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깨고 나오는 개혁 기대
개혁은 새 지도부 최고 덕목
구호로 'I-BEST' 제안
임진년은 원래 격변의 해를 의미한다. 420년 전 임진년에는 임진왜란이 있었고 60년 전의 임진년에는 6.25 민족상잔의 공방이 3년 만에 마무리되면서 최고의 사상자를 내던 격변의 해였다. 더구나 올해는 전세계 193개국 중 59개국에서 선거가 있다. 특히 미국, 러시아, 중국 등 주변국과 북한 그리고 한국에도 대선이 있다. 그래서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그릇된 것을 깨뜨려 없애고 바른 것을 드러낸다'는 뜻의 파사현정(破邪顯正)을 꼽았다.
파사현정에는 선거 혁명을 통해서 거짓과 탐욕, 불의와 부정이 판치는 세상을 바로 잡겠다는 강한 염원이 담겨 있다. 이러한 격변의 시기에 새 시대를 책임질 원불교 새 지도부의 파사현정의 역할이 강조된다.
새 지도부는 올해(원기 97년)부터 원기 103(2018)년까지 6년간의 임기 중에 원불교100년성업기념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또한 원기 108년(2023)의 제3대 제3회의 마무리 준비를 해야 할 과제가 있다.
불교도 부처님이 열반 후 100년에 열린 2차 결집에서 불교 정립의 기초가 완성됐다. 2차 결집은 사회의 발전과 변화에 따라 계율에 대한 해석과 수용에 있어서 진보파와 보수파간의 대립이 나타나자 이것을 해결하기 위해 장로 야사가 주관하여 법과 율의 체계를 다시 세운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창립 100년을 맞는 원불교도 새 지도부를 중심으로 밖으로는 미래 지향적인 세계교화에 대비하는 교단의 체제를 정비하고 안으로는 신앙·수행·봉공의 회상 가풍을 더욱 풍요롭게 하기 위한 재가 출가의 합력과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또한 주세회상으로서 전세계 인류를 낙원 세계로 인도할 '세계화 속의 내실화'라는 글로컬(Glocal)전략이 요구된다.
남북한 통일운동의 지속적 전개와 통일 후 교화인재 양성 등 통일교화 체제의 준비와 미주총부 등 글로벌 교화시스템의 구축, 삼동윤리의 실천 프로그램의 완성과 교법의 사회 구현을 위한 대사회적 역량 집중화도 새 지도부가 풀어야 할 과제이다.
세계 종교사의 후발주자로서 세계 교화를 위해서 사이버 교화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 새 지도부의 생산성·합리성·효율성을 높이고 교단발전의 저해 요소를 찾아 바루는 개혁의 기치가 필요하다.
젝 웰치가 45세 약관의 나이로 세계 최고 기업인 GE사의 회장이 되었을 때 종업원들에게 전한 일성이 "당신의 운명을 지배하라.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서 지배될 것이다"였다. 이는 "자신을 혁신하라.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서 혁명을 당할 것이다"라는 것이다. 개혁은 새 지도부가 가져야 할 최고의 덕목이며, 임기 내내 하루도 빠짐없이 지켜야 할 책무이다.
이러한 원불교 개혁구호로 'I-BEST(내가 최고야)'를 제안한다. I-BEST는 '나(I)부터, 기본(Basic)부터, 쉬운(Easy) 것부터, 작은(Small) 것부터, 그리고 지금(Today)부터'를 의미한다.
교단 정체성 확립
I(Identity) 정체성 확립: 여기서 I는 교단의 나를 의미하며 교단의 정체성(Identity)을 의미한다. 후한서에 보면 '파리도 천리마의 꼬리에 붙으면 하루에 천리를 난다'고 되어 있다. 그런 측면에서 원기 100년 이전의 원불교는 불교와의 관계에서 애매모호성를 추구함으로써 4대 종교의 위상에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100주년을 맞는 원불교로서 빅3 종교의 위상을 넘기 위해서는 애매모호성 보다는 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정체성의 첫 과제가 소태산대종사와 현행 종법사의 위상에 관계된 일이다.
