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부처입니다"
쌍둥이 형의 유념조목은 '교전 사경'
'교전에 의거' 가족회의 하는 동생

▲ 채용환(왼쪽)·채도환 교도.
전주 평화교당의 쌍둥이 형제 채용환, 채도환(58) 교도. 형제 모두 중앙으로 활동하면서 가족교화의 모델이 되고 있다는 제보가 있었다. 전화선 너머 들리는 형(용환)의 목소리에 생기가 가득했다. 형과 아우의 많은 점이 닮아있을 터, 목소리만큼이나 생기 있을 이들 형제의 얼굴을 상상하며 평화교당에 도착했다.

김시은(채용환 교도 부인), 김혜련(채도환 교도 부인) 교도와 인사를 나눴다. 인터뷰 전날, 쌍둥이 동생이 등산하다 다리를 다쳐 병원에 입원중이라고 했다. 동생이 함께 하지 못한 아쉬움이 쌍둥이 형의 얼굴에 역력했다.

"한제선 교무님이 당시 부산 동래교당에 계실 때, 입교하게 됐어요. 그때 제 나이 28살이었는데, 31살에 결혼해서 아내도 입교했습니다. 아내가 교당생활을 열심으로 했지요." 자신의 신앙은 드러날 만큼 보여줄 게 없다며 인터뷰를 어려워했던 형의 시선이 아내에게로 향했다. 일상의 감사함을 아내에게 전하는 것이다.

건축현장의 소장으로 일하고 있는 형은 일의 특성상 일요일에도 쉴 수가 없었다. 한동안 교당 출석을 하지 못했을 시기, 아내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타지에서 오롯이 신앙심을 키우며 교당에 출석했다. 그 꽃발신심이 지금껏 도환 교도의 가슴 한 켠에 감사함으로 자리해 있었다.

"전주로 이사해 평화교당에 다니게 되면서 동생 내외와 함께 신앙생활을 하게 됐습니다. 전에는 교전을 필사했어요. 세 번째 필사 할 때, 뜻이 마음에 새겨지는 것 같았어요." 세 번의 교전필사를 마친 용환 교도는 네 번째는 인터넷으로 사경을 하고 있다.

"건축 현장의 일이 거칠어요. 스트레스도 많지요. 하지만 마음공부를 하면서, 함께 작업하시는 분들을 선하게 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제 급한 성격이 많이 다스려진 것 같아요." 얼굴에서도 편안한 기운이 전해질 정도로 도환 교도는 감사생활의 평상심을 유지하고 있다. 하루도 거르지 않는 인터넷 사경도 그의 유념조목이다.

"가족이 같이 일원상 신앙을 할 수 있는 기쁨이 행복이지요." 김시은 교도는 무엇보다도 남편과 두 아들이 모두 교법 안에서 일원가족이 되어지는 기쁨에 감사했다.

"쌍둥이지만 시아주버님이 훨씬 자상한 성품이세요." 김혜련 교도의 칭찬이 더해졌다. 형보다 결혼을 일찍 한 동생 도환 씨의 신앙 얘기도 궁금했다. 형보다 입교는 늦었지만 제일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고 있는 동생 이라고 했다. 여기에는 부인 김혜련 교도의 신앙체험도 무게감을 더했다.

"제가 성격이 강한 편이에요. 새벽 좌선과 기도를 1년여 정도 하면서 스스로의 모습을 바라보게 됐지요. 교전을 두 시간씩 정독하면서 힘들었던 시간들을 이겨내기도 했어요. 타인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고 나를 내려놓을 수 있었습니다." 김혜련 교도는 자신의 업을 풀어가는 과정 속에서 자기 수행의 참 기쁨을 얻었다.

한참 사춘기에 접어든 둘째 아들 일로 마음이 서운해 질 때는 남편(도환)이 중재에 나섰다. 다섯 번째 교전 사경을 하고 있는 남편은 일의 경계 때마다 '교전에 의거' 가족회의를 하곤 한다고.

"교전에 대조해서 서로 소통하고 시비이해를 가리다보면 '가족 신앙의 보람'이 느껴져요. 동생을 격려하고 북돋아 주는 큰 아들의 모습도 장해요" 가족 간 신앙을 공유하면서 서로의 본보기가 되는 일, 가슴 뿌듯한 자랑거리가 아닐 수 없다. 혜련 교도의 얼굴에 그 행복함이 가득했다.

그는 전북교구 봉공회 은혜마트 일을 돕고 있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모습 또한 볼 수 있는 거지요. 일 속에서의 수행, 아닐까요?" 그는 맡은 일은 힘이 들지만 '원불교 인연을 만나는 행복함'이 크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묵묵히 듣고 있던 형이 동생을 향한 마음을 전했다. "저는 동생으로 생각한 적이 없어요. 저의 제일 친한 친구예요. 친구처럼 지내죠. 지금도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이 복잡해질 때 동생을 제일 먼저 찾아요. 제 신앙의 도반입니다"

이어 각자의 염원이 이어졌다. "신앙생활을 통해, 지금처럼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채용환 교도의 바람이다. "남은 여생, 신앙생활 열심히 하면서 일원 가족이 되겠습니다." 김시은 교도의 바람이다. "주위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김혜련 교도의 바람도 전해졌다.

돌아오는 길, '당신이 내게 부처입니다'라고 말했던 형의 말이 생각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부처가 되는 일원 가족의 모습,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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