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현성 교도·영산선학대학교( 논 설 위 원 )
영산선학대학교에서는 학생과 교수가 함께 참여하는 '국제선학연수 프로그램'을 6월14일부터 29일까지 진행했다. '국제선학연수'는 김혜신 교무님께서 총장으로 부임하면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다. 영산선학대학교가 '세계 제일의 도덕 대학이 되려면 학생과 교수들부터 세계를 체험하여야 한다'라는 특단의 의지 덕분에 재정적으로 썩 좋지 않은 형편임에도 꿋꿋이 추진되었고, 금년으로 3회를 맞이했다.

금년 초 교수회의에서 티베트와 네팔의 불교 유적지들을 돌아보며 네팔에 존재하는 티베트불교를 이해하는 시간을 갖자는 데에 의견이 모아졌고, 티베트의 연수 일정은 국내 여행사를 통해서, 네팔의 일정은 이하정 교무님과 현지의 원성제 교무님을 통해 순조롭게 준비되는 것 같았는데, 출발하기 일주일도 채 안 남은 시점에서 티베트 승려의 분신으로 인해 외국인들에게 티베트의 방문이 일체 불허되는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연수 일정은 티베트를 방문하는 대신 황급히 중국 선종(禪宗)을 열으신 육조 혜능 스님의 진신(眞身)이 등신불로 모셔져 있는 남화사(南華寺)와 남악 회양 선사와 도일 선사의 고사(故事)가 어린 형산(衡山)의 마경대(磨鏡臺), 중국 선종의 고찰인 복엄사(福嚴寺), 남대사(南臺寺)를 방문하는 것으로 조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성(自性)의 원리를 확연히 깨치시고 중국 선종을 확립하신 육조 스님께서 계셔서일까? 중국에서의 급박한 연수 일정 내내 남화사는 우리에게 정신적 캠프였다. 우리는 수십 명의 남화사 스님들이 대웅전의 거대한 아미타불 불상과 그 아래에 모셔져 있는 육조 스님의 진신 등신불 앞에서 거행하는 5시의 새벽예불에 참예하였고, 스님들과 함께 공양을 했으며, 석전정(釋傳正) 주지 스님의 환대를 받으며 한 시간 가까이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주지 스님에게는 우리 중국어판 교전과 기념품을 전달하면서 원불교는 불교를 개혁하여 한국에서 시작한 종교로서 불법시생활, 생활시불법, 출가와 재가가 둘이 아닌 교단이라고 간략하나마 소개했다.(우리 연수 활동은 남화사 홈페이지 http://www.nhcs.cn에 사진과 함께 실렸음.)

남화사 스님들의 융숭한 대접은 영산선학대학교(靈山禪學大學校)의 교명(校名) 덕도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국의 후진타오 주석이 2006년의 불교자 대회에서 불교 중흥을 국가 정책으로 천명한 바 있는데, 동아시아 문화사에서 차지하는 중국 선종의 원류적 위치도 한몫을 했을 것이다. '영산'과 '선학'을 교명으로 삼으신 대산 여래의 선지적 탁견 덕분에 중국 선종의 원류인 남화사 스님들과 짧은 시간에 공감을 이루지 않았나싶다.

광효사의 방문을 끝내고 6월18일 저녁 7시에 우리는 카트만두 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하정 교무님께서 정성스럽게 준비한 일정 덕분에 첫날부터 네팔에서 20년 가까이 수행하고 있다는, 머리를 기른 한국인 스님으로부터 티베트불교의 밀교적(密敎的) 수행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었다. 그 스님의 티베트불교 수행법에 대한 예찬과는 달리 불교학자들에 따르면 인도의 불교가 상좌부와 대승부가 대립을 보이는 부파적 불교의 분화 단계에서 '탄트라'를 비롯한 힌두교적 요소들이 대승부에 스며들면서 주술과 신비에 의존하며 스승이 비밀스럽게 제자에게 전하는 밀교적 수행법을 형성했고, 그 밀교가 티베트에 전해져 발전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교(敎)가 바탕이 된 선(禪)이어야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다는 티베트불교적 가르침 역시 우리에게는 삼학병진의 주요 내용과 공부법으로 생소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주술과 신비에 의존하는 밀교적 교학(敎學)이 티베트 대장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데 과연 인류 구원의 교학이 될 수 있을까? 티베트불교의 수행법은 학문적으로 또는 문화사적으로 가치가 있을지 모르겠으나 인류를 고통에서 구원할 수 있는 부처님의 바른 법인가에 대해서는 내게 끊임없는 의문으로 다가왔다. 생멸 없는 도와 한 치도 틀림없는 인과가 바탕이 되지 않는 신앙과 응용무념의 도를 육근(六根) 작용에 드러내지 못하는 수행법으로 어떻게 파란고해에 빠진 모든 생령들을 낙원세계로 인도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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