100년 전만 해도 대종사는 불교의 종정 급에 붙여지는 고유명사에 가까운 호칭이었으나 지금은 큰 스님을 의미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새 지도부는 '원각 성존 소태산 대종사'에 대한 명확한 정체성을 확립하고, 종법사의 위상을 타 종교 수준으로 높이는 개혁을 해야 한다. 대종사로 불리는 불교의 종정이나 천주교의 교황과 차별화의 원칙에서 요구된다.
기본 체계 정비
B(Basic)기본 체계 정비는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의미이다. 정산종사 경륜편 33장에서 대산종사에게 "이름만 크고 실이 작으면 가히 볼 것이 없고 최후의 승리는 실력이 위니라 하심이요. 교단의 실력에 세 가지가 있으니 안으로 교재를 정비하는 것과 교역자를 양성하는 것과 교단 경제를 안정케 하는 것이라"면서 기본에 충실할 것을 주문했다.
①개교 이후 100년간 사회적 변화에 맞춰 교리 내용을 개혁하고 교역자 양성 프로그램을 글로벌 교화에 맞게 정비한다. ②글로벌 전략으로 교전, 홈페이지를 정비하고 인재 양성을 위한 해외포교 전문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③우수한 교역자 확보의 일환으로 원로교무의 노후에 대비한 경로시스템을 구축한다. ④교단 경제는 과감히 재가를 활용한다.
E(Easy)는 쉽게 개혁하라는 것이다. 중국의 예기(禮記)에 보면 대락필이(大樂必易) 대례필간(大禮必簡)이라고 했다. 해석하면 큰 음악은 반드시 쉽고 큰 예절은 반드시 간단해야 한다. 원불교가 불교보다 비교 우위에 있는 것은 쉽고 간결하다는 것이다.
최근 청소년 교화의 핵심 난제인 쉬운 원불교를 위한 과감한 개혁이 요구된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한자에 익숙하지 못하다. 그런데 교리도는 난해한 한문으로 되어 있고 불교에서도 한역한 반야심경을 우리는 한문으로 읽고 있다. 과감한 개혁을 통해서 청소년들이 이해하기 쉬운 교리를 개발해야 한다.
작은 것부터 개혁
S(Small)는 작은 것부터 개혁하라는 것이다. 이소성대 정신은 원불교가 창립 이래 지켜온 개혁 정신이다. 우리 원불교는 유·불·선을 통섭한 종합선물세트적인 요소가 있다.
이제는 새 지도부가 주도적으로 이러한 유·불·선적인 물리적 결합 요소를 화학적으로 결합하여 원불교화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원불교가 교법의 사회화 측면에서 전개하는 '마음공부'가 있는데 일반대중에게는 불교것으로 인식된다. 그런데 이 운동을 '둥근 마음 만들기'로 이름을 바꾼다면 원불교 것이 될 것이다. 기독교가 신앙이라면, 불교는 신앙을 통해서 해탈하고자 하는 신행, 원불교는 신앙과 수행을 병행하는 신행이다. 그래서 원불교는 신앙 공동체가 아니라 신행공동체라고 차별화해야 한다. 이와 같은 원불교 고유의 언어문화 운동은 가장 돈이 들지 않는 개혁의 손쉬운 선택이다. 신지도부는 정체성 확립의 차원에서도 가장 손쉬운 선택인 원불교 언어·문화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지금부터 개혁
T(today)는 지금부터 개혁하라는 의미이다. 네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운이다. 그런데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다. 그런데 우리는 신기루 같은 행운만을 쫓아 우리가 가장 소중히 해야 할 행복을 짓밟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우리는 네 잎 클로버를 따기 위해서 수많은 세 잎 클로버를 짓밟는다. 그런데 우리가 가장 소중히 해야 할 행복은 먼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此時), 무시선 지금 이 곳(此地), 무처선, 지금 이 사람(此人),처처불상, 지금 이일(此事), 사사불공, 지금 이 하루(此日),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지금 이 회상(此岸), 일원세계에서 찾을 수 있다.
행운은 한 방의 케이오 펀치로 오는 것이 아니라 행복이라는 무수한 잽이 모여서 이루어진다. 성불의 길은 돈오돈수(頓悟頓修)가 아니라 점오점수(漸悟漸修)가 정답이다.
달걀이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가 되고 남이 깨면 프라이가 된다고 한다. 새 지도부의 스스로 깨고 나오는 개혁을 기대한다.
윤광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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