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잡아 주고 눈 마주침에서 법정이 오간다

▲ 불갑교당 교도들이 영산성지 대각터에서 흥겹게 제초작업을 하고 있다.
60여 년의 역사를 간직한 영광교구 불갑교당. 연일 찜통더위가 지속되는 더운 날씨였지만 교당을 찾아가는 길은 설랬다. 영광군 불갑면 안맹리에 위치한 불갑교당은 삼국시대 백제 최초로 창건한 사찰이자 소태산대종사가 대각을 한 후 제자를 시켜 〈금강경〉을 구해 본 불갑사와도 가깝다.

영광 나들목을 벗어나 20분쯤 달려 교당 입구에 도착했다. 교당 대문에 들어서는 순간 조금 놀랐다. 차가운 콘크리벽을 훤히 드러내 보이는 초라한 시골교당일 줄로만 알았는데 생각과 달리 나무와 돌, 꽃과 잔디로 잘 정돈된 정원과 작지만 세련된 교당이 나를 반겼다. 정갈하고 법향이 가득했다.

행복한 교당

"작은 교당에 찾아줘 감사하다"며 반갑게 맞이 해주는 김정연 교무와 교도들.

김 교무는 "우리교당은 시골 교당이고 교화환경도 열악하지만 오고 싶은 교당, 편안한 교당,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교당을 만들기 위해 교도들과 함께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교도 숫자는 적어도 교도들의 신심과 공심 공부심은 어느 교당에도 뒤지지 않는 것 같다"며 "교도들의 어려움이나 교단행사가 있을 때면 전교도가 힘 닿는 대로 협력하는 것이 전통처럼 됐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불갑면은 영광군에서도 가장 작은 면에 속한다. 인구도 1100명 정도밖에 안되는 데다가 노령인구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교화성장을 이루기에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와 달리 불갑교당은 그동안 20여 명의 전무출신을 배출한 법기도량이다. 올해 5월에 있은 교구법위승급식에서도 16명의 교구법위승급자 중 4명이 불갑교당 교도였다. 그만큼 교도들의 공부심도 높았다. 해마다 진행되는 영산성지 제초작업 때에도 '아무리 힘들어도 1년에 한번은 대각터의 풀은 내가 꼭 뽑아야 한다는 오롯한 마음'으로 임한다는 교도들. 다른 교당에 비해 뒤지지 않는 저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신심·공심·공부심이 장한 교도들이 많은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다.

함께 자리한 유연성 교도회장도 "교무님이 하고자 하는 일은 우리 교당에서 필요한 일이고 대종사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어 교도들이 하나같이 따라준다"며 "교당에 일이 생기거나 교도들의 어려움이 생기면 교도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십시일반으로 모두 동참 하고 있다"고 거들었다.

김윤단 교도는 "경제가 다 어렵지만 교도 문병을 갈 때면 교도들이 한 사람도 안 빼고 문병비를 낸다. 그때 제일 감동을 받게 된다"며 "모두가 어렵지만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한 마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교무와 교도의 마음이 심심상련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교무는 교도를 위하고 교도는 교당을 위하며 서로서로 챙겨주는 가족같은 교당분위기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여기에는 김 교무의 숨은 노력이 어려있다.

"어떻게 하면 교당내왕시 교도가 최대한 편안하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교도들이 가정에서 갖지 못한 여유로움을 교당에서 맘껏 누릴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늘 고민했다"는 김 교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부임 초부터 교당환경 개선에 심혈을 기울였다. 비오는 날 교도들이 법당을 내왕할 때 비를 피할 곳이 없어 불편을 겪자 법당 밖에 캐노피를 설치해 비도 피하고 담소도 나눌 수 있는 쾌적한 공간을 만들었다. 교도들이 교당에 오면 서로 법정을 나누며 편안히 쉴 수 있도록 곳곳에 의자도 비치했다.

김선익 교도는 "초라하던 시골 교당이 전국에서 제일 아름다운 교당이 됐다"며 "다른 교도들도 우리 교당에 한 번 오면 또 오고 싶어 한다"고 자랑했다.
▲ 불갑교당 대각전 입구에 설치한 캐노피.
활기찬 일요법회

불갑교당은 연로한 교도들이 많아 평소에 교당 방문이 어렵다. 마을마다 떨어져 있어 법회시에는 차량운행이 필수다. 이런 상황에 맞춰 불갑교당은 교당의 크고 작은 일들은 일요법회에서 이뤄진다.

