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소박하게 알고 있기를, 구름은 주변의 온도가 0°이상이면 물방울이 되어 떨어질 경우 비가 되어 내리고, 0°이하의 조건이면 눈이 되어 내린다는 것이다.

동남아시아는 온도가 높기 때문에 우기철이 많아 비가 많이 내리며, 추운 극지방은 온도가 낮아 눈이 많이 내리고 빙설이 되는 이치가 이와 관련있다.
눈이 오는 이치를 자연과학에서는 빙정설(氷晶說)로 설명하는 성향이 있다.

이는 -40℃ 정도까지 냉각된 구름꼭대기 부근에 생긴 빙정이, 빙정과 물방울이 공존하고 있는 층에 떨어져 내려오게 되면 포화 수증기압의 차이로 물방울은 증발하고 빙정은 승화에 의하여 성장된다.

이 빙정은 떨어지면서 구름방울과 붙어서 눈조각이 되는데, 더 아래층으로 떨어져 내려와서 0℃ 이상의 기층에 들어오면 녹아서 큰 빗방울이 되고, -0℃가 되면 눈으로 변하여 하얀 눈이 내린다.

즉 여름철 온난전선이 뒤덮이면 주로 비가 오고, 겨울철 한랭전선이 뒤덮이면 주로 눈이 내리는 이치가 되는 것이다.

오늘날 온난화의 가속현상으로 극지방의 빙산이 녹아내리는 등 환경 보존에 있어 빨간불이 켜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빙산이 점차 녹아 바닷물이 지구에 범람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과거에 비해 눈이 적게 내리는 현상도 이런 환경 변화와 관련있다.

눈이 내리는 원리도 흥미롭지만, 눈은 우리에게 신비의 자연 변화, 나아가 무상 성리의 법어로 상징된다.
괴테는 1786년 이탈리아를 한가롭게 여행하면서 첫눈을 보고서 대기가 변할 것이라며 신비한 자연을 찬미했다.

정산종사 역시 우주 대기가 하나의 고정된 개체로 남아 있지 않고 무상 도리로 변하여 이슬, 비, 눈이 되고 수정 같은 얼음이 된다(〈정산종사법설〉 도덕천하 18장)고 했다.

고금 동양의 성자들은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거두며 겨울에는 눈의 숙살만물로 함장의 소식을 전한다며, 생로병사의 성리법어를 눈과 관련시켜 인용하곤 했다.

소태산대종사는 어느 날 봉래정사에서 눈이 내려 뜰에 가득한데, 나가서 친히 도량의 눈을 치니, 한 제자 나가 눈가래를 잡으며 방으로 들어가기를 청하매, 대종사 말하기를 "나의 지금 눈을 치는 것은 눈만 치기 위함이 아니라 그대들에게 현묘한 자리를 가르침이었노라"(〈대종경〉 성리품 13장)고 했다.

기후 변화와 인생의 무상 소식을 전하는 풍운우로 상설(霜雪)의 변화무쌍한 우주의 신비세계가 멀리 있지 않다.

눈이 오는 이치에 더하여 춘하추동 생로병사의 소식을 깨칠 때 우리는 무상의 깨달음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김추자는 눈을 보고 노래하길 "눈이 내리네, 외로워지는 내 마음."

하하, 눈이 내리네 조촐해지는 내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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