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안에 군살이 생겨야 소리꾼"

남쪽마을 땅 끝에서 우리 가락을 열정으로 배우고 가르치는 박혜성(59· 본명 성숙) 교도. 그는 농협을 퇴직 후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하루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고흥종합문화회관 내 전속예술단원이기도 한 그는 만학도이기도 하다.

"가족 중 할머니가 판소리를 잘 하셨다. 그 영향을 받아 어렸을 적에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하고자 하는 욕구는 나이가 들어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국악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지금은 전남과학대학교 실용음악과에서 가야금 병창을 배우고 있다." 그는 인생 후반기에 우리문화의 진면목에 눈을 뜬 것이다. 또 꾸준히 실력을 향상하려는 공부자세이기도 하다.

그는 배움과 동시에 초등학생들에 대한 가르침을 놓지 않는다. "녹동초등학교 방과 후 민요교실을 진행하고 있다. 어린 학생들이 민요를 빨리 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주고 싶다. 어쩌면 나 혼자만의 소망일지도 모르지만 어린시절부터 다양한 체험을 하도록 돕고 싶었다."

그는 늦게 시작한 국악이지만 그의 스승(나경자 교도·고흥교당)과 2004년부터 해외 공연에도 꾸준히 참석하고 있다. "호주에서 한국전쟁 참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이 있다. 지금은 다 노인이 됐다. 하지만 그 행사에는 정장을 차려입고 훈장을 달고 가족들과 공연에 온다. 피날레로 강강술래를 하면서 공연을 마치는데 할 때마다 감격스럽다. 다음해에 가면 한 분씩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참 마음이 아프면서도 감동이 오래 남는다." 호주공연은 한센병을 앓고 있는 소록도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공연과 더불어 아직도 잊혀 지지 않는 공연이다.

그는 "해외공연을 하면 국악의 위상을 절감한다. 기립박수가 쏟아진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해외에서는 환호를 받는 셈이다. 국악은 한국음악이면서도 우리나라에서는 기반이 약해지고 있다. 국악인들이 어렵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관심을 많이 가져야 한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는 지역교화도 간접적으로 돕고 있다. "최근 한 농협 조합장이 국악을 배우고 싶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선거 운동할 때 군민들을 즐겁게 해드리고 싶은 열망 때문이다"며 관객과 하나 되는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함께 해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대개 국악을 하려면 쉰 듯한 목소리가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 그는 "쉰 듯한 목소리는 성대에 자극을 많이 줘서 군살이 생겨서 그렇다. 판소리의 고음은 가곡에서의 고음과 비교할 수 없는 목소리이다. 국악에서는 통성 즉 단전, 가슴, 배를 다 열어야 소리가 난다. 혼을 온통 쏟아 놓는 것이다. 그래서 종합예술이 된다"며 "보통 성대 결절이 생기면 병원에서는 목을 못 쓰게 한다. 하지만 국악인들은 그때 단련을 거듭한다. 상처를 극복하며 바늘귀 만큼의 소리가 나오면서 점점 좋은 목소리로 변한다. 그때 피를 토하기도 한다. 일반 가수들과는 판이하게 목소리를 만드는 셈이다"고 소개했다.

이렇듯 인고의 시간을 거쳤기에 가야금 병창이나 판소리의 시원스런 목소리가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는 "마음공부를 평생 하듯 국악 공부 역시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다"며 "원불교가 실천종교인 것처럼 알고 있는 것들을 실천하는 산 종교인이 되고 싶다"는 공부심을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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