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과 영성으로 종자사람 되자"

2012 이웃종교 화합주간이 한국종교인평화회의 주최로 올해 처음 열리고 있다. 이 행사는 화합과 상생에 대한 관심과 참여로 다종교 국가로서의 우리나라가 평화적 발전상을 제시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체험마당 이웃종교스테이는 자연 속에서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될 것이다.
본지에서는 '미리 가본 이웃종교스테이'를 기획했다. 1주 천주교, 2주 유교, 3주 한국민족종교협의회, 4주 천도교 순이다.
▲ 용담교에서 바라 본 용담정.
▲ 용담정 입구.
천도교의 발상지인 경주 용담성지를 향했다. 천년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경주를 가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설렜다. 용담수도원으로 들어가는 길목은 푸르른 나뭇가지 사이로 초록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먼 길을 달려온 여행자에게 맑은 햇살과 바람은 먼저 손을 내밀며 여독을 풀어주었다. 수도원에 도착하자 돌비석에 새긴 '성지'라는 글귀가 정겨웠다.

용담성지의 첫 느낌은 근접할 수 없는 고요한 침묵이 감돌았다.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만날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용담성지는 동학(천도교)의 창시자인 수운 최제우 대신사가 포덕1년(1860) 한울님으로부터 무극대도를 받은 천도교의 발상지이다.

용담정의 유래

용담성지는 구미산 중앙능선에서 북쪽으로 내려 이어지는 협곡의 중앙에 위치해 있으며 용담계곡 일대의 경내에는 용담정, 사각정, 용담수도원, 성화문, 포덕문 등의 시설과 최제우 대신사 동상이 건립되어 있다.

성지가 자리하고 있는 구미산의 거북 구(龜)는 오랠 구(久)와 통하는 글자로 꼬리미(尾)를 합하면 '오랜 뒤끝, 새로운 것이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한다. 즉 선천의 5만년의 역사를 끝내고 후천 5만년의 새로운 역사가 시작되는 골짜기를 지니고 있는 상서로운 곳으로 회자되고 있다.

천도교는 포덕153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 용담정(龍潭亭)은 수운 최제우 대신사에 의하여 사람이 한울님을 모시고 있다는 시천주(侍天主)의 무극대도(無極大道)가 창조된 것으로 천도교의 성지이다. 용담정은 수운대신사가 10년간 주유천하하고 돌아와 목숨을 건 정진 끝에 도를 얻은 곳이다. 용담정에는 수운대신사의 영정과 친필인 거북 구(龜)자가 걸려있고, 대신사의 일생을 그린 10폭의 병풍이 놓여 있다.

용담수도원의 박남성 원장은 포덕의 의미를 "부모가 자식에게 베풀 듯이 덕을 베푼다"며 "경주는 신라의 문화와 역사의 비중이 높다. 역사적으로 이곳에 동학이 머물렀기 때문에 한때는 역적의 땅으로 몰리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경주시에서 천도교 성역화 사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말했다.

성역화 사업으로 수련체험 전시관, 야외학습관은 물론 수운대신사의 생가를 복원중에 있다.
▲ 용담수도원 박남성 원장.
수련과 체험 중점

이웃종교 스테이를 준비하면서 박 원장은 "시설적인 면은 많이 부족해 부끄럽다. 하지만 스테이에 참가한 사람들에게 수련체험을 중점적으로 체험시키겠다"고 강조했다.

용담수도원의 수련 일정은 새벽 4시30분에 기상해 5시부터 기도식을 시작으로 주로 주문을 외운다. 소리를 내는 현송과 소리없이 하는 묵송을 번갈아 가면서 수련한다.

그는 이번 스테이를 통해서 "자신의 가치가 향상되고 국가와 사회에 이바지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양극화의 통일과 종교간의 화합을 도모하고자 했다"는 바람도 잊지 않았다.

고분자화학을 전공한 그는 오랜 방황 끝에 만난 천도교가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을 갖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천도교의 경전에서 "먼 옛날부터 사시순환하는 가운데 변하지도 바뀌지도 아니하여 천하에 뚜렷하지 아니한가라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았다"고 언급했다. 그에게 천도는 우주의 모든 것에 대입해도 다 맞아 떨어졌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말이 나 혼자라는 것이 아니라 전부 내 몸과 같이 나일 뿐이다는 것이다. 그는 "수도하면 할수록 포용력이 생기고 상대방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느껴진다. 말로 너와 나는 하나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일체감을 확실하게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수운대신사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용담정으로 향했다. 용담정을 가는 오르막 길은 누구에게도 허락하지 않은 고요한 숲속을 연상하게 했다. 계곡을 끼고 있기 때문일까. 계단을 오르는 돌에는 이끼가 끼고, 청개구리가 계단을 오르내렸다.
▲ 수운 최제우 대신사 동상.
내안의 한울님 모시기

용담정 안에는 수운대신사의 영정을 모시고 불단이 꾸며져 있었다. 불단에 올리는 것은 오직 청수 한 그릇 뿐이다.

안내를 해준 정미라 동덕은 "청수 한 그릇은 정화수와 같다. 우주는 한 덩어리의 물과 같다. 천도교에서는 형상화의 첫 시발점을 물로 삼았다"고 말하며 수운대신사의 영정을 향해 절을 하지 않았다. 심고만 올릴뿐이었다. 그는 "내 안에 한울님을 모시기 때문에 절을 할 데가 없다"고 설명했다. 천도교의 신앙관은 한울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이다. 내 몸의 영기를 통해 한울님을 만난다고 했다. 선천시대의 종교는 주객이 있다면 후천시대의 종교는 주객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종교를 통해 얻고자 했던 상제(신)는 나에게 있음을 인식시켰다. 천도교의 이러한 정신은 적서와 남녀 차별을 없애는 동학혁명의 밑거름이 됐다.

천도교에서 오랫동안 수련을 체험한 정미라 동덕은 "수련을 하고 주문을 외우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됐다. 존재한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쁨이었다. 몸이 가벼워지면서 심화기화가 저절로 됐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하는 것이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이 언행일치가 되어야 한다"며 "천도교의 기본이 수련체험이기에 신자들에게도 강도있는 수행을 요구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체험이 없으면 깊은 맛을 못 느끼고 신앙과 수행에 뿌리를 박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용담수도원 법당에는 하계수련 주제로 '정신개벽하여 종자사람 되자'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여기서 '종자사람'은 수련과 영성으로 천도교를 지켜갈 진리를 체득한 사람을 가리킨다. 몸이 아닌 성품으로 깨어살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원불교보다 앞선 포덕153년의 천도교 용담성지를 순례하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원불교100년성업을 향해 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한때 중흥기를 맞이했던 천도교는 이제 쇄신의 열쇠로 종자사람 되기를 염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용담성지를 순례하고 나오면서 대종사님이 〈대종경〉에 부촉한 말씀이 떠올랐다. '스승이 법을 새로 내는 일이나, 제자들이 그 법을 받아서 후래 대중에게 전하는 일이나, 후래 대중이 그 법을 반가이 받들어 실행하는 것이 삼위일체되는 공덕이다'는 가르침이 풍경소리 처럼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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