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교 40주년 기념식 연기
한국도 안심 못해

▲ 중국 반일시위에서 어린이들이 일본국기에 방뇨하고 있다.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 분쟁으로 꼬일 대로 꼬인 중·일 관계가 폭력사태와 무력시위로까지 번지고 있다.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복수의 일본 언론에 따르면 15일 격렬한 반일 시위가 있었던 산시성 시안시에서는 일제 승용차를 몰던 중국인 남성이 시위대의 공격을 받아 머리에 골절상을 입고 반신불수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13~18일 닛산 혼다자동차의 공장이 있는 광둥성 장먼시에서는 일제 승용차 78대가 시위대에 의해 파손되기도 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시위대가 일제차를 부수고 금품 등을 털었다가 경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가 시위 억제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중국정부의 대응에도 23일에는 광둥성 광저우에서는 3천여 명의 시위대가 집결한 가운데 반일시위가 열렸고, 타이완에서는 민간 활동가와 시민 등 1천여 명이 일본교류협회 타이베이 사무소 앞에 모여 센카쿠 국유화 조치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요구했다.

일본에서도 뒤늦게 반중시위에 불이 붙고 있다. 일본의 보수단체인 '힘내라 일본! 전국행동위원회'는 22일 1천5백여 명의 시민이 참석한 가운데 도쿄 롯폰기 아오야마공원에서 '중국대사관 포위, 중국의 센카쿠 침략 저지, 긴급 국내대행진'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일장기를 들고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는 구호를 외치며, 중국을 '야만국가', '파시스트'라고 비난했다.

이와 함께 양국의 무력시위도 위험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중국은 센카쿠를 사정권에 둔 중거리탄도미사일인 둥펑-21C를 푸젠성 내륙에 배치하고, 센카쿠 등 영토분쟁 지역에 대해 무인 정찰기 운용을 조만간 본격화하기로 하는 등 무력시위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은 자국의 첫 번째 항공모함인 '바랴그호'를 인민해방군 해군에 인도하고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일본 역시 22일 육상 자위대와 미국 해병대가 미국령 괌 등에서 벌이는 도서 방위 합동 군사훈련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 훈련은 외국 군대가 도서 지역을 점유할 때를 가정해 이를 탈환할 역량을 높이는 것이 목적이어서, 중국군이 센카쿠 열도를 점령했을 때를 대비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의 관계가 급격히 냉각되면서 27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릴 예정이던 국교정상화 40주년(29일) 기념식이 무기한 연기됐다.

중국 측은 이날 돌연 일본 측 참석자들에게 "제반 사정 때문에 27일 기념식을 열 수 없게 됐다"고 통보했다. 다만 신화통신은 23일 영문 기사에서 "중국 당국이 기념식의 일정을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기념식은 적절한 시점에 열릴 것"이라고 보도해 기념식을 완전 취소하기보다는 연기를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는 중·일 양국의 갈등에 머물러 있지만 한국 역시 분쟁에 휩쓸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조선일보는 22일자 기사에서 안보 전문가의 말을 빌려 "주한 중국대사관 측 관계자가 댜오위다오 갈등에 대해 '한국이 중국편이냐, 일본편이냐'를 물어온 적이 있다"며 "앞으로 중국은 우리에게 한·중이냐, 한·미·일이냐를 선택하라는 식으로 나올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양국이 힘겨루기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한국을 끌어들이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또 한국은 일본과는 독도, 중국과는 이어도 문제가 남아있다. 실제 일본에서는 반중시위와 함께 혐한시위도 함께 전개됐다.

23일 일본 도쿄 긴자의 미즈타니바시 공원에서는 '일한단교 공투위원회'와'재일특권을 허용하지 않는 시민모임' 등 우익 단체 회원 200여 명이 모여 '한일 국교 단절 국민대행진'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바퀴벌레 태극기'를 들고 나와 이를 짓 밟는가 하면 "조센진은 모두 나가라", 또는 "한국인을 모두 죽여라"라고 외치며 집회를 선동했다.

이에 대해 한 전문가는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각 국에서 보호무역주의를 채택하고, 이에 배타적 민족주의가 활개를 치고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와 시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욱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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