강요하는 행위는 도가 지나치다는 게 중론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국내 불교계의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14일 중국대표단의 개회식 불참과 일방적 철수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를 촉구했다. 조계종은 이날 발표문을 통해 "중국대표단의 주장과 행위는 세계 불교계가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바탕으로 추구해온 상호 유대와 평화라는 공동의 가치를 스스로 거스르는 행위"라며 "앞으로 상호관계와 교류를 진지하게 재설정 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표명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이하 불시넷)는 역시 성명을 통해 중국대표단의 '무례'를 비난했다. 불시넷은 "그들의 무례한 언행은 평화를 애호하는 한국인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것이고, 나아가 민족과 국경을 초월한 진리인 부처님 가르침을 내팽개친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대회를 주최한 WFB의 태도도 문제삼았다. 이번 회의에서 티베트 문제를 다루자는 요청이 없었음에도 WFB 사무총장 등이 중국 측의 일방적 주장에 동조하여 티베트대표단을 퇴장시킨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위이라는 것이다.

또 이번 사태에 대해 WFB가 티베트 망명정부에 공식 사과하고 당사자인 중국불교협회에 대해 제재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중국 내에서도 중국대표단이 조계종이 세계불교도우의회에서 티베트대표단을 받아들여 항의퇴장한 소식에 여론이 들끓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분위기와 달리 조계종이 중국 철수에 대해 유감 그리고 사과요구에 중국여론이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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