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용 통한 간호, 환자에게 심리적 위안 증가

"법신불사은이시여!
죽음은 새 몸을 받아오는 것이니 슬픈 일이 아니라 할 수도 있겠으나
이생에 맺은 인연과 지금의 모습으로 다시 볼 수 없음이
어찌 슬프지 않겠나이까.

업의 흔적인 이 육신을 벗어내기에 때론 견디기 힘든 통증이 있습니다.
어찌할 수 없는 몸과 마음의 아픔을 잘 견디게 하옵소서.
또 그 시간이 너무 힘들지 않게 하옵소서.
임종을 앞둔 환자와 가족들의 힘든 시간에

법신불사은님의 은혜 함께 하여 깨달음과 함께 떠나고
새로운 만남을 희망으로 보낼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다음생을 준비하는 환자들을 위한 기도문 중에서-

▲ 즉흥연주를 지휘하는 문정표 치료사.
21일 오후1시. 서울 하이원빌리지 시청각실에서 진행된 은혜호스피스 환우보호사 4기 교육에 함께했다. 이 교육은 노환이나 질병, 투병으로 교당에 나오지 못하는 교도들을 방문하여 위로와 격려를 줄 때 도움이 될만한 상담기술 등의 내용을 배우는 학습의 장이다. 교육에 참여해 배우기만 한다면 100% 교당 교화는 물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내용으로 강의가 구성됐다.

호스피스와 음악치료

이날 문정표 치료사가 음악치료를 진행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상황을 너무 많이 듣고 자랐다. 훗날 알고 보니 10살 때부터 어머니의 영향으로 호스피스 강의를 들었던 셈이다"고 치료사가 된 사연을 소개했다.

그는 미국에서 유학을 하며 느꼈던 점에 대해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한 사람씩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보았다. 대단한 축복으로 보였다. 이러한 임종의 장면이 한국에서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임종을 앞둔 환자 가족들과 함께했던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호스피스 활동을 하며 공통점을 발견한 것에 대해 "원망심이 가득한 사람은 죽음이 편안하지 않았다. 반면 감사심으로 사람을 대하는 환자는 죽음의 시간도 짧고 편안한 임종을 했다"고 느낀 바를 말했다.

이후 그는 "'내 원망을 내려놓자. 모든 것을 다 용서하자'는 삶의 자세가 됐다"며 "음악치료를 통해 환자들이 일생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돕고 더불어 임종을 편안하게 맞을 수 있도록 노력한다"고 체험 사례를 밝혔다.

환자들과의 잦은 만남을 통해 현재는 음악심리치료 활동에 더 주안점을 두고 있다.
▲ 환우보호사 교육에 참가한 교도들이 강의에 집중하고 있다.
보살핌의 다양한 형태

호스피스에서의 음악치료 접근법은 환자(내담자)의 상태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변화된다. 즉흥연주를 할 수도 있고, 물리치료의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악기 연주도 응용할 수 있다. 즉흥연주는 환자들에게 내면을 표출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그는 "호흡이 거친 환자에게 손바닥으로 박자를 맞추며 '아리랑'을 불러줬다. 3박자로 호흡이 맞아 떨어지면서 안정을 찾으며 스르르 잠이 들었다"며 "물리적으로 호흡을 안정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감성적으로 다가갈 때 환자들은 더 편안해 한다"고 소개했다. 이를 응용하여 교도인 경우에는 노래 대신 염불을 하며 호흡을 안정시킬 때 심신이 편안해 질 것이라 느껴진다.

치료 목적에 있어 음악의 역할은 신체적 활동을 일으키고, 사람에게 상징성을 제고하며 만족을 준다. 즉 음악을 통해 우울한 기분에서 나올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것이다.

문 치료사는 "노래 만들기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 주제는 가족에 대한 메시지, 자기 반영, 칭찬, 회고, 소중한 사람들의 반영, 역경에 대한 자기표현, 이미지, 기도 순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육신이 아프다고 전하고 싶은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임종이 가까워짐을 느끼고 부터는 표현하고 싶은 열망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은 그 표현의 방식이 조금은 서투르다. 이 점 역시 가족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교육에서는 '생명윤리와 원불교 생사관'에 대해서도 학습했다. 은혜호스피스회 서예진 교무는 강의를 통해 "죽음을 죽음으로 인식하는 단계와 죽음을 변화로 인식하는 관점, 죽음은 없다고 인식하는 세 가지 관점"에 대해서 설명했다. 유물론과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응하는 일원상 진리를 바탕으로 한 원불교적 세계관과 윤리관이 보편적으로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환우보호사 4기 교육은 10월12일과 19일 2회를 남겨두고 있다. 이때는 '향기를 이용한 치료', '그림으로 대화하는 법', '기초 건강관리법', '노화와 변화', '공감과 피드백', '색종이 접기' 등 다채로운 강의가 준비돼 있다.
▲ 만남 노래에 맞춰 즉흥연주를 하는 교도들.
교당 교화 챙김으로 한 몫

환우보호사 교육을 마치고 서울지부 은혜호스피스회장인 가락교당 김재성 원무를 만났다. 그는 첫 한 마디에 "원기100년에는 전국으로 은혜호스피스가 활성화 돼야 하는데 제가 평생을 이 사업 위해 일했지만 능력이 이만큼 밖에 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자신을 낮춰 소개했다.

그는 교도들 중 환우보호사가 다수 양성돼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즉 '교화 활성화의 원천에 불을 붙이는 2세 교화의 정통 불공법이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사회와 이웃 봉사에 앞서 자기교당 교도의 어려움도 돌볼 수 있다. 이는 교도가 행복해야 교도 가족이 행복해 지며 가족교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무는 "각 교당마다 장기 결석자가 있다. 그 사연을 들어보면 아파서 못 오는 사례가 많다. 이때 교당의 단장 중앙, 순교가 교무님과 첫 번째 순교는 함께하고 이후에는 혼자서도 그 교도를 챙겨야 한다. 그래야 자손들도 원불교의 고마움을 알고 훗날 초종장례 절차와 가족교화로 까지 연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교당마다 환우보호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면 모든 것을 다 해 보겠다.' 이는 호스피스의 철학이다.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물리적 치료보다 심리적 안정과 내적 치료가 더 필요한 것 같다. 환자가 병실에서 눈을 떴을 때 '반갑습니다. 오늘은 좀 어떠세요'하고 안부를 물어주는 사람. 이미 그 사람은 마음병을 치료하는 의사인 것이다. 교도 환우보호사들의 활발한 활동이 기다려진다.
▲ 핸드벨에 번호를 붙여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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