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종사의 문학작품 가운데 잘 알려진 것이 성가 114장으로 채택된 '하늘이 주신 보배'(마음거울)일 듯합니다. 이는 3수로 된 연시조 '심경(心鏡)' 을 약간 고쳐 쓴 것입니다.

고산은 4언한시 '심보음' 에서 마음을 거울 외에도, 비파 ·저울 ·자 · 구슬 ·칼 · 배 (舟) 등 가지가지로 비유한 바 있습니다. 그럼 원작 첫째 수만 다시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여기서 영대(靈臺)는 마음을 가리키는 것이니 그 신령스러움을 강조하려고 쓴 용어입니다.

하느님 주신 보배 일편 영대 거울이라
번듯이 한번 들면 온 천하가 빛이로다
밝은 빛 향하는 곳에 무엇이 막으랴

다음은 고산의 유일한 가사 '승평곡'(〈원광〉 12호, 1955)을 봅시다. 이 작품은 모두 8개의 단락으로 되어 있고, 각 단락의 첫머리는 '어화 세상 벗님네야 이내 말씀 들어 보소'로 시작됩니다.

총 주제는 제목에도 보이고 마무리 행에도 나왔듯이 '천하태평 승평세계'를 이룩하자는 것이죠. 아마도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끝에 휴전이 이루어진 시점에서 평화의 염원이 이 작품을 낳았을 것으로 보이는데 한문투가 많은 것이 특징이고 그것이 작품의 한계라고 하겠습니다.

다음으로 다룰 것은 한시인데 다양한 작품이 매우 많습니다. 정통 절구나 율시도 있기야 하지만, 선시란 것들이 대개 그렇듯 압운과 격식을 무시한 작품들이 많습니다. '제야음' 한 작품만 맛보기로 소개합니다. 번역도 작자 고산의 것입니다.

萬뢰俱寂鍾聲高(만뢰구적종성고) 온갖 소리 고요한데 종소리 높고
露地白牛誰知閑(노지백우수지한) 초탈한 흰 소 알고 보면 한가하리
城外一隅忘年客(성외일우망년객) 성 밖 한 모퉁이 세월 잊은 객이 되어
呑吐乾坤猶裕閑(탄토건곤유유한) 하늘땅 마셨다 뱉으니 넉넉할 뿐이네

이 시는 1973년(계축) 섣달그믐밤에 쓴 것인데 우리의 자성을 가리키는 '흰 소'를 염두에 두고 보면 막구 "하늘땅 마셨다 뱉으니 넉넉할 뿐이네"가 절창이라 할 것입니다. 뭔 소리인지 모르겠다고요? 성리를 담고 있으니 곰곰 씹어보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고산의 한문 중 최고 명문이라 할 '성리대요'를 소개합니다. 오늘날 시각으로 보면 문학으로 다룰 것은 아니요 철학적 논설이라 할 것이나, 주무숙의 〈태극도설〉 계통으로 문장 자체가 갖춘 매력만으로도 주목받을 가치가 있습니다. '마음의 눈을 밝히는 글'이란 부제가 붙은 이 글은 문장의 수사가 간결하면서도 대구 ·대조 · 반복의 기교가 종횡무진하여 그 현란함이 강점이죠. 이런 스타일입니다.

一物長靈獨露眞光 無애無滯豁然貫通(한 물건이 길이 신령하여 홀로 참빛을 드러내니, 걸릴 것도 없고 막힐 것도 없어서 횅하니 뚫렸도다)

先天地生後天地存 無名無相無聲無臭 不可思議(천지보다 먼저 생기고 천지보다 뒤에 남는데 이름이나 모습도 없고 소리나 냄새도 없으니 불가사의한 노릇이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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