김 교무는 "불갑교당을 오고 싶은 교당, 편안한 교당을 만들기 위해 일요일에는 교도들을 최대한 편안하게 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지난주에 만난 교도님이지만 또 새롭게 만난다는 마음으로 교도들을 대하고 있다. 교도님들의 손 한 번 잡고 눈을 마주치는 것이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것이 법정인 것 같다"고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그는 교도들과 소통하기 위해 법회에 온 교도들과 일일이 손을 잡아 주고 한 번이라도 눈을 마주치는 것을 목표로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이런 김 교무의 정성이 교도들에게도 전달돼 교도들도 교당에 오면 서로서로 손 잡아 주고 눈을 마주치며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고 한다. 이젠 먼저 교당에 온 교도들이 나중에 오는 교도들을 위해 차를 준비해주고 반갑게 맞아 주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있다.

불갑교당 교도들이 대부분 밭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법회가 끝나면 대부분 일터로 가기에 바쁘다. 김 교무는 이를 감안해 법회 전 1시간을 교도들이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법정을 나누는 시간으로 교당의 중요한 사항을 협의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이 시간에는 교도들이 공부하면서 느꼈던 감상도 발표하는 시간을 갖는다. 회장단 몇몇이 교당일을 협의하는 것이 아니라 전교도가 함께 협의하는 진풍경도 연출된다.

그는 "교당의 가족적인 분위기 형성에는 유연성 교도회장님의 역할이 컸다"며 "유 회장님은 법회 때마다 일찍 교당에 와서 일일이 교도님들을 챙기고 살펴주며 주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 칭찬했다.

유 회장은 "교당 살림을 가정 살림에 비유하면 현재 교당은 안정된 삶을 유지하고 있다"며 "가장 걱정되는 것은 우리 뒤를 이을 젊은 교도들이 없는 것이다"고 교화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 불갑아동센터 어린이들이 명상을 하고 있다.
지역의 보석같은 존재

불갑교당은 작지만 지역사회를 위한 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원기93년부터 시작한 불갑골 한글학당은 현재 1,2학년 각각 1반씩 나눠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에 운영돼 배움을 놓친 지역민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글학당 참가자들 중에는 비교도들도 있어 간접교화의 장이 되기도 해 자연스럽게 교화로 연결된다.

김 교무는 "몇년째 지속적으로 운영하다 보니 교당과 인연을 맺는 분들도 생겼다"며 "교화도 중요하지만 '한글을 터득하면서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졌다'는 분도 있고 '버스 타는 것도 불안하지 않고, 농약에 쓰여진 글씨도 제대로 구분할 수 있게 돼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면 마음이 뿌듯하다"고 감상을 전했다.

불갑교당에서 운영하고 있는 불갑원광아동센터도 불갑지역 청소년들의 따뜻한 보금자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교당 인근 불갑초등학교 전교생 36명중 29명이 아동센터를 이용하고 있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교당을 찾았을 때 마침 어린이들이 김 교무의 지도하에 선명상을 하고 있었다. 허리를 곧추 세우고 눈을 지그시 감은 어린이들의 모습이 제법이다. 선을 마치고 김 교무와 서로의 마음변화를 나누는 모습도 사뭇 진지했다. 그는 "이들 중에는 기독교에 다니는 아이들도 상당수를 차지 한다"고 귀띔했다.

원기90년에 불갑면 특수사업으로 교당을 제공하면서 시작한 아동센터는 초기에는 교당 자체적으로만 운영을 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부지원을 받으며 청소년들에게 마음공부와 명상, 예절교육 등 인성프로그램과 학습지도, 야외체험 등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의 정서 안정에 도움을 주고 부모의 경제적인 부담과 걱정을 덜어주고 있다. 지역사회에 더 없이 필요한 곳으로 어린이 교화의 발판이 되고 있다.

취재를 마치고 교당 문을 나서니 교당 정원의 이름모를 꽃들이 웃고 있다. 나무그늘 밑에 여기저기에 잘 다듬어진 나무의자를 바라보니 그곳에서 즐겁게 법정을 나누고 있는 교도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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