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문목과 관련한 〈음부경〉의 원문은 "관천지도 집천지행 진의(觀天之道 執天之行 盡矣)"이다.

문목에 없지만 원문에는 '진의(盡矣)'라는 용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곧 하늘의 도를 보고 하늘의 행함을 잡게 되면 결과적으로 '다함이 있다(盡矣)'는 부분이 여기에는 빠져 있다.

하늘의 도를 보아 하늘의 행함을 잡으라고 했는데, 이는 〈음부경〉 내용의 전제(前提)에 해당하며 〈음부경〉에서는 덧붙여 말한다.

"예로부터 하늘에는 다섯 가지 도적(五賊)이 있으니 이를 아는 자는 창성해진다. 하늘에 충만된 오적(五賊)이 마음에 깃들게 되니, 이를 천도에 널리 펴서 행한다면, 우주가 손안에 있고, 만 가지 변화가 이 몸 안에서 생해진다."

여기에서 천도의 요소를 '오적'이라 했는데, 섬뜩하게도 오적 용어를 사용한 것은 강조 어법임과 동시에 하늘의 기운을 몰래 가져가서 생명체적 요소가 되었다는'오행(五行)'의 풍자적 의미가 함축되어 있다. 하늘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기본 요소가 오행(오적)인 바, 이 오행 작용으로 인해 삼라만상이 형성되는 것이다.

13세기경 송대의 유학자인 주렴계의 〈태극도설〉을 살펴보자. 무극이면서 태극이며, 이 태극이 동정 작용으로 인해 음양이 생기고, 음양이 변화하여 오행을 생하며, 수화목금토 다섯 기운이 널리 퍼져서 사계절을 이루고 생명체가 형성된다고 했다.

〈음부경〉에서 말하는 하늘의 도는 무극·태극과 같으며, 태극에서 나타나는 오행은 생명체의 가장 중요한 다섯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요컨대 본 문목은 도가의 〈음부경〉에서 원용하였지만 그 내용은 송대 유가의 〈태극도설〉에서 보충 설명되며, 우주 생성론의 입장에서 천인합일의 당위론을 설파하고 있다. 이는 원불교 사은의 '천지은'의 무량 은혜와 같은 맥락에서 접근해 보면 천지 은혜에 의한 인간의 생명 보존이라는 무한 복락을 받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우리는 천지의 기운을 본받아서 인도 실천이라는 '하늘의 행을 잡는 것'으로 인륜의 중요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소태산은 〈음부경〉의 내용을 인용하며 말하기를, 모든 사람의 마음이 악심이 되면 천지 기운이 악화되어 온갖 천재지변이 나타나지만, 오로지 선심을 발휘하면 천지의 상서로운 기운으로 통해 인간에게 오곡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소태산은 〈음부경〉의 뜻을 다시 새긴다. "천지 기운은 사람이 들지 아니하면 아무 변동과 조화가 나지 않는 것이다"(〈대종경선외록〉, 도운개벽장).

우리가 천지 기운을 머금고 살아야 천인합일의 경지에 진입한다. '하늘마음을 대행하는 천지의 주인'이 되라는 대산종사의 언급이나, '천지여아동일체 아여천지동심정(天地與我同一體 我與天地同心正)이라는 영주가 소중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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