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속 천주교 성지 순교 실천의 외침 들린다

2012 이웃종교 화합주간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화합과 상생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다종교 국가로서의 우리나라가 평화적 발전상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체험마당 이웃종교스테이는 자연 속에서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될 것이다.
본지에서는 '미리 가본 이웃종교스테이'를 기획했다. 1주 천주교, 2주 유교, 3주 한국민족종교협의회, 4주 천도교 순이다.
▲ 면형의 집 정성훈 신부.

이웃종교스테이 취재를 위해 제주에 도착하니 긴 가뭄 끝에 반가운 단비가 내렸다. 천주교 면형의 집은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에서 운영하는 피정의 집이다. 피정의 집은 영적인 성장을 위해 사회와 격리된 곳에서 묵상하고 기도하려는 피정자들을 위해 마련된 시설물이다. 이국적인 정원이 인상적인 면형의 집은 서귀포에서 처음으로 복음을 전파한 홍로성당 터에 있다.

6월18일 오후1시 이웃종교스테이(이하 스테이)를 준비하는 정성훈 신부를 만났다. 정 신부와 7월6∼8일 까지 진행되는 순례일정 전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어떤 곳을 순례하게 되나

제주도에는 1899년 두 선교사가 신부로 파견되면서 선교가 시작됐다. 이후 천주교의 교세는 급속도로 확장되어 갔다. 이러한 제주지역은 국내 최초로 사제품을 받은 김대건 신부의 성지를 비롯해 신앙심을 바탕으로 1960년대 가난극복의 기반을 마련한 이시돌 목장 등 다양한 천주교 유적이 있다.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관광공사는 제주지역 천주교 유적 보존과 관광객 유치를 위해 천주교 성지순례 관광상품 개발 TF팀을 꾸려 '천주교 도보성지 순례길' 6개 코스를 확정했다.

6개의 코스 주제는 '빛, 영광, 고통, 환희, 은총'으로 나눴다. 빛의 길은 김대건 길, 정난주 길을 포함한 17.6km, 영광의 길은 김기량 순교현양비∼함덕포구∼신흥포구∼조천성당까지 7.7km, 고통의 길은 황사평성지∼별도천∼관덕정∼중앙성당 10.7km, 환희의 길은 서귀포성당∼외돌개∼홍로성당 터∼복자성당∼서귀포성당 11.6km, 은총의 길은 새미은총동산∼금악성당∼저지마을∼신창성당으로 이어지는 18.2km 등이다.

정성훈 신부는 "이번 스테이는 첫째 날 황사평성지~별도봉~김기량 순교비~성산포성당을 돌아본 후 면형의 집에 도착하게 된다. 저녁에는 제주도의 천주교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과 영성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된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스테이 둘째 날 프로그램도 소개했다. 아침 7시30분 아침 미사와 식사를 마친 후 9시부터 서귀포성당~하논성당터~생태길, 분화구~중문성당~모슬포성당을 오전에 순례한다. 오후에는 대정성지~고산성당(김대건길 시작)~용수성지를 순례한 후 저녁에는 이웃종교 화합과 천주교에 대한 강의가 진행된다.

스테이 마지막 날에는 아침미사와 퇴소식을 한 후 새미은총의 동산을 돌아보며 제주에서의 일정을 마치게 된다.

황사평·대정·용수성지

황사평 성지는 1901년 신축교안(辛丑敎案)때 희생된 신자들이 묻혀있는 곳이다. 이 사건은 조정에서 파견되어 온 봉세관의 과다한 조세징수와 관리자로 이용된 일부 신도들로 인한 오해, 전교 과정에서의 신앙과 위배되는 풍습에 대한 반대 등으로 주민들과의 잦은 충돌이 있었다. 이에 저항한 민회가 열리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이때 수백 명의 신자와 양민이 관덕정 등지에서 희생됐다. 이후 사태가 진정된 뒤 조정으로부터 양도 받은 황사평에 연고 없는 28구의 유해를 모아 안장했다.

이 황사평 성지에는 제주교구 초대 주교이며 한국에 레지오 마리애를 도입한 하롤드 대주교와 신구약 성경을 한국말로 번역한 임승필 신부 등 성직자들의 묘, 제주에서 첫 순교를 한 김기량의 순교현양비와 제주에서 사목했던 외국 선교사들의 공덕비가 있다.

