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 / 원광정보예술고등학교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
대한민국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의 애국가로 TV방송의 시종을 알리고 있다. 이를 봐도 무궁화는 우리에게 친근하고도 사랑스런 존재로 인식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0년 말 기준으로 관공서, 주요 도로변, 사적지, 관광지 등에 약 307만 본의 무궁화 꽃이 식재되고 있다. 또한 해마다 10만 그루 이상의 무궁화나무를 산림청에서 품종을 개발해 보급, 식목되고 있다. '무궁화 가로수길, 무궁화 동산, 무궁화 공원, 무궁화 축제' 등을 조성해 국화로서의 '가치'와 '은근과 끈기의 민족혼'을 불어넣기 위한 노력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러나 봄이면 우리나라의 산과 들은 온통 벚꽃의 물결이다. 2002년 아름다운 도로로 선정된 전남 영암읍에서 학산면 독천리에 이르는 벚꽃 길도 그렇다. 16km가 넘는 그 길을 '문화가 있는 벚꽃 길'로 부르고 이외에도 봄철의 대표적 관광 지역인 '진해의 벚꽃축제', '경남 하동 쌍계사의 축제', 전주와 군산간의 '벚꽃 백리길', '신탄진 벚꽃축제' 심지어 국회의사당 벚꽃길까지 온통 상춘지절엔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 아니라 '벚꽃 천지 화려강산'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분포 면적만으로 그 비중을 둘 수는 없겠지만, 확실히 국민들의 정서적 비중에는 우리의 무궁화 꽃보다는 벚꽃이 더 친숙한 것 같다. 이렇게 정서적 비중이 알게 모르게 벚꽃으로 기울어가는 상황 속에서 마음이 무겁고 착잡해 지면서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되어 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정체성을 잃은 민족은 자주와 독립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의 국화보다 이웃나라의 국화에 혼심을 빼앗기는 줄조차 모르고 감정이입 됨에는 그것에는 분명코 민족의식의 상실과 동질감 결여라는 문제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은 꽃을 사랑하는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벚꽃동산'이 '무궁화동산'을 압도해 가고 '무궁화 축제'보다는 '벚꽃 축제'가 수적으로나 질적으로 화려해져 가는 것을 본 교사는 불안한 마음으로 가슴만 조이며 봐올 수밖에 없었다.

연일 기록경신을 하던 폭염, 태풍과 폭우로 얼룩진 올해의 여름이지만, 그래도 밤잠을 설쳐가며 응원했던 17일 간의 런던의 희소식이 그 나마의 위안을 준다. 이 태극전사들의 낭보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당한 도전정신과 도도히 흐르는 오천만 겨레의 정체성을 확인하게 해줄 수 있었다고 단언한다. 대한의 건아들은 차돌보다 강했고, 대한 낭자들은 템즈강보다 도도했다.

그들은 미국, 중국, 영국, 러시아의 대국들 틈에서도 당당히 태극기를 꽂았다. 그 보이지 않는 격전 이후 경건한 시상식 장면에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무궁화 꽃이 하나 둘 피어나고 있었다. 그것이 대한민국이요, 한민족의 기질이며 무궁화 꽃의 정체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 기다리라고, 사월의 꽃만 보지 말고 7월에서 9월까지 피고 지는 무궁화 꽃을 닮아 보라고. 그래서 무궁화 꽃이 더 지기 전에 화합하고 용서하고 포용하자고. 일등 국민의 자존과 긍지로 국내에서 세계를 향해 웅비해 가자고. 현실적 정서적으로 지고 있는 무궁화 꽃을 걱정하면서도, 지난 여름 올림픽의 함성을 떠올리며 또 다른 희망을 꿈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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