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문명세계를 열어가는 주역이 됩시다

▲ 원기91년 11월5일 대사식.
▲ 원기96년 10월4일 반기문 UN사무총장 면담.
▲ 원기97년 9월22일 영모전 봉고식 후 당선 인사
재가·출가 교도님! 그리고 내·외 귀빈 여러분!

오늘 저는 향후 6년간 원불교를 이끌어갈 14대 종법사에 추대되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낍니다. 그러나 그 짐을 기꺼이 지려 합니다. 이는 위로 법신불 사은의 크신 위력과 소태산 대종사 성령을 비롯하여 선진 열위의 한량없는 가호하심을 믿기 때문입니다. 또 좌우로는 혈심혈성을 다하고 있는 선·후진, 재가·출가 여러분의 한결같은 합력을 알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대임을 수행하는 데 있어 교법정신을 전하고자 온갖 정성을 다하겠습니다. 교단을 창립정신으로 운영할 것이며 재가·출가의 대합력으로 이끌어 나갈 것입니다.

지금 우리는 '원불교100년기념성업'이라는 대불사에 박차를 가할 뿐 아니라, 개교 백년 이후의 세계적 교단 건설이라는 대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사회적으로는 문명 발달에 따른 생태계 파괴와 세계적으로 불어닥친 경제위기가 큰 과제로 주어졌습니다. 이러한 또 한 번의 중대한 변화 시기에 '파란고해의 일체 생령을 광대 무량한 낙원으로 인도'하는 것을 사명으로 알고,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이러한 마음가짐에 바탕해서 '참 문명세계를 열어 가는 주역이 됩시다'는 주제로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마음병을 치료하는 명의(名醫)가 됩시다

세계는 지금 중병을 앓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심각한 생태계 파괴를 가져왔고, 자본주의의 종주국 미국에서 시작된 경제위기는 유럽을 거쳐 아시아 마저 위협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또 종교간 문화 충돌로 인한 인류의 비극은 그칠 줄을 모릅니다. 우리나라 또한 남과 북 사이에 조성된 군사적 긴장으로 불안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경제·사회·종교 등 각 분야에서 조성된 위기 현상이 사람들을 위태롭게 하여, 심각한 마음병을 유발시키고 있습니다.

원불교는 이런 현대인들의 마음병을 고치는 치료법이요, 약재입니다. 환자가 의사를 믿고 따르듯 우리 교법(敎法)에 대한 올바른 믿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 마음을 쉴 줄 아는 공부를 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의 삶은 마치 다람쥐가 쳇바퀴를 빠르게만 돌리듯 멈출 줄을 모릅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정심(靜心) 공부,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것입니다. 끝으로 모든 일을 할 때는 바른 길을 찾아 순서 있게 나아가야 합니다. 정행(正行) 공부를 하게 되면 욕심이 잦아들어, 마음병이 빠르게 치유될 것입니다.

둘째, 부성(父性)과 모성(母性)이 조화로운 사회를 이룹시다

가정에는 아버지와 어머니가 있어 자녀를 바르게 성장시킵니다. 국가에는 부성의 기능인 정치의 엄격함과 모성의 기능인 종교의 자비로움이 서로 조화를 잘 이루어야 안정을 얻고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부성과 모성을 동시에 구유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투쟁으로 쟁취하려는 부성을 양보와 배려의 모성에 힘을 실어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찾아야 합니다.

지나친 부성은 청소년들을 긴장시키고 과도한 경쟁심을 부추겨 피폐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모성인 따사로운 마음은 자녀들에게도 훈풍이 됩니다. 그 힘으로 아이들은 올바르게 성장하고 자기 발전을 이뤄가며, 모성이 만들어준 희생이란 창문을 통해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게 될 것입니다. 지금은 실종된 모성의 회복이 절실한 시대입니다. 부성과 모성이 조화를 잘 이룰 때 우리 사회는 더욱 아름다워질 것입니다.

셋째, 도학과 과학의 병진으로 참 문명세계를 열어 갑시다

지금 세상을 움직여 가는 두 축은 과학기술과 도덕윤리입니다. 과학기술의 발달은 사람들의 삶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었습니다. 또 도덕윤리는 사람들의 마음을 맑고 깨끗이 하여 정의(情誼)가 넘치는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발전 위주의 편협한 과학기술은 병리현상을 유발함으로써 개인과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가와 세계에 끊임없이 불안요소를 던져주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러한 현실을 직시하여 과학기술을 선용하고 활용할 만한 도덕적 능력을 회복하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과학을 등한시하는 도덕은 고루하고 빈곤한 사회를 만들 것이며, 도덕을 소홀히 하는 과학은 철없는 어린 아이에게 칼을 맡긴 것처럼 위태롭습니다. 따라서 도학과 과학을 수레의 두 바퀴처럼 조화롭게 병진하여, 모든 생령이 행복한 참 문명세계를 열어 갑시다.

此處一圓珠

含萬理萬能

轉處智惠出

無迹絶名相

여기에 한 둥근 구슬 있으니

만 가지 이치와 만 가지 능력을 갖추었네.

굴릴 적마다 지혜와 은혜가 나타나는데

그 흔적이 없고 또한 이름도 모양도 없더라.


원기 97년 11월 4일

宗 法 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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