대정성지에는 정난주(마리아)의 묘가 있다. 정난주는 다산 정약용의 맏형 정약현의 장녀이다. 15세 어린 나이에 진사시험에 장원급제하여 정조의 총애를 받던 황사영(알렉시오)의 부인이다. 황사영은 1801년 박해가 일어나자 충청도 베론으로 피신하여 은거하면서 북경의 구베아 주교에서 조선천주교회의 어려운 상황을 보고, 구원을 요청하는 백서를 작성했다. 그는 백서가 발송되기 직전 체포되어 능지처참의 판결로 처형되어 순교했다. 이 사건으로 그의 어머니 이윤혜는 거제도, 아내 정난주는 제주도, 두 살 된 어린 아들 경한은 추자도에 각각 유배됐다.

정난주는 모슬포에서 37년동안 신앙을 지키며 노비로 살다가 1838년 66세에 세상을 떠났다. 제주의 천주교 신자들은 정난주를 신앙의 증인으로 존경하며 대정성지에서 그 얼을 기리고 있다.

용수성지에는 성김대건 신부 제주표착 기념성당과 기념관이 있다.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 해안은 김대건 신부가 중국 상해항을 출발하여 서해 바닷길로 귀국하다가 표착한 곳이다. 김 신부는 1845년 8월17일 중국 상해 김가항성당에서 24세 때 한국인 최초로 사제품을 받았다. 그리고 8월31일 페레올 주교와 다블뤼 신부 등 일행 13명과 함께 '라파엘호'를 타고 상해항을 출발하여 귀국하는 도중 큰 폭풍우를 만나 표류하다가 상해 출발 29일만인 9월28일에 제주도 용수리 해안에 표착한 것이다. 김 신부 일행은 첫 미사를 용수리 해안에서 봉헌하고 선박을 수리한 후 전라북도 강경의 금강 하류인 나바위로 입국했다. 천주교 제주교구는 김 신부의 선교열정과 순교정신을 기리기 위해 1999년 9월19일 용수리 해안을 성지로 선포했다.

영성체험, 사회 평화로 실현해 내야

이번 스테이를 준비하며 정 신부는 "과거 선조들은 동네에 잔치가 있을 때면 함께 일하고 함께 잔치를 즐겼다. 그리고 잔치를 마친 후 음식을 나누며 이웃간 정을 두텁게 했다"며 "종교 간에도 서로 알아야 한다. 이해가 있을 때 마음을 나눌 수 있다. 먹고 사는 일상의 삶이나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다. 종교인 간 돕고 나눌 때 사회 평화가 유지되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는 상생의 관계가 필요하다"고 재차 인식한 것을 밝혔다.

그는 스테이 프로그램 운영 시 영성체험을 통해 '나눔과 존중, 배려와 상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고 소개했다.

최근 강정마을에서의 천주교 신부들의 활동도 안내했다. 그는 "강정마을의 현 상황을 놓고 사회정의를 위한 평화의 실현을 위해 신부들이 중재에 나선 것이다"며 "환경을 살리는 방향, 제주가 평화의 섬인 만큼 그 평화를 어떤 방식으로 지켜 갈 것인가에 대한 방향을 주민들과 신부들이 국가를 향해 외치고 있는 것이다"고 의지를 말했다. 스테이를 통해 종교인들이 체험한 영성을 사회참여로 실현해 내야한다는 바람이기도 하다.

그는 영성체험 프로그램 시 소개할 '완덕오계(完德五誡)'에 대해 ▷분심잡념(分心雜念)을 물리쳐라 ▷사욕(邪慾)을 억제하라 ▷외적행위를 성화하라 ▷양심불을 밝혀라 ▷자유를 하느님께 봉헌하고 그 성의를 따를지니라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위 오계는 방원장 신부가 복자회 수도자들에게 특별히 주신 것이다. 다시 말해 완덕에 이르기 위해서 수도자들에게 내린 지침이다"며 "오계를 실천하여 우리의 살과 뼈로 돌아가게 해야 함과 동시에 영혼의 부자가 되는 방법이다"고 강조했다.

인터뷰하는 동안 비는 쉬지 않고 내렸다. 굵은 빗줄기가 면형의 집 정원 잔디의 목마름을 해소시키려는 듯 흡족하게 스며든다. '성자들의 가르침 역시도 우리들의 영성에 그대로 스며들어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일렁인다. 생각의 이면에는 실천이 따르지 않는 종교인의 모습이 스쳤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종교는 '삶의 지침서'일 것이다. 스테이를 통해 앞서간 성자들의 삶이 내 안에 스며들어 그 가르침이 실천으로 행해지길 염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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