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댜오위도우 문제로 촉발
배타적 민족주의 근본 원인

영토문제와 역사문제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동북아 지역의 긴장이 증폭되고 있다.

한·일 양국의 경우 과거사 문제와 함께 독도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이어나가고 있다. 특히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전격 방문함으로써 한일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일본은 이에 신각수 주일 한국대사를 초치해 항의하고, 후지무라 오사무 일본 관방장관이 15일 기자회견에서 최대 700억 달러 규모의 한일 통화스와프 협정에 대해 "다양한 검토가 있을 수 있다"고 답하는 등 강경대응을 천명하고 있다. 더욱이 갈등이 심화되면서 일본 방송이 한국드라마의 방영을 연기하고, 하나SK카드는 일본 스미모토미츠이카드(SMCC)와 제휴해 여행용 선불카드 발급을 추진하던 작업이 중단돼 민간 경제 부문까지 파급되는 양상이다.

중일 관계 역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중국과 일본은 댜오위다오에서 상륙전을 벌이며 서로를 자극하고 있다.

15일 홍콩 시위대가 댜오위다오에 상륙하자 19일 일본 초당파 의원들로 구성된 '일본 영토를 지키기 위해 행동하는 의원연맹' 소속 의원 10명이 일본정부의 불허에도 상륙을 감행해 맞불을 놓았다.

여기에 러시아는 일본과의 영토분쟁 도서에 군함을 파견함으로써 그야말로 동북아 지역이 일촉즉발의 위기로 내몰리는 듯 하다.

문제는 이러한 갈등이 정부나 일부 정치인들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이번 사건으로 중국 광둥성 광저우시에서는 중국인 시위대가 댜오위다오에서 물러날 것을 주장하며 일본 총영사관 건물 근처에서 시위를 벌였고, 선전시에서는 일본상품 불매운동을 촉구하면서 2천여 명의 시위대가 거리 행진을 벌였다.

일본에서는 이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가 알려지면서 반한 감정이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영사관에 벽돌이 투척되거나, 일본에 체류 중인 국내 아이돌그룹의 차량이 파손되는 일이 벌어졌다.

일련의 사건들은 영토분쟁으로 촉발된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각국에 뿌리 깊게 자리 잡은 배타적 민족주의가 있다.

여느 나라와 마찬가지로 동북아는 국경을 맞대거나 인접하고 있는 지리적 여건상 오랜 세월 서로 교류를 이어오면서도 분쟁과 갈등 역시 끊이질 않아 민족주의가 성장할 수 있는 여건 속에 있다. 일본의 제국주의에 대한 과거사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경제위기 등은 상대를 적대시 하는 배타적 민족주의로 변형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인류애와 세계를 한 울타리로 보는 세계시민의식은 발을 붙이기 힘들 정도다.

그리고 최근에는 정부와 정치인들이 오히려 민족감정을 자극하고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일본 공무원들의 대한항공 이용 거부, 일본 의원들의 울릉도 입국시도, 이명박 대통령의 일왕 사과 요구 등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정치인들이 민족감정을 건드림으로써 쉽게 세력을 모으고 표를 얻으려 한다는 점에서 일종의 포퓰리즘이다.

언론 역시 이에 대한 진지한 성찰보다는 정치인들로부터 옮겨 붙은 일부의 반한감정, 반일감정과 같이 자극적인 내용을 여과 없이 퍼 나르면서 갈등을 재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갈등과 배타적 민족주의가 각국의 국민들에게는 어떠한 도움도 되지 않는다는 점이 문제다. 과거의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 '국익'으로 포장된 갈등과 전쟁의 피해를 고스란히 받은 것은 바로 일반 국민들이다.

평화운동가들은 "태평양전쟁 당시 위안부로 끌려가 비참한 삶을 살아야 했던 것도, 강제징용으로 머나먼 타국에서 눈을 감아야 했던 것도, 가해자인 일본에서 원폭 투하로 피해를 입은 건 역시 일반 민중"이라며 "때문에 평화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고 주장한다.

물론 평화를 지향한다고 해서 과거사 문제나 독도문제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올바른 역사인식 위에 동북아의 발전적 미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 대처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이를 감정싸움으로 몰아가거나 이를 포퓰리즘으로 활용 또는 이익의 도구로 삼는다면 동북아의 평화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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