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운교 유·불·선 통합 정신 종교화합으로

2012 이웃종교 화합주간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화합과 상생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다종교 국가로서의 우리나라가 평화적 발전상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체험마당 이웃종교스테이는 자연 속에서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될 것이다.

본지에서는 '미리 가본 이웃종교스테이'를 기획했다. 1주 천주교, 2주 유교, 3주 한국민족종교협의회, 4주 천도교 순이다.
▲ 수운교 법회당에 모셔진 위패.

대전 광역시 유성구 추목동 403번지. 비단으로 병풍을 친 것과 같다고 해 이름 붙여진 금병산을 배경으로 수운교 본부가 자리한 곳이다.

대전역에서 1시간 정도 버스를 타고 달려가 내린 수운교 본부의 입구에는 양쪽으로 솔밭이 길게 펼쳐져 있어 상쾌한 솔향이 긴 여정에 지친 객의 마음을 어루만져 준다.

솔향을 맡으며 잠시 걸은 길은 시야가 탁 트인 잔디밭에 다다르자 아담하지만 기품있게 자리잡고 있는 수운교 본부로 안내했다.

1923년 수운교가 창립된 후 1929년 이곳에 터를 잡았다고 하니 이미 팔십여 년의 세월을 함께해서인지 건물들이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주변과 전혀 어색하지 않다.

그리고 마침내 수운교 본부사무실의 문을 두드리자 민족종교스테이 준비로 분주한 오창윤 총무원 교무부장을 만날 수 있었다.

▲ 수운교 범종.
수운교, 사람을 하늘처럼

수운교는 1923년 그들이 수운 최제우의 현신이라 믿는 이최출룡자로부터 비롯된 동학계열의 신종교다. 오 교무부장은 "수운교 역시 다른 동학계열의 종교가 그렇듯 '시천주'사상을 근간으로 '홍익인간' 등을 포교의 이념으로 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인지 본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 중 하나가 초록 나무를 깎아 큼지막하게 새긴, 사람을 하늘과 같이 여긴다는 '사인여천'이라는 글귀다.

또 수운교의 이러한 사상은 교인 상호 인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들은 서로 만나면 '모시고 안녕하십니까'라고 두 번 인사를 한다. 모신다는 것은 천주님을 잘 모시고 있느냐는 뜻이며, 두 번 인사하는 것은 상대방에게 모셔진 하늘님과 내가 모시고 있는 하늘님 두 분께 올리는 인사이기 때문이다.

하늘, 땅, 사람이 하나 되는 그곳

수운교 본부에는 수운교의 삼단인 도솔천과 봉령각, 법회당 외에 광덕문, 본부사무실 등이 넓게 펼쳐져 있다. 그런데 이 건물들은 수운교의 '인간중심', '유·불·선 통합'의 사상이 담겨 있는 단순히 집회를 위한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중 도솔천은 1929년 경복궁을 중건한 최원식 도편수가 건축한 목조건물로서 수운교의 심장이라 할 수 있다. 오 교무부장의 설명에 따르면 '천궁'이라고도 불리는 도솔천은 조선시대 궁궐양식에 따라 지어졌으며 1989년 대전광역시문화재자료로 지정된 후 1999년 대전유형문화재로 재 지정됐다. 도솔천은 천간 10수로 열 개의 기둥과 지지 12수로 열둘의 큰 용과 28수로 28매의 문이 있는데 문 하나하나가 문화재라고 하니 수운교에서 얼마나 정성을 기울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도솔천을 천궁이라 부르는 이유는 사람이 사는 땅위에 무형한 대도와 우주법계의 형상을 옮겨 상징적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도솔천은 궁을도가 그려진 뜰과 신장들이 지키고 서있는 광덕문을 지나 경내로 들어설 수 있는데 궁을도는 우주의 이치를 의미하는 원에 생사의 출입문이 되는 길을 새겨 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로병사의 이치를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수운교인들은 교단의 크고 작은 행사가 있을 때마다 보상기를 들고 이 궁을도를 따라 걷는 궁을도행을 행함으로써 하늘과 땅, 사람이 하나 되는, 즉 우주와 내가 하나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도솔천과 함께 삼단을 이루고 있는 봉령각은 1929년에 건립됐으나 1939년 화재로 소실돼 1947년 재건된 남향 건물이다. 내부 중앙에는 아미타불 목조입상을, 좌측에는 나옹불사 성덕군을, 우측에는 수운천사인 순덕군의 영정을 봉안하고 있는데 유·불·선 삼교의 통합을 표방하는 수운교의 교리를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장소라고 할 수 있다. 봉령각 역시 건축사적, 종교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2007년 등록문화재 제331호로 등재됐다.

