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아들이 판소리를 배우며 흥겨워하고 있다.

 

교사들은 원아들이 다도를 하면서 마음이 많이 차분해졌다고 밝혔다.

원래 마음으로 비벼보자
 

한옥마을 야트막한 건물 사이로 노란 은행잎이 물들었다. 가을 하늘은 그대로 청명했다. 그 노란 은행잎이 휘날리는 한옥마을을 거니는데 천진한 아이처럼 탄성이 절로 나왔다. 오목대길 사이 사이에는 인공의 물길을 만들어 자연의 흐름을 살렸다. 가을이 깊어가고 있었다. 마침 한옥마을 일대에서는 전주 비빔밥축제가 열리고 있었다. 축제가 한창인 한옥마을 가운데 교동교당의 일원상이 유독 선명하게 들어왔다.

한옥마을과 연계한 교육
한옥마을에 위치한 교동 원광어린이집(원장 송길선)은 '우리 것은 좋은 것이여'라는 말을 실감할 수 있는 지리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오목대, 경기전, 어진박물관, 전주향교 등 주변 자체가 산책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춘 셈이다. 이런 한옥마을의 강점을 살려 원아 교육과도 연계시키고 있다. 원아들은 비빔밥축제 행사의 하나인 '전주8미 어린이비빔밥'에 참가해 직접 비빔밥을 만들어보고 시식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특히 다도와 판소리는 교동 원광어린이집의 기본 프로그램으로 자리잡고 있다.

다도시간에 원아들은 무지개 색깔보다도 예쁜 한복을 차려입고 진지하게 다도를 실습했다. 천방지축 뛰어다니는 아이들이라고는 믿기지않을 정도였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다기를 잡고 놓는 손길이 예사롭지가 않다. 다도를 지도하는 김성숙 교사는 "아이들이 뛰어다니고 놀 나이인데도 다도를 배우면서 많이 차분해졌다. 다도를 통해 생각도 커지고 예절도 배우고 일석이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원아들 마음 바라보기
송 원장은 처음에는 교육적인 면에서 잘 가르치는데 초점을 맞췄지만 원아들을 오랫동안 교육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이제는 원아들의 마음을 바라보게 된다. 아이들이 자신의 마음을 바라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교육의 효과는 아이들의 마음을 바라보고 그 마음을 알아주면 아이들 스스로 풀어갈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결국 내안에 답은 가지고 있음을 확신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이미 답을 알고 있다. 다만 아이들의 말을 듣고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고 피력했다.

아침에 등원하는 아이들의 표정부터 살핀다는 송 원장. 원아들의 표정도 다양하다. 우울한 표정, 우는 아이, 짜증을 내는 아이, 웃는 아이 등, 어떤 아이는 사무실 앞에서 시무룩하게 서 있기도 한다. 그러면 송 원장은그 아이를 조용히 안아준다. 원아들과의 보이지 않는 상호작용이 중요함을 그는 알기 때문이다.

원장을 하면서 7~8년 동안은 무언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에 중심을 뒀다면 이제는 내실을 기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그 마음에 비추어 자기 마음을 바라볼 줄 아는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남도 좋아하고 싫어함을 일깨워주려고 하고 있다. 3~5살까지 원아들이 어리지만 이해할 수 있게 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지금 화가 난 나를 바라보게 하는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는 원아들에게 '어이 원장님!'으로 통한다. 그가 각 반을 돌때마다 원아들이 원장님을 부르면 원장님은 '어이!'라고 대답한데서 기인됐다. 아이들은 큰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작은 감정을 소홀히 하지 않고 이해하고 알아주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원아들과 가깝게 다가가는게 중요하단다. 또한 교동에 살면서 휴일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을 위해 야간 보육과 휴일 보육을 겸하고 있다.

교사들 마음일기
요즘 교사들은 묘하게 일어나는 마음일기를 기재하고 있다. 교사가 먼저 마음공부가 돼야 원아들에게도 파급효과를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사들의 마음일기를 통해 서로의 세정을 알아주고 살피는데 노력하고 있다.

10월에 기재한 정순영 교사의 마음일기는 "행사 준비로 바쁜 기욱이 엄마가 아이들과 같이 있는 시간이 적어서인지 아침마다 기욱이가 떼를 쓴다. 등원할 때 마다 들어오지 않고 소리를 지르고 운다. 막무가내로 떼를 쓰니 미운마음이 들다가도 엄마와 같이 있지 못한 시간들 때문에 그렇구나하면서 이해를 한다"는 내용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부모마음으로 돌아가면 순간의 미운마음이 금방 사라지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정 교사는 경계따라 묘하게 일어나는 미운마음이 마음공부를 하면서 사랑하는 마음으로 변화됐다고 밝혔다.

이런 교사들의 마음일기를 교동교당 김효철 교무와 함께 하고 있다. 김 교무는 감정해주는 란에 "원래 없는 마음에서 경계따라 묘하게 일어나는 마음들을 신비롭게 바라보고 즐겁게 공부하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송 원장도 스스로에게 "원불교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는 공부심으로 원아들과 만나고 있다. 원불교 기운을 받아 다른 사람들에게도 폭넓게 전하고 싶다"고 표현했다.

어린이집 옆에는 교당 건물인 소담원이 멋스럽게 자리했다. 오후의 햇살이 툇마루를 비추고 있었다. 툇마루에 앉아 뜰앞의 가을꽃을 바라봤다. 가을 국화가 오후 햇살을 환하게 머금고 있다. 내가 꽃을 바라보고 있는게 아니라 꽃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전주가 비빔밥 하나로 세계를 비비듯이, 송 원장의 말처럼 아이들의 입장이 되어 바라본다면 마음꽃도 함께 피어나리라.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