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은 지표면이나 해수면에서 증발한 수증기가 미세한 먼지와 결합하여 공기 중에 떠 있는 것이며, 비는 뭉쳐진 수증기로서 구름의 무게가, 공기가 받쳐 올리는 힘보다 크게 되면 지상으로 떨어지며 이때 온도는 섭씨 0℃ 이상이어야 한다. 영하로 내려갈 경우 그것은 눈으로 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 비가 자주 오는 것은 지상의 물이 수증기로 증가하고 주변 습도가 높기 때문이다.

비의 여부를 가리는 것은 물방울의 크기이며, 그 크기가 0.2mm라는 것은 이슬비로 가장 작은 크기를 나타내며, 이보다 더 작은 구름방울인 경우 150m만 낙하하여도 증발되어 사라져 버리므로 빗방울이 될 수 없다. 빗방울의 지름은 구름방울의 100배 이상, 1개의 빗방울은 10만개의 구름방울로 이루어진다.

비는 생명체의 소중한 자원으로 지구의 생명을 존속시켜 준다. 〈주역〉 설괘전 3장을 보면 '우이윤지(雨以潤之)'라 하여 비로써 모든 생명체를 윤택하게 한다고 했다. 또 〈주역〉 건괘 단사(彖辭)의 '운행우시 품물유형(雲行雨施 品物流形)'이란 말은 '구름이 운행하여 비가 내리니 만유가 그 형체를 존속시켜 나간다'는 뜻이다.

비가 오지 않을 경우 가뭄이 되며, 비가 너무 많이 내릴 경우 홍수가 되므로 적절한 비가 내리는 것도 중요하다.

소태산대종사는 비를 '천지피은의 조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곧 풍운우로의 혜택이 있으므로 만물이 장양되어 그 산물로써 우리가 살게 된다는 것이다. 비는 물인 바, 이 물은 생명체 유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소태산은 부안 봉래정사의 올챙이 법문을 설한다.

큰 장마로 마른 못에 물이 가득하자 사방의 개구리가 모여들어 많은 올챙이가 생기더니, 얼마 후에 날이 뜨거우매 물이 점점 줄어들어 며칠이 못 가게 되었건마는 올챙이들은 그 속에서 꼬리를 흔들며 놀고 있었다. 이에 안타까운 일이라며, 마르는 물속에 저 올챙이들의 단촉함을(〈대종경〉, 인도품 32장) 지적한 것이다.

소태산대종사는 또한 비를 소재로 하여 성리법문을 설한다. 봉래정사에 어느 날 큰 비가 와서 층암절벽 위에서 떨어지는 폭포와 사방 산골에서 흐르는 물이 줄기차게 내리자 한참 동안 그 광경을 보다가 말했다.

"저 여러 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이 지금은 그 갈래가 비록 다르나 마침내 한 곳으로 모아지리니 만법귀일의 소식도 또한 이와 같나니라"(〈대종경〉, 성리품 10장).

이처럼 비는 생명의 에너지로서, 또 만법귀일의 소식으로서 우리에게 깨우침을 가져다 준다.

물 한 방울이라도 소중함을 알자는 것이며, 물이 대해장강으로 귀의하는 깨우침을 알자는 것이다. 비오는 이치에 더하여 육신의 자양분, 정신의 깨우침이 소중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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