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는 공기 중에서 습한 정도를 나타내며, 이 습도의 상승으로 안개와 이슬이 형성되는 것이다. 즉 공기가 상승하면 기압이 낮아지며, 기압이 낮아지면 공기의 부피가 커지게 되면서 팽창하게 된다. 이렇게 하여 팽창된 후 온도가 하강하면 공기 중의 수증기가 응결하여 안개와 이슬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슬이 주로 풀잎 등에 물방울로 맺힌다면, 안개는 지표면에 떠 있는데 그 이유는 안개의 수증기 입자가 매우 가볍기 때문이다.

또 새벽에 안개가 많이 끼었을 경우 그날 하루는 날씨가 비교적 맑고 따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안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려면 바람이 약해야 하고 지표면 부근의 공기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풍속 2-3m/s정도로 바람이 약하고 지표면의 공기가 온화해야 안개층이 활성화된다.

안개의 농도와 두께가 궁금한 일인데 그것은 그날의 습도와 기온, 바람, 응결핵의 종류와 양 등에 의해 결정되며 습도가 80% 정도가 되는 경우 안개가 발생한다. 안개는 습지나 강 주변에 많이 형성되며, 그곳을 지나는 고속도로에는 '안개주의보' 경고 표시가 세워져 있기도 한다. 안개가 형성되는 지역은 가시거리가 매우 짧은 관계로 교통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 안개와 이슬·구름의 차이를 살펴본다면, 그것이 머무르는 위치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이슬은 지상에 가까운 풀 등에 수증기가 응집되는 것이고, 안개는 공중에서 수증기가 응집되는 것이며, 구름은 하늘 높이 떠다니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안개·이슬·구름이라는 세 가지의 개념에 혼선을 빚을 수 있지만 그날의 온도와 습도, 나아가 수증기 입자의 크기에 따라서 서로 달라진다.

안개는 미학적으로도 접근된다. 고대의 철인 장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어느 누가 하늘에 올라 안개 속에 노닐며, 무궁한 곳을 돌아다니고, 서로 삶도 잊는 채 다함이 없을 수 있을까."(〈장자〉, 대종사편). 안개와 벗 삼고 자연을 음미하는 소재로 등장한다.

불가에서 안개는 자성을 가리는 무명으로 묘사된다. 소태산대종사는 〈대종경〉에서 말하기를, 안개가 산을 가리어 산의 면목이 한 때 흐리더라도 안개가 사라지면 산이 도리어 역력히 나타나는 것처럼 각자가 본래의 마음을 지켜서 성불제중의 대업을 성취하라(교단품 27장)고 했다.

정산종사도 〈정산종사법어〉 국운편 1장에서 국운과 교운에 대하여 말한다. "계산에 안개 개면 울창하고 높을지요, 경수에 바람 자도 잔물결은 절로 있다(稽山罷霧鬱嵯峨 鏡水無風也自波)." 안개가 걷히면 산은 그대로 우뚝한 산이 나타난다는 뜻이다. 안개가 많은 날 교통사고가 많이 나듯이 우리의 맑은 성품도 무명 안개에 가리게 되면 윤회의 고통을 겪게 된다. 무명 안개를 걷어내어 청정 자성을 회복할 수 있도록 부단한 적공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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