법회당은 수운교의 대법당으로 근대한옥건물이며, 내부중앙에는 삼불상을, 좌측에는 천수천안관자재보살의 탱화가, 우측에는 그들의 우주관을 그린 '삼천대천 세계도'와 수운천사의 진영을 함께 봉안하고 있다. 그리고 서편에는 조상의 위패를 모신 영단을 조성하는 동시에 동편에는 신중단을 모시고 있다.

또 도솔천 좌측에는 두드리면 맑은 종소리가 난다는 와우형의 큰 돌인 석고가 자리하고 있다. 대전광역시 문화재자료 제13호이기도 한 이 바위는 쇠북소리와 같다고 해서 '석고'라 이름 붙여졌다. 충남 보령군 청라면 황룡리에 거주하는 송종독이라는 교인이 연 3일 밤을 수운교로 인도해달라는 꿈을 꾸고 1926년 수운교로 운반해 이곳에 안치됐는데 수운교인들은 이 석고가 스스로 소리를 내면 조선이 완전한 독립을 이루고 세계평화가 이뤄진다고 믿었다고 한다.

동양 선사상 체험하는 영성훈련으로

민족종교스테이는 첫째 날 수운교에 대한 소개와 함께 매일 새벽·정오·저녁 3회 이뤄지는 타종 체험과 종이한복 접기 등으로 진행된다. 이어 둘째 날에는 타종 체험을 시작으로 예불과 영성 수련, 바라춤 배워보기, 법경도 수행, 촛불 궁을도행 등으로, 셋째 날에는 금병산 산행과 법일 의식으로 스테이를 마무리 한다.

프로그램과 관련해 오 교무부장은 "민족종교스테이에 온 만큼 선관선복이나 법경도와 같이 다른 종교에서는 경험하지 못한 체험을 위주로 참가자들이 쉽고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준비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 중 눈에 띄는 점은 한 번의 민족종교스테이에서 도가, 불가, 유가에서 행하는 수행의 맛을 고루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수운교는 유·불·선 삼교의 통합을 표방하고 있다. 오 교무부장은 이를 "수운교의 첫째 덕목이 바로 화합으로 교리적으로 유·불·선을 통합한 동양의 선사상이 녹아 있다"고 소개했다. 이는 선천시대의 유·불·선은 각기 발전해왔지만 서로 소통이 되지 않아 한계가 있는 만큼, 후천시대에 나온 수운교는 유·불·선 삼합을 지향해 완성된 종교를 이루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예를 들어 수운교 바라는 1933년부터 새벽4시와 저녁에 예불시간을 알리는데서 부터 시작되었다. 그 후인 1934년 4월16일 교주의 명교로 위령대제 봉행시에 처음으로 동학의 천도와 불교의 합일정신으로 불천(佛天)의 바라춤을 추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법경도 수행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윷놀이 또는 조선시대 양반자제들이 하던 승경도와 유사한 형태의 수행법이다. 윷을 던져 말을 이동한다는 점에서 승경도와 비슷하다.

그러나 승경도가 조선시대의 수많은 관직의 등급과 상호관계를 놀이를 통해 익히게 한다면 법경도는 연화, 만달화, 우담화의 3단계로 그려진 판을 이동해 우주와 내가 합일 되는 과정을 배운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승경도가 개인의 입신양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 법경도는 수행의 길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오 교무부장은 "놀이에 있어서도 단순히 놀이에 그치지 않고 공부심을 놓지 말라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민족종교스테이는 민족의 얼을 이어나간다는 취지에 따라 종교문화축제에서도 선보였던 '종이한복 접기'와 '전통음식 만들기 체험'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즐겁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도 빠뜨리지 않고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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