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봉원 교무 / 서면교당
언어 평등주의. 나를 에스페란토로 이끈 건 이 단어였다. 강대국의 언어를 쓰다보면 약소국의 언어와 문화가 사라진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까지 그 강대국에 종속되기도 한다.

그래서 학창시절 사대주의의 하나라 생각하며 영어를 등한시 했다. 그런데 자국의 언어와 문화를 보호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니, 그것도 다른 세계인들과 동등하게 이야기를 나누면서 말이다. 얼마나 혁신적인 일인가?

원불교대학원대학교 때 인연 맺은 에스페란토는 원기90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에스페란토세계대회에 원불교분과를 첫 개설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 줬다. 최보광 원무와 김상익 교무의 도움으로 원불교분과를 개설한 이래 6년을 이어왔다.

이번 에스페란토 세계대회(7월28~8월4일)는 아시아인 베트남 하노이에서 진행됐다. 교정원 국제부의 후원으로 나는 에스페란토 세계대회에 제7회 원불교분과를 개설하기 위해 교도 3인(이원일, 오세형, 한숙희)과 함께 하노이를 찾았다. 이번 대회에는 65개국 에스페란티스토 850여 명이 참여했다. 각국의 문화와 관심사, 우정과 평화에 대해 분과를 열어 통역없이 에스페란토어로만 진행했다. 강대국의 힘이 아닌 우리의 힘, 서로를 존중하고 웃으면서 모든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에스페란토는 평화를 위한 언어도구이다. 1민족 2언어주의를 지향하는 에스페란토는 친교의 밤, 문화의 밤 시간을 가져 각국의 소중한 문화를 선보일 수 있는 시간을 전통적으로 마련돼 있다. 에스페란토 세계대회는 해마다 나라별로 돌아가며 개최되고 있으며 이번 베트남에는 한국인 16명이 참가했다. 이 대회에 한국분과는 원불교분과 뿐이기에 한국인들은 자발적으로 늘 함께 도왔다.

제1회 리투아니아 빌뉴스를 비롯하여 이탈리아 피렌체에 이어 지속적으로 원불교분과를 열어 세계인들에게 원불교를 알렸다. 참가인들에게는 원만이 폰걸이(스카우트 후원)와 홍삼캔디, 원불교 가이드북이 제공됐다.

이번 분과의 주제는 선(meditado)이었다. 안양교당의 이원일 교도의 사회로 원불교홍보 동영상 시청이 있었으며, 참석인들에게 선정에 들어가는 원체조는 한숙희(합천교당), 오세형 교도(정토회관)가 담당했다. 나는 초보자 학생들에게 가르치던 방식으로 선의 방법과 실습을 하여 집에서도 쉽게 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그리고 헝가리 뱅갈 교수가 국제선방에 참석한 감상담을 발표했다. 식후에 선에 대한 질문이 있었으며, 메일로 질문하겠다는 분들도 계셨다. 이번에 종교분과는 가톨릭, 불교, 바하이교, 오모또교, 원불교분과였다. 다른 종교에 비해 원불교가 에스페란토를 접한 역사는 아주 짧다. 30년이 조금 넘는 짧은 역사와 부족한 인재에도 불구하고 원불교에서 에스페란토가 이룬 성과는 주목 받을만 하다.

세계 에스페란토 대회에서는 이스라엘의 바하이교, 일본은 오모또교, 한국은 원불교. 이렇게 나라를 대표하는 종교로 알려져 있다. 매년 분과를 열 때마다 참석 인원은 70여 명이 넘는다. 참석인들은 종교에 대해, 수행에 대해 궁금해 하는 새로운 인연이다. 여기서 인연한 몽골 교수가 원불교 교전번역을 하게 됐고, 프랑스인 부부도 교당으로 연결됐다.

브라질의 제랄드 박사나, 대만의 불교학교수, 리투아니아의 현지인 몇 명 등 모두 에스페란토를 통해 입교한 사람들이다. 원불교가 에스페란토와 인연을 맺은 것은 32년 전 좌산상사께서 종로교당 재직시 최보광 원무(대석)와의 인연에서 비롯됐다. 원불교100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이 경사스런 날에 세계의 에스페란티스토들이 성업대회에 참석한다면 얼마나 큰 감동을 주겠는가. 이렇게 되면 세계교화도 더욱 활성화 된다. 교법이 에스페란토라는 언어를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처럼 이들의 활동에 관심과 참여가 뒤따라